2025.03.11 유현태
KGM은 지난 2월 24일 2024년 123억 원의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23년에 이은 2년 연속 흑자, 완성차 기업 수준으로는 저조한 금액이지만 2016년부터 누적되어온 적자를 탈피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쌍용차의 이름을 달았던 최후의 차종으로 남게 된 '토레스'가 2023년에만 3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고, 2024년에는 수출 시장 확대를 통해 총 10만 대 이상의 전체 판매고를 달성했다. 앞으로 KGM은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시장 등에 합리성과 강인함을 세일즈 포인트로 판매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다만 KGM의 연속 흑자에 안주할 수는 없는 상황입이. 국내 시장에서의 총 판매량이 감소 추이에 있다. 특히 토레스는 2024년 총 판매량이 대략 1만 3천 대 수준으로 2023년에 대비해 50% 이상 감소했다. 그중 일부는 토레스 EVX와 액티언으로 흡수되었겠지만, 결국 신모델 출시에도 제자리걸음이 반복되는 셈이다. KGM의 장수 모델 렉스턴과 티볼리의 판매량이 저조하고, 스테디셀러라 평가할 수 있는 렉스턴 스포츠도 경쟁사의 유입으로 입지가 불안하다. 마찬가지로 무쏘 EV의 출시도 결국에는 렉스턴 스포츠의 수요를 잠식하는 카니발리즘 현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KGM이 시판 중인 '더 뉴 토레스'는 2024년 2분기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출시되었다. 외관상 큰 차이점이 없지만, 단점으로 지목되던 실내 디자인을 대폭 변경한다. 엔진과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없었다. 개선점은 분명한 매력을 더했으나, 판매 추이는 크게 뒤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그나마 KGM의 토레스에게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부분은 2025년 3월 중으로 가솔린 모터 직병렬 구조의 하이브리드 엔진이 출시될 예정이라는 것, BYD와의 협업을 통해 여전한 가성비를 통해 다시금 토레스의 시장 영향력을 강화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승 차량은 더 뉴 토레스 1.5 가솔린 터보 T7 사양이다. 1.5L 급 가솔린 터보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가 채택되며, 옵션으로 상시 4륜 구동 선택이 가능하다. 옵션 트림은 T5와 T7으로 구분되었는데, 연식변경 이후 '블랙 에디션' 사양이 신설된다. T7의 주요 기능으로는 전면 이중 접합 유리와 1열 전동/ 통풍 시트, 하이패스, 12.3인치 내비게이션, 2열 롤러 블라인드 및 시트 열선,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정도가 있다. 시승 차량은 추가로 20인치 휠, 3D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투톤 루프,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 등 패키지가 선택되어 있다.
토레스의 디자인은 'Powered by Toughness'라는 철학으로 그려진다. 차량 디자인에 있어 강인한 성격을 최우선 순위로 고려했다. 날카로운 헤드램프를 차량 상단부에 배치하고, 수직 형의 그릴 바 형상으로 전고가 높은 디자인을 표현한다. 그리고 실제 라디에이터 그릴 면적은 좁은 편이지만, 가니시 면적을 넓혀 대담한 인상을 추구한 모습이다. 두꺼운 언더커버와 빨간색 견인 고리도 토레스의 유니크한 디자인 포인트가 되어 준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는 게 아쉬울 수 있지만, 디자인 자체가 유행을 타는 스타일이 아니다.
측면 디자인도 비율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개성미를 추구하고 있다. 동급 SUV에 비해 휠베이스는 짧은 편이다. 하나, 휠 하우스 면적이 크고 특히 휠 아치 볼륨이 넓게 부풀려져 있어 그저 유니크한 디자인으로만 느껴진다. 옵션으로 추가 가능한 20인치 휠의 디자인도 매력적이다. 휠과 마찬가지로 투톤 루프도 유상 옵션으로 제공되는데, 토레스는 C필러의 컬러 가니시 자체가 포인트다 보니 각각의 특징이 있어 보인다. 보닛 상단에 위치한 벤트 형상의 장식 물과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의 은색 액세서리도 디자인에 재치를 더해준다.
비율적으로는 후면 디자인이 가장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역시 페이스리프트에 따른 차이는 없지만, 스페어타이어 커버를 형상화한 비대칭 형 테일게이트 등 개성적인 면모가 돋보였다. 테일램프는 수직형으로 중심부에는 태극기 건곤감리의 '이괘'가 각인되어 있다. KGM의 상징성을 더해주는 요소다. 그리고 뒷유리 양측과 맞닿는 D필러 부근에도 쿼터 글래스가 배치되어 '랩 어라운드' 형상의 디자인 마감이 주는 완성도도 확실하다. 리어 범퍼의 언더 가니시는 전면에서 보았던 형상과 비슷한 모습, 오랜 기간 질리지 않는 토레스의 외관이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대대적인 변화를 거친 인테리어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센터 스크린이 병렬로 나열된 형태, 인포테인먼트 UI도 많은 개선을 거친다. 공조기나 미디어 등 센터페시아의 모든 버튼을 스크린에 통합했다. 많은 기능을 품은 만큼 응답성과 직관성은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 대신에 실내 공간 자체는 세련미와 여유가 생겼다. 센터 콘솔에는 EPB와 토글 타입 변속기가 남았는데, 변속단은 두 번 조작하거나 변속 방향을 유지해야 체결된다. 패들 시프트로 수동 변속이 가능하고, 스티어링 휠은 D 컷이다.
2열 공간이다. 기본적으로 차량 전고와 지상고가 높다 보니 탑승 공간의 여유가 있다. 힙 포지션도 높고,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눕힐 수 있어 편리하다. 센터 터널도 높지는 않은 편, 편의 장비로는 2열 수동식 롤러 블라인드와 시트 열선, 에어벤트, 충전 포트와 암레스트 컵홀더가 있다. 옵션 선택으로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가 적용된다. 트렁크 공간도 넓고 평탄하게 마련되었고, 실내에도 전동 트렁크 개방 버튼을 마련해 두어 레저활동에 용이하다. 당연히 시트 폴딩 가능하며, 매트 아래에도 활용할 수 있는 적재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토레스에는 배기량 1.5L 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다. 싱글 터보가 과급을 담당하며, 최고출력 170Hp, 최대토크 28.6Kg.m 수준의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아이신제 6단 토크컨버터, 기본적으로 앞바퀴를 굴린다. 공차중량 1520KG, 20인치 휠 적용 모델은 11.1Km/l 수준의 공인 연비를 인증받았다. 동급 SUV에 비해서 배기량과 출력이 낮은 편인 건 사실, 대신 저공해 3종 자동차 혜택 수혜가 가능하다. 사실 출력보다는 공회전 시 엔진 떨림이나 소음이 타 모델에 비해 조금 더 유입된다는 단점이 있다.
예상외로 주행 시 출력에 대한 답답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디젤 엔진처럼 경쾌한 초반 가속이 느껴지며, 6단 자동변속기도 부드러운 가감속에서는 제자리를 잘 찾아준다. 시속 80Km 수준의 일상적인 영역에서는 꾸준한 펀치력이 느껴지며, 급가속 시 터보랙의 존재는 확실하나 이내 강력한 토크가 회답하기도 한다. 다만 시속 90Km 즈음부터는 가속력이 둔화되는 느낌이 있고 가속 시에 엔진 소음과 떨림도 증폭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조금 더 날카로운 부밍음과 엑셀 반응이 느껴지나, 가속감 자체는 비슷하다. 제로백은 10초 내외로 알려진다.
기본 스티어링 세팅은 약간의 무게감이 있는 편이다. 대신 직결감이 뛰어난 편은 아니라 정교한 핸들링과는 거리가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더 묵직해진다. 토레스의 기본적인 주행성은 타 브랜드에 비해 느슨하고 흔들림을 허용하는 편이다. 댐핑력 자체는 약간 단단하다 표현할 수 있는데 무게중심이 높은 느낌이다. 다만 시승 차량은 20인치 휠을 채택해서 인지, 페이스리프트의 수정이 있었는지 승차감이 이전보다 한결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도심 주행에서는 부담 없는 안정감을 제공하면서, 리바운드 처리가 한 단계 깔끔해진 감각이다.
코너링 안정감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불안감도 없는 수준이다. 그리고 휠베이스 자체가 짧다 보니 롤링을 허용하면서라도 코너를 도는 감각이 꽤나 역동적이다. 조향감은 약간의 언더스티어 세팅이지만 회두성이 빠르다. 경쾌한 초반 토크와 함께 와인딩 코스에서 꽤나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단, 전륜구동 사양의 경우 특히 젖은 노면에서는 높은 트랙션을 확보하기 어려워 다소 위험하다. 결국 일상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볼 때, 더 뉴 토레스의 파워트레인과 섀시 세팅은 생각보다 편리하게 다가왔다.
항속 주행에서도 과속을 지양한다면 나름 편안한 승차감을 보여주는 차량이다. 회피 기동이나 급가속 등 응답성은 떨어지나, 여유를 갖고 운행하기에 좋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주행 보조 장비는 현대차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내비게이션은 로직 자체는 괜찮은데 UI가 아쉽고, 스마트폰 미러링은 유선 방식으로 지원한다. 서라운드 뷰 카메라는 화질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인테리어는 공간 활용 측면에서 확실한 편리함을 더했다. 다만 버튼을 배제할수록 UI의 완성도는 더 나아져야 한다는 점, 앞으로 KGM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KGM의 더 뉴 토레스 페이스리프트 1.5 가솔린 터보 T7을 시승했다. 유행을 타지 않는 레트로 한 익스테리어와 디지털 친화적인 인테리어 모두 디자인적 만족도를 높여준다. 주행성과 승차감도 일상용으로 적합했다. 보다 높은 스펙의 엔진이 탑재된다면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겠지만, 현재의 파워트레인 구성으로는 세팅의 수정보다는 경제성을 유지해 가는 게 좋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오랜 기간 활용해온 엔진 구성인 만큼 내구성도 입증되는 편, 판매량 감소세에 비해 여전히 토레스의 유니크한 상품성은 뛰어난 경쟁력으로 굳건히 남아있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