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3 유현태
지난 19일, 차세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20일부터 24일까지는 서울시 강남 코엑스 C 홀에서 한국 최초 공개 전시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직접 전시 행사에 방문하여 제11세대 E클래스의 실물을 취재하고 각종 전시 부스도 확인하고 왔다. 이전 세대 E클래스는 수입 단일 차종으로는 최초로 누적 2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달성한 바 있으며, 국내 판매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모델이다.
고부가가치 상품 소비율이 굉장히 높은 편에 속하는 한국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세단이다. 그렇듯 E클래스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나, 본사에서나 각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 세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한국인의 니즈에 맞는 자동차를 생산해 왔다는 것이며, 메르세데스-벤츠는 지속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해 투자하여야 한다. 그렇듯 이번 11세대 E클래스 코리아 프리미어 행사라는 단순 신차 공개치고는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전시가 기획되어 있었다.
특히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E클래스의 연대기는 차세대 E클래스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분류하기로, 프로젝트 코드 W214는 제 '11세대' E클래스다. 그 시작은 'W136' 1947년부터 생산이 시작되었다고 표기되어 있었다. 프런트 펜더와 엔진룸이 분리되어 있는 고전형 자동차이다. 2세대부터 전통적인 세단의 형태를 갖추고, 9세대 E클래스에서 오마주 했던 리어 펜더의 '푼톤 라인'이 강조된다. 한때 E클래스의 상징으로 분리되었던 '쿼드타입 헤드램프'는 성능 개선을 위해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
E클래스가 지닌 약 77여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바로 전시 홀로 입장하였다. 전시 규모가 상당히 넓다.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었던 메인 홀을 제외하고도 E클래스의 색상과 MBUX 슈퍼 스크린, 그리고 온라인 스페셜 모델을 홍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반대편에는 음악 큐레이션 브랜드 '에센셜'과의 협업 부스, 그리고 간단한 상담공간 및 커피 바와 기념품 샵이 자리잡고 있었다. 전시 차량은 외부 전시 1대까지 포함하여 총 8대, 선행 출시된다고 하는 E300 가솔린 모델과 E220d 디젤 두 가지 트림으로만 구성된다.
메인 모델 11세대 E클래스를 바로 살펴보기로 했다. 지난 E클래스와 같이 베이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아방가르드' 트림과 스포티함을 강조한 'AMG 라인' 그리고 럭셔리함을 강조하는 '익스클루시브'까지 세 가지 외관 사양이 제공된다. 2분기까지 아방가르드는 엔트리 모델인 E200 한정, E300 트림은 익스클루시브와 AMG 라인 중에 선택할 수 있으며, E450과 E220d의 경우에는 익스클루시브 라인으로만 입항된다고 한다. 아무래도 거대한 엠블럼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E클래스 AMG 라인에 시선이 먼저 이끌린다.
이번 E클래스 AMG 라인의 런청컬러와 같은 '베르데 실버' 컬러는 은은한 고급스러움과 함께 특별한 개성을 추구하고 있었다. 상기 차량은 초기 판매분 런치에디션 사양으로 라이팅 그릴과 20인치 휠이 조합되된다고 한다. 추가 기능으로 후륜조향과 에어메틱 서스펜션, 4D 서라운드 스피커, 액티브 엠비언트 라이트, 디지털 라이트 등의 추가 옵션이 적용되어 있다. 삼각별 패턴이 새겨진 라디에이터 그릴, 에어인테이크가 강조된 전면 디자인은 상당히 과시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특히 20인치 멀티 스포크 휠과의 조화가 스탠스를 살려준다.
대다수 추가 옵션이 채택되어 있는 실내 디자인은 그야말로 '하이테크'감성이다. AMG라인의 경우에는 전용 D컷 스티어링 휠이 적용된 모습이다. 특히 14.4인치 스크린과 12.3인치 클러스터, 그리고 조수석 디스플레이까지 세 개의 모니터를 조합한 MBUX '슈퍼스크린'은 인포테인먼트 기술력을 강조하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새로운 진보적 요소다. T맵과의 협업을 통해 순정 네비게이션의 기능을 강화하고, 틱톡이나 플로 등 SNS나 미디어 플랫폼과의 연결성 또한 강점이며 대시보드에는 카메라까지 탑재하여 녹화나 화상회의가 가능해졌다.
조수석 스크린에서는 각종 멀티미디어와 함께 영상 재생이 가능하다. 특징은 운전자의 집중력을 해치지 않기 위해 영상 재생 시 조수석 시야에서만 비친다고 한다. 슈퍼 스크린의 경우에는 E300 AMG라인이 기본, 익스클루시브의 겨우 E450 모델만 기본 사양이다. 슈퍼 스크린이 적용되지 않은 경우에도 14.4인치 디스플레이는 배치되며 조수석 대시 패널에 삼각별 형태의 패턴이 가공된다. 워낙 화려하게 작동하는 엠비언트 라이트 덕분에 의외로 슈퍼 스크린의 부재가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한국 시장의 취향을 의식한 듯 전 사양 기본이다. 휠베이스는 20mm가 늘어났다고 하는데, 확실히 이전 세대에 비해서는 뒷좌석 레그룸이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시트 각도도 적당히 누워있고 착좌감이 편안했다. 다만 E300까지 2열 편의 장비는 시트 열선, 에어벤트 수준으로 아쉬웠다. 트렁크 바닥은 평탄하게 마감되었고 원터치 시트 폴딩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차세대 E클래스가 강조하는 기술 혁신 중 하나는 운전자의 '루틴'에 따른 주행 환경을 미리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E클래스 익스클루시브 라인의 외관은 보다 단정하고 세련미가 돋보이는 인상이다. 화려함을 강조하던 라디에이터 그릴의 삼각별 그릴패턴 대신에 가로형 프레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옵션에 따라 그릴라이트와 20인치 휠을 추가할 수 있다. 보통 중후함을 강조하는 디자인이라 하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연결시키지 않는 반면, 차세대 E클래스는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로 연결되어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테일램프의 삼각별 그래픽이 과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눈에띄지 않았다.
차세대 E클래스부터는 모든 사양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EQ 부스트가 적용된다. 미세한 연비 향상 효과가 있으며, 엔진 시동이나 스탑&고 기능 작동 시 보다 부드럽게 점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W214에 적용된 MRA2 플랫폼은 추후 공개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성능 개선 효과가 있다고 하며, 앞서 언급했던 후륜 조향 기능을 채택할 수 있게 된다. 추후 시승기회가 주어진다면 승차감의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느껴봐야겠지만, 엔지니어링 패키지의 후륜 조향과 에어 서스펜션의 적용 유무에 따라 주행감은 크게 달라질 듯하다.
서론의 내용대로 행사 자체는 다채롭게 기획되었다. 모바일 게임이자 MBUX에서 지원하는 '앵그리 버드'를 장난감으로 묘사한 체험시설, E클래스의 다채로운 색상 전시와 '히아신스 레드' 컬러 사양의 차량 전시, 그리고 한국적인 분위기에서 E클래스 온라인 스페셜 모델을 별도로 전시하는 중이었다. 약 11시 30분에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간단한 프레젠테이션과 퀴즈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아마 여러번의 세션이 있을 것이다. 신형 E클래스의 발전사항과 장점을 간단 명료하게 소개해 주는 시간, 스테이지 뒤편의 디스플레이가 알고 보니 슈퍼 스크린의 레이아웃을 묘사하고 있었다.
중요한 가격대는 E200 기준 7천만원 중반에서 E450 1억 2천만원까지 넓게 포진하여 있다. 중점은 이전 세대에 비해 생각보다 가격 인상률이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 E450 익스클루시브 트림의 경우 약 6.5%의 가격 인상률을 보이고, 하위 모델들은 가격 인상률이 더욱 높지만 엔진 사양 자체가 낮아진 경향이 있다. E300부터 출력은 충분하기 때문에 적절한 전략일 수 있다. 최근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경쟁사와의 판매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시장의 흐름을 적절하게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내연기관의 발전은 한계점에 다다르고, R&D 비용이 전기차 시장에 집중되면서 전처럼 기계적인 완성도가 비약적으로 성장하지는 못한다. 반대로 보면 그만큼 하드웨어의 성능은 확보되어 있는 상태, 슈퍼 스크린이나 운전자와의 연결성 등 소프트웨어 성능을 강조하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화두는 역시 디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진으로만 접했던 E클래스의 비율은 무엇인가 엉성해 보였다. 실물로 접한 차세대 E클래스는 예상보다 전폭과 전고가 넓어 보였고, 입체적인 바디라인과 함께 무게감 있고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 정도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코리아 프리미어 전시행사 방문 후기를 마치고자 한다. 차세대 E클래스의 다양한 발전사항, 시장성, 디자인 등 모든 이야기를 한 편의 글에 풀어내기에는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공개 행사의 목적대로 차세대 E클래스의 색다른 '첫인상'만큼은 공유할 수 있겠다. W214의 개성적인 디자인은 쇼케이스보다도 도심에서의 존재감이 더욱 강렬할 듯하다. 이제는 차세대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그리고 G80 페이스리프트의 경쟁이다. 차세대 E클래스의 시장 반응은 어떠할지가 상당히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