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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D세그먼트 세단, K5 페이스리프트다. 디자인 경영의 우수 사례가 되는 대표적인 차종이다. 실제 K5 DL3가 한국의 국민차로 칭해지던 쏘나타의 판매량을 제쳤던 것은 디자인의 영향이 컸다. 당대 쏘나타 DN8은 디자인에 대한 비판이 이르던 대조적인 장면을 보였기 때문이다. 3세대 K5의 경우 탄탄한 주행감성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모든 세대의 인기를 누린다. 중형 세단이라는 점에서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을 것이며, 날렵한 디자인을 젊은 세대만 선호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2023년 10월, 기아는 K5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정식으로 공개한다. 2019년부로 시판되었던 기아 K5, 프로젝트 'DL3'의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다. K5는 2010년 기아 로체의 후속작으로 개발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이끌고 있다. 디자인 헤리티지도 계속 답습해오는 과정이다. 다만, 이번 3세대 K5의 페이스리프트는 처음으로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모델의 외관 디자인이 통합되었다. 과거와 다르게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대중적인 동력기관이 되었고, 그만큼 차별화의 필요성이 사라지긴 했다.

K5 DL3는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보다 공격적인 디자인을 채택하게 되었다. 타이거 노즈 그릴의 윤곽은 이전 모델와 유사한데, 범퍼 스타일이 기아의 'GT'라인을 연상시킨다. 또한 헤드램프 디자인에 기아의 최신 패밀리룩 '스타 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적용된다. 카리스마가 더욱 짙어졌다. 전체적으로 전기형 K5에 비해서는 정돈된 인상이다. 해당 전시 차량은 K5 시그니처 트림에 '블랙핏' 옵션이 추가된 사양이다. CMF적인 디자인 포인트를 추가한 것인데, 구체적인 차이는 전면 보다는 측면 디자인에 나타난다.

블랙핏 패키지의 차별점은 측면에서 나타난다고 전술했다. 사이드미러와 18인치 휠이 전부 검은색으로 도장된다. 덕분에 차체 길이가 더욱 길어보는 효과가 있다. 또, 윈도 라인은 뒷유리로 이어지는 상단부 몰딩만 크롬색으로 강조되어 있는 모습이다. K5의 차체는 전반적으로 차체의 굴곡과 윤곽이 강조되는 스타일링이다. 때문에 날카로운 형상의 LED 라인이 더욱 매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블랙핏 사양은 디자인이 막연히 멋있다기 보다도, 스탠스나 유니크함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지 같다. 기본적인 K5의 실루엣이 받쳐주니 말그대로 '핏'이 멋스럽게 살아난다.

후면은 상위 차종인 K8처럼 테일램프 그래픽이 'ㄱ'자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전처럼 라이트 커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대신, 중심부의 점선 패턴이 사라졌다. 때문에 리어펜더를 가르는 LED라인이 과해 보이지 않는다. 범퍼에는 디퓨져와 머플러 팁이 강조되어 있어 스포티한 감성이다. 전체적으로 공식 사진보다는 실물이 마음에 들었다. 전면 디자인은 스탠스가 매우 날렵하게 다듬어져 있고, 우수했던 측면 비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뒷모습의 변화도 기존보다는 날렵하고 입체적이다.

실내 디자인은 딱 필요한 만큼 다듬어졌다. 가장 큰 차이는 CCNC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또 공조장치 모듈이 타 라인업과 같은 전환 조작 방식으로 한층 간결해졌다. 센터 콘솔에는 다이얼식 기어노브를 그대로 적용했고, 지문인식 장치가 추가된다. 전반적인 배치나 조작법 자체는 달라진 부분이 없다. 스티어링 휠도 3스포크 형상으로 기존 디자인과 거의 동일하다. 참고로 블랙핏 패키지를 추가하면 실내에도 전용 인테리어 트림과 스웨이드 소재의 헤드라이닝이 적용된다.

중형 세단이라 2열 공간에 독립 공조가 들어가지는 않았다. 대신 기본 사양부터 2열 에어벤트가 탑재되고, 또 애프터 블로우 기능도 기본이라고 한다. 여담으로 2열 컴포트 패키지를 추가해야 뒷좌석 암레스트와 높이 조절식 헤드레스트, 그리고 수동식 햇빛가리개가 추가된다. 시트 폴딩도 포함이다. 트렁크 공간은 여전히 넓고 평탄하다. 시그니처 트림부터 파워트렁크가 적용된다.

K5 1.6 가솔린 터보 트림에는 말그대로 배기량 1.6L급 직렬 4기통 싱글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변속기로는 8단 토크컨버터가 맞물린다. 미세한 터보래그를 제외하면 변속감이 부드럽고 출력도 충분 하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3세대 플랫폼으로 기획되며 체급대비 무게가 1.4톤으로 가벼운 편이며, 무게중심을 잘 조율하여 주행 안정성이 개선된 바 있다. 실제 K5는 동급 세단대비 서스펜션 감쇠력이 높게 세팅된다.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댐퍼의 세팅을 더욱 기민하고 자연스럽게 다듬었고, 차음 성능을 향상시켜 정숙성과 승차감을 개선했다고 한다.

불과 10년전까지만 해도 페이스리프트는 일부 부품들을 교체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금은 브랜드간의 경쟁이 과잉되면서 페이스리프트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감행하는게 일반화된 느낌이다. 이번 K5 페이스리프트의 변화는 담박한 편이다. 기존 K5의 디자인을 일부 가다듬은 느낌이고, 실내 구성도 마찬가지였다. 기존부터 K5의 스타일링은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므로 소극적인 변화는 탁월했던 경쟁력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본다. 국산 세단중에서도 K5의 아이덴티티는 가장 오랜 생명력을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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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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