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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일, 르노 코리아 자동차는 '르노 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자동차 기업들이 모빌리티 브랜드로 변혁을 추구하면서, 사명의 '자동차'를 누락시키는 사례는 일반적이다. 대신 르노 한국 법인이 의존해 오던 '삼성차'의 잔흔을 완전히 지워냈다는 사실이 시사점이었다. 르노는 '삼성'의 상표권 만료 이후에도 인지도를 명목으로 태풍로고를 지속적으로 사용해 온 바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르노 본사와 같은 '로장주' 엠블럼을 브랜드의 차세대 Ci로 채택할 예정이다.

즉, 르노 코리아의 미래 전략도 프랑스 본사와 동일시하게 될 것이다. 르노는 자사의 로드맵을 '일렉트로 팝'이라 표현한다. F1 모터스포츠에 유래한 전동화 기술, 첨단 인포테인먼트 '오픈 R' 혁신, 그리고 이용자의 안전을 위한 '휴면 퍼스트' 세 가지 요점을 공략한다. 사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동향이다. 르노는 기술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 자체적인 R&D 투자는 물론, 여러 완성차 기업들과 연맹 관계를 맺으며 생존력을 키워왔다. 반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만 한하여, '삼성'이라는 이름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 하다.

그래서 르노 코리아의 브랜드 혁신 전략에 동의하는 편이다. 앞으로 2026년까지 매년 한 대 이상의 신차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하며, C-세그먼트 전기 SUV 르노 '세닉 E-테크'와 차세대 중형 SUV '오로라' 프로젝트가 이듬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르노 코리아의 보수적인 신차 출시가 매번 아쉬움으로 남아 왔기 때문에, 브랜드 Ci까지 변경한 현시점에서는 빠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로서는 르노코리아의 기존 시판 차종이 명맥을 이어간다. XM3와 QM6는 연식변경을 통해 엠블럼을 교체하고, XM3는 이름까지 유럽시장과 단일화한다.

사실 르노 코리아의 국내 판매량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XM3'만 이름이 변경되었다는 점은 의외였다. 그만큼 CI의 변경에 필요성을 느끼고, 최소 비용으로 새로운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또한, XM3의 제품성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SM6나 QM6 모두 과거의 명성에 의존하고 있고, 실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던 바 있지만 현재로서는 노후화 이미지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XM3도 신차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그래도 단기간에 꾸준히 상품성을 강화해 온 셈, 앞으로의 차명은 '아르카나'가 된다.

그렇게 이름과 엠블럼, 일부 디자인 요소들을 변경하여 복귀한 아르카나는 나름대로의 신차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실물로 접한 바, 생각보다 더 인상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수출 시장에서 르노 코리아의 명맥을 이어준 '아르카나 E-테크 하이브리드' 는 '스타일의 가치' 하나로 소비욕을 자극할 정도로 매력적인 외모가 돋보였다. 참고로 이름과 함께 트림 명도 변경되었는데, 전시 차량은 풀옵션에 해당하는 '아이코닉' 트림에 'E-테크 디자인' 패키지가 추가된 사양이다. 외관 곳곳에 골드 컬러 포인트가 적용되며 전용 가니시 몰딩이 추가되었다.

디자인의 변경점은 단순 엠블럼뿐만이 아니다. 로장주 엠블럼과 윤곽선을 공유하는 다이아몬드 패턴이 라디에이터 그릴에도 적용된 모습이었다. 이런 메시 타입 그릴은 외적으로도 더욱 스포티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강화해 준다. 아르카나의 외관에는 자칫 올드 한 느낌을 줄 수 있는 크롬 몰딩이 전부 배제되었고, 블랙 하이그로시를 채택하며 그릴 크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스포티한 형태의 헤드램프와 F1 다이내믹 블레이드 범퍼의 조합 또한 매력적인 부분, 르노 특유의 골드 컬러 포인트도 스타일의 가치를 가산한다.

구 XM3의 출시 당시 쿠페 스타일의 대중지향형 SUV는 생소했다. 트렁크가 뚝 끊겨있는 스포티한 실루엣, 반면 SUV답게 두꺼운 언더 플레이트와 반구형의 휠 아치는 반전적인 매력을 더한다. E-테크 디자인 패키지를 통한 18인치 블랙 휠, 블랙 하이그로시 몰딩은 스포티함을 더해주고 있다. 로커 패널의 컬러 포인트나 에어벤트 형태의 액세서리 등 디자인의 세심함은 한국 태생의 SUV에 프랑스의 엠블럼이 더 잘 어울리는 이유가 되지 않나 싶다. 리브랜딩과 E-테크 디자인 패키지의 조화가 비로소 아르카나의 디자인을 완성시킨 셈이다.

실내 디자인은 큰 변경점이 없어왔지만 시작부터 꾸준히 멋스러워 보였다. 엠블럼이 변경되고, E-테크 전용 스티어링 휠이 채택되니 더욱 세련되어 보이는 듯 하다. 단지 차이에 의한 새로움인지, 심미적 완성도가 높아진 것인지 확실한 구분은 안된다. 단, 그간 르노 코리아의 엠블럼은 다소 노후되고 딱딱한 분위기로 알게 모르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 디지털 클러스터, 풍부한 편의 장비, 직관적인 버튼과 앰비언트 라이트 등으로 치장한 실내 디자인은 체급 대비 아쉬움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리고 E-테크 하이브리드의 전자식 기어노브는 실내 공간을 조금 더 스포티하고 넓어 보이게 만든다. 소형 SUV 치고 레그룸도 굉장히 여유롭다. 또, 쿠페 스타일 SUV라 하여금 헤드룸이 크게 비좁은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전륜구동 기반이다 보니 선진적으로 쿠페 스타일을 채택하던 FR 기반 후륜구동 SUV에 비해 공간감이 더 여유롭게 느껴진다. 그런 공간적 여유로움은 트렁크에서도 느껴볼 수 있다. 명백한 오너 드리븐 스타일을 지향하면서도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다는 점, XM3 E-테크 하이브리드의 세일즈 포인트가 된다.

E-테크 하이브리드에는 대략 86마력의 1.6L MPI 엔진과 각각 49마력, 20마력 수준의 전기모터 2기가 탑재된다. 엔진의 4단 변속기와 모터의 2단 변속기가 혼합된 멀티 모드 변속기로 평균 연비는 17.0km/l 수준이다. 주행과 발전이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특히 시내 주행에서의 연비가 훌륭한 편이다. 그리고 아르카나의 훌륭한 N.V.H 성능과 탄탄한 주행력은 가솔린 모델의 시승에서도 감명 깊었던 부분이다. 아르카나는 한국 R&D 센터에서 설계한 차량이지만 원천 기술은 모회사 르노-닛산의 힘을 빌렸다는 점, 오히려 신뢰가 느껴진다.

그렇듯 아르카나 E-테크 하이브리드는 앞으로 르노 코리아의 성장성을 엿볼 수 있는 차량이었다. 출시 시기가 이제는 4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디자인이나 편의 장비 측면에서는 아직까지도 세련미가 출중하다. E-테크라는 이름을 앞세운 하이브리드 체계는 국내 자동차 3사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보인다. 탄탄한 완성도와 주행성까지, 조금 더 공격적인 가격이나 마케팅 전략만 택한다면 판매량 복귀에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 반대로 세단인 SM6는 이미 침체된 시장이고, QM6는 오로라 프로젝트의 출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르노 코리아의 리브랜딩, 그리고 아르카나 E-테크 하이브리드의 실물을 촬영했다. 르노가 시장의 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점차 시장에서 소외되는 시기였고, 포트폴리오도 너무 비좁고 오래되었다. 뛰어난 품질 수준을 자랑하는 국내 공장은 가동하지 않는 것만으로 적자를 일으키는 상황이다. 조금 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 환경을 르노 코리아는 누구보다 직접적으로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모빌리티 시대의 르노 코리아에 새로운 전성기를 기약해 본다.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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