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4 차돌박이
▶영상으로 보시면 더 찰지고 디테일한 <렉서스 ES300 페이스리프트시승기)
왕년의 '강남 쏘나타'.
2년 연속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 체험평가 1위를 차지한 '올해의 차'.
렉서스 ES300의 과거와 현재입니다.
2020년 독3사의 돌풍 이후에도 판매량을 지키며 외제차 순위권을 랭크하고 있는 ES30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됐습니다. 사실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는 일종의 '신호탄'으로 보입니다. 올해 초 렉서스는 2025년까지 10종 이상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그토록 나오지 않던 순수 전기차를 포함한 20여 종의 신형·부분 변경 모델을 선보이겠다 밝혔기 때문이죠. 그 시작점으로 낙점된 곳이 토요타가 3조원을 투자한 새로운 R&D센터, [도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Toyota Technical Center Shimoyama)]입니다.
렉서스 E300의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파워트레인 변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렉서스는 '주행 성능 완성도를 높였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밝힌 토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이하 시모야마 센터)에서의 튜닝을 통해 주행 성능을 개선했다는 겁니다. 과연 무슨 자신감일까요? 50명의 테스트 드라이브를 쏟아부어 제작한 자칭 '일본판 뉘르부르크링' 시모야마 테스트 트랙에 그 편린이 보입니다.
레이싱의 성지로 불리는 뉘르부르크링의 북쪽 코스, 노르트슐라이페(Nordschleife)는 차량과 운전자의 한계를 시험하는 악랄한 코스 구성으로 일명 '녹색 지옥(Green Hell)'이라 불립니다. 시모야마 센터의 서킷은 뉘르부르크링의 '녹색 지옥' 코스와 비슷한 길이의 5.3km구간에 걸쳐 75m의 고저차와 주변 지형을 이용해 다양한 커브와 깊은 블라인드 코너가 돋보입니다. 이 테스트 트랙에 대해 현재 도요타를 진두지휘하고있는 아키오 토요타 사장은 "세계의 다양한 도로와 심각한 주행 조건 등을 재현했다"고 밝히는 한편 "도요타의 전 모델을 철저하게 연마해 진정한 운전의 기쁨을 만들어 낼 것"이라 공언했습니다.
'진정한 운전의 기쁨'이라. 자동차기업의 총수가 입에 담기에는 조금 감상적인 표현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입 밖으로 꺼낸 '운전의 기쁨'이라는 단어는 조금이나마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바로 도요타 아키오 사장 본인이 2007년과 2009년에도 뉘르부르크링 내구 레이싱 출전 경험이 있는 것은 물론, 상당한 고령이 된 최근까지도 능숙하게 드리프트를 소화하는 면모를 보이며 말 그대로 '오너드라이브' 적인 면모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렉서스ES300은 익히 알다시피 '펀 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키오 회장이 시모야마 센터를 통해 추구하고자 한 '미학'이 무엇인지 정확한 워딩을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됩니다. 바로 '운전의 재미'가 아니라 '운전의 기쁨' 말입니다.
소비자가 렉서스에 바라는 가장 큰 니즈는 역시 '안정감'일 겁니다.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 역시 특유의 안정감을 과시합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E-CVT(전자식 무단 변속기)는 힐끗 보기에도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부드러운 초반 가속의 정숙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고강성 경량 GA-K(Global Architecture-K)플랫폼과 상위 트림(EXECUTIVE / F SPORT)에 달리는 퍼포먼스 댐퍼와의 조화로 요철, 코너, 고속주행 어느 곳에서든 상당한 주행안정감을 자랑합니다.
한편 소소하지만 눈에 띄는 개선점도 '운전의 기쁨'을 더했다는 말을 부정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가장 직관적인 변화 중 하나는 '터치'스크린입니다. 그렇습니다 '고작' 터치 스크린이지만, 무려 터치 스크린입니다. 도요타는 주행 중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센터페시아 모니터에 '터치'기능 없이 별도 조작부를 두는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터치 기능을 추가하고, 디스플레이 위치도 11cm 앞으로 옮기면서 보다 편한 조작이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ECB(Electronically Controlled Brake System) 개선을 통해 회생 제동과 유압 브레이크를 오가며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질감,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놓을 때의 어색함을 개선한 점은 '기본기'에 대한 집착이 느껴집니다. 앞서 밝혔듯 올해 초 도요타는 3조원을 쏟아부은 연구개발시설인 '시모야마 센터'에 렉서스의 새 사업거점을 마련하겠다 밝혔습니다. 오는 2024년 3월에 개설을 목표로 하는 한편, 2025년까지 '신형 렉서스' 20종을 몰아치겠다는 도요타의 청사진이 조금은 위협적으로 느껴집니다. 과연 렉서스는 다시한번 '강남 쏘나타'의 리즈시절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본 시승기는 렉서스코리아로부터 시승차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