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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E세그먼트 쿠페, CLS클래스 페이스리프트를 시승했다. CLS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쿠페형 세단'이라 한다. 그리고, '쿠페형 세단'이라는 시장을 개척한 차종이었다. 대략 20년 전, 메르세데스-벤츠가 공개했던 '비전 CLS'는 파격적인 캐릭터라인과 우아한 C필러 라인으로 보수적인 세단의 틀을 깼다.'4도어 쿠페'라는 개념의 시작이다. 4인 가족을 챙겨야 하는 가장에게 멋스러운 '쿠페'를 소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보수적인 이미지를 지니던 메르세데스-벤츠였기에 디자인의 혁신은 더욱 충격이었을지 모른다.


경제학의 표현으로 '트렌드 세터'라 칭하고는 한다. 완전히 새로운 사업분야를 창출하고, 유행을 이끈 주역을 뜻한다. 자동차는 이동을 위한 목적을 갖추지만 결국에는 개개인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패션 스타일도 결국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옷'을 만드는 것에서 비롯했다. 그래도 '멋'을 위해 '이동'에 대한 본질을 상실할 수는 없다. 타협안이 필요했다. 쿠페형 세단은 멋과 성능, 그리고 최소한의 배려를 가질 수 있는 최선의 타협안이다. 포르쉐, BMW, 아우디를 비롯한 레거시 브랜드들은 모두 '4도어 GT'의 개념을 벤치마킹했다.


2004년, 양산형 CLS클래스는 E클래스의 MRA 플랫폼을 공용하여 개발된 바 있다. 지금도 그런 전통은 동일하다. 타 브랜드들은 자사만의 성격을 내세우며 '쿠페 스타일 세단'을 양산했지만, 메르세데스-벤츠 CLS 클래스만의 고유한 매력은 달랐다고 느꼈다. 원래는 신사적이고 보수적인 디자인을 추구했고 그런 특유의 감성은 CLS클래스에도 잔존했다. 대신 반전이 있다. 특히 직선 위주의 디자인 기조를 보였던 영타이머 메르세데스 사이에, 우아한 곡선과 프레임리스 도어로 한껏 멋을 부린 2세대 CLS클래스는 훌륭한 시장 반응을 이끌었다.


하지만 2018년에 공개되었던 프로젝트 'C257' 3세대 CLS클래스는 적잖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전형적인 외모가 아니었고, CLS클래스가 간직하던 고풍스러운 멋은 완전히 덜어냈다. 디자인의 절대적인 수준을 따질 수는 없더라도 고전적인 스타일링을 져버린 건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삼각형'을 주로 활용한 디자인 자체가 불만이 있었다. 보통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삼각형 자체를 디자인에 잘 채택하지 않는다. 가벼워 보이는 인상을 주고, 디자인 밸런스가 어긋나기 십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측면이 존재할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 CCO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미래를 나타내는 디자인이라 표현했다. 'SENSUAL FURITY'라는 디자인 언어를 전달하고자 했다. 감각적인 순수미,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순수한 선과 면을 활용함으로써 자동차의 전체적인 '폼팩터'를 보여주는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아무렴 메르세데스-벤츠가 CLS클래스의 외모를 뒤바꾼 것은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보수적인 '멋'을 지녔다고 표현해 왔지만, 그만큼 브랜드의 세련미가 뒤떨어진다고 바라볼 수 있는 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브랜드'를 파는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 당연히 체급에 따른 가격, 그리고 품질과 성능은 구분될 수밖에 없겠지만 '프리미엄 마케팅' 차원에서라도 되새기고자 하는 슬로건이다. 실제 메르세데스는 일관된 패밀리룩을 추구하던 브랜드 중 하나다. 결과적으로 3세대 CLS클래스의 디자인 룩은 A클래스부터 S클래스까지 풀 라인업에 이르는 얼굴이 되었다. 온갖 주름으로 화려함을 과시하던 기존의 디자인 기법을 버리고 밋밋한 면으로 비율 감각을 제시했다. 디자인적으로 '젊어졌다'라는 느낌은 확실했다.

그런 CLS클래스의 파격적인 변화와 의도는 성공했다. 그리고 2021년에 공개된 CLS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를 지켜보는 순간에는 디자인을 이해하게 되었다. 사변적인 표현이지만, 보다 보니 멋있게 느껴진다. CCO의 의도대로 마치 '상어'처럼 보이는 날렵한 실루엣 전반에 감탄하게 되고, 매끈하게 떨어지는 C필러라인은 여전히 CLS클래스의 매력을 자아내고 있다. 날카로운 헤드램프 그래픽은 역삼각형 그릴을 강조하면서 그 끝에는 '삼각별'이 위치한다. 페이스리프트의 공격적인 범퍼나 삼각별을 형상화한 그릴 메시도 인상 깊은 변화였다.

프레임리스 도어는 쿠페형 세단의 특권이다. 프레임이 없는 문을 열 때 느껴지는 모터의 소음과 미세한 진동은 쿠페의 감성을 미묘하게 자극해 준다. 시트 포지션이 낮다. 두터운 시트의 볼스터가 스포츠 세단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체감시켜 준다. 페이스리프트로 인테리어 디자인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달라질 필요가 있지도 않았다. AMG라인 스티어링 휠의 두터운 그립과 알루미늄 패들 시프트의 차가운 감촉 또한 스포츠카의 감성을 불러온다. 에어벤트 내부까지도 빛을 내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CLS만의 오브제였다.


CLS450에 탑재된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은 고급스러운 회전질감을 자아낸다. 특히 48V MHEV와 결합하며 시동이 참 부드럽게 걸린다. 최고출력 367마력, 51토크의 힘은 '스포츠' 세단 그 자체다. 하체는 에어매틱 바디컨트롤 서스펜션으로 보강했다. 평소에는 여유를 품은 준대형 세단이다. 6기통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과 여유, 9단 토크컨버터 변속기의 부드러움, 에어 서스펜션은 스트로크를 길게 세팅하고 충격을 흡수하는데 집중한다. 이런 인위적인 고급감을 선사하는 주행 질감이 참 마음에 든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반대로 인위적엔 엔진 소음과 떨림이 유입된다. 에어 서스펜션은 지상고를 최소한으로 낮추고, 감쇠력을 높인다. 곧바로 노면 상태에 대한 직접적인 피드백을 느낄 수 있다. 적당히 가볍던 스티어링은 곧 무거워지고 다단화된 변속기는 RPM을 높게 조율한다. 휠베이스가 길다 보니 타이트한 코너링은 어렵더라도 뛰어난 고속 안정성이 매력적이었다. 결국 세단에 머무는 4도어 GT라도, 파워풀한 엔진과 정교한 섀시를 지닌다면 운전의 즐거움을 설렵할 수 있다. 그런 주행성과 디자인의 균형이 CLS클래스의 핵심 가치다.

한국 시장의 니즈를 반영하여 2열을 최대 3명까지 탑승할 수 있게 변경하였다. 실제 착좌감도 더 편해진 거 같고 헤드룸도 마냥 비좁지 않다. 파노라믹 선루프는 채택할 수 없지만 독립 공조는 탑재되어 있다. 그렇게 CLS클래스의 매력을 몸소 체감했지만, 이번 세대를 끝으로 단종을 맞이할 예정이라 한다. 혁신성을 품고, 브랜드 CI 혁신이라는 상징성까지 품게 된 비전 CLS는 세 차례의 세대교체를 끝으로 역사의 방점을 찍게 되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아이콘과 같은 CLS 클래스의 단종은 당혹스럽다. 아직도 다수에게는 로망의 대상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앞서 설명했던 CLS클래스 고유의 클리셰를 간직하지 못했기에 단종된 것은 아니다. 물론 판매량이 많았다면 단종되지 않았을 것이니 판매 부진이 단종의 원인이 아예 아니라고는 설명할 수 없다. 단, 복합적인 사유가 얽혀있다. 메르세데스 그룹 내에는 AMG GT43이라는 4도어GT의 대체재가 존재한다. AMG는 고성능 브랜드의 대명사, 어차피 고가의 스포츠 세단을 소유하고자 하는 소비자라면 GT를 찾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무엇보다 전기차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내연기관 모델들은 구조조정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쿠페형 세단'이라는 장르 자체가 이제는 무의미하다. 대중의 시선에서는 그럴 수 있다. 어차피 대부분의 세단들이 곡선형 C필러를 채택하고 있다. 프레임리스 도어까지는 아니더라도, 멋을 위한 목적이든 공기역학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생산되는 세단들은 곡선형 C필러를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에는 메르세데스'EQE'만 보아도 극단적인 '원보우'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오히려 곡선형 C필러가 아닌 보수적인 노치드 세단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된 시대가 아닐까 싶다.

역시 무의미한 합리화다. 초대 CLS클래스부터 쿠페형 세단을 동경하던 눈에는 대체재가 들어오지 않는다. 전륜구동 세단이 보이는 억지스러운 비율과 CLS의 프로필은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CLS클래스의 C필러라인은 '성능'이 아닌 '멋'을 고려한 형태다. 필요에 의한 변화와 선택에 의한 변화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CLS클래스는 언제나 멋을 위한 변화를 선택해 왔다. 그런 자동차가 단산된다는 사실은 굉장히 아쉽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브랜드의 아이콘으로써, 기업의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했던 CLS클래스의 역할은 다했다.


CLS클래스의 시작과 3세대 CLS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 그리고 단종에 대한 글을 작성했다. 직접 시승해 본 CLS클래스는 예상보다도 더욱 만족스러운 세단이었다. 주행 세팅의 변화가 자유롭고, 에어매틱 서스펜션은 부드러움보다는 탄탄함에 집중한다. 그 정도가 대중적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가 제시하는 프리미엄 감성, 그 감성 속에 내재되어 있던 보수적인 면모는 전부 덜어낸 차종이었다. 그것이 디자인이나 기능성, 주행성이든 '트렌드세터'였다는 수식어에 맞게 지금까지도 트렌디한 감각을 품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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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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