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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탱은 미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입니다. 미국인들에게 머스탱은 차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죠. 한데 신형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입니다. 지나치게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죠. 과연 2.3L 엔진이 탑재된 머스탱은 아메리칸 스포츠카를 대표할 자격이 있을까요?

글_김경수 기자, 사진_최진호

머스탱의 덕목이라면 무릇 굵직한 V8 엔진의 배기음과 두툼한 파워돔 그리고 푹 꺼진 시트에 파묻힌 채 돌뿌리처럼 단단한 클러치 페달과 씨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포드 머스탱 2.3은 그 숫자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4기통 2.3L 엔진입니다. 머스탱 GT보다 한참이나 적은 배기량으로 머슬카 감성을 발휘할 수 있을 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시승을 시작했습니다.

세련된 맛이 있을까?

사실 미국 자동차들은 어딘지 모르게 우악스러운 구석이 있었습니다. 넓디 넓은 미국이니 그러려니 했지요. 그런데 이번 포드 머스탱은 5세대까지의 투박함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특히 프런트 디자인에서 엿볼 수 있었던 강인한 인상은 6세대에서는 날렵하고 샤프한 인상으로 거듭났고, 발톱처럼 드러난 LED 램프는 주간주행등 역할과 함께 정교함을 표현하는 스타일링 포인트입니다. 이 헤드램프는 그릴 중앙에 머스탱 로고와 함께 6세대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입니다. 물론 전체적으론 납작 엎드린 전고와 긴 보닛 그리고 짧은 데크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런 종류의 자동차들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골 멘트지요.

후방램프 역시 앞에서 봤던 샤프한 인상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시퀀셜 방식으로 점멸되는 방향지시등은 풍만한 뒷범퍼와 어울려 세련된 균형미를 자랑합니다. 리어펜더는 볼륨감을 최대한 살려 포니카의 다부진 느낌을 한껏 드러내고 있으며 여기에 앞과 뒤에서 시작한 날렵하고 강렬한 캐릭터 라인이 대조를 이룹니다. 70년대 자동차 디자인 아이콘으로까지 여겨졌던 패스트 백 형태의 루프라인은 그야말로 압권이지요.

인테리어는 미래지향적인 외관과는 다르게 클래식한 감성이 살아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검은색 계열의 소재를 많이 사용했고, 크롬으로 포인트를 줬습니다. 시트의 인조가죽과 손이 닿는 스티어링 휠 그리고 인테리어의 각종 소재들은 부드럽기 보다는 탄탄하고 강한 촉감을 가지고 있으며, 센터페시아의 토글 버튼은 선이 굵고 작동감이 뭉툭해 은근한 마초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2열 시트는 가방이나 하나 던져놓을 공간 정도로만 여겨집니다.

포드 머스탱의 하이라이트는 엔진?

포드의 최신 에코부스트 엔진은 한마디로 믿을 만 합니다. 기존 자연흡기 엔진에 비해 반응의 일관성면에서는 다소 아쉽지만 효율과 출력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머스탱에 들어간 2.3 에코부스트 엔진의 최고출력은 314마력(5,500rpm), 최대토크는 44.3kg.m(3,000rpm)입니다. 수치만으로 보자면 2,261cc엔진에서 나오는 출력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숫자인데요. 직분사 방식,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등 최신의 기술 덕분입니다.

하지만, 초기 시동음은 기대했던 것 만큼 강렬하지 않습니다. 더 묵직한 사운드를 기대했던 것은 욕심이었을까요? 그런데 넓은 도로를 만나자 호쾌한 파워를 내뱉으며 잠시 현실을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최고출력이 발생되는 5,500rpm까지 빈번하게 드나들고 뒤켠 머플러에서는 쉴새 없이 쿵쿵 파열음을 울려줍니다. 주행감각은 대단히 직관적이어서 엔진이 출력을 발휘하고 타이어를 통해 노면으로 전달되는 모든 과정이 스티어링 휠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힘의 크기가 커서 다루기 어렵다거나 언더스티어와 지루한 싸움을 이어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트럭 타입을 벗고 새로 거듭난 독립식 리어 서스펜션은 머스탱이 미국식 주행감성을 간직하면서도 유럽의 스타일을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변화는 주행모드에 따라 극적입니다. 노멀부터 스포츠를 거쳐 트랙모드에 이르기까지 주행감각의 변화는 드라마틱할 정도입니다. 신형 머스탱의 서스펜션 시스템은 노면의 굴곡에 좀 더 포용력이 있었던 과거보다 좀 더 날카롭게 반응했습니다. 이전의 소프트함이 많이 사라졌다는 뜻이지요. ‘원 포드’전략 이후 적극적으로 유럽스타일을 받아들인 결과였을까요? 이전 5세대와 비교하면 디자인을 제외하고 가장 큰 차별점을 갖는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5L급 엔진을 탑재한 머스탱 GT 트랙모드는 대책없이 몰아붙인다는 느낌이었지만 2.3L급 엔진의 머스탱은 보다 차분하면서도 꾸준한 가속력을 보여줍니다. 이 정도라면 더 넓은 팬을 확보하기에 적당할 듯합니다. 헤어핀 구간의 격한 몸놀림 과정중에도 섀시의 안정감은 훌륭했고, 엔진과 차체의 조화도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차체의 핸들링은 날카로운 편은 아닙니다. 스티어링의 끝단에서 느껴지는 유격도 꽤 있고, 엑셀 반응도 민첩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2.3L 에코부스트 엔진이 탑재된 머스탱이 미국인들이 꿈꾸는 폭발적인 머슬카를 대표한다고 말하긴 어렵습다. 옛 머슬카의 향수를 쫓는다면 머스탱 GT로 눈을 돌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배기량 대비에선 훌륭하지만 등짝을 '턱' 치는 강력한 한방을 기대하기 어렵고 대 배기량 특유의 감성적인 사운드를 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제동력도 아쉽습니다. 포드 머스탱의 제동력 지적은 이전 세대 모델에서도 마찬가지였지요. 담대한 출력과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브레이크 시스템은 훌륭한 만찬 뒤 개운치 않은 후식 같습니다. 따라서 머스탱 2.3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브레이크 세트 가격을 예산에 포함해야 합니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머스탱 2.3은 꽤 쓸만한 아메리칸 스포츠쿠페입니다. 매력적인 생김새와 더불어 꾸준한 출력 그리고 도로와 운전자 그리고 자동차가 주고받는 교감이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들은 이전 머스탱이 쉽제 주지 못한 것들이죠. 4,465만원부터 시작하는 값도 동급의 유럽산 스포츠쿠페와 비교하면 장점입니다.

Editor’s Point

젊고 활기찬 20대 후반 혹은 30대 남자라면 입문형 스포츠카로 머스탱 2.3L을 추천합니다. 국내 록 음악의 대부로 불리는 신대철이 말했듯 세상이 살라는 대로 살지 않는 당신만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해 줄 수 있을 테니까요.

김경수 기자

kks@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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