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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세대 미니 해치백 3도어의 실물을 촬영했다. 미니는 BMW의 인수와 리브랜딩을 맞이한 이후 네 번째 세대교체를 겪었다. '고 카트 필링'을 담은 운전의 재미와 아이코닉 헤리티지를 활용한 디자인, BMW 그룹의 뛰어난 품질 경영을 토대로 해치백 시장의 아이콘이 된다. 단, 저탄소 녹색 성장의 정세는 내연기관 미니의 존속을 어렵게 했고, 2019년 이래 내연기관과 병행 판매되는 방식으로 불가피한 전동화를 맞이하게 된다.

미니는 3도어 해치백 쿠퍼 SE라는 트림을 공개한다. 기존 해치백의 UKL 플랫폼을 계량하여 32.6Kwh 급 배터리 팩을 탑재하고, 184마력 급 전기 모터를 적용한 바 있다. 그리고 미니 일렉트릭만의 디자인 포인트를 접목시켜 차별화된 제품성을 강조했다. 단,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는 미니의 자세는 사뭇 달랐다. 전기차는 운전의 재미를 희석시키는 불가피한 변화가 아니라, 미니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라는 해석이다. 이름에서도 그런 의지가 반영된다. 쿠퍼 SE의 E는 당연 일렉트릭을 뜻하지만, S는 기존 시판 중이던 고성능 내연기관 트림에서 따왔다.

이 S는 쿠퍼, 쿠퍼 S, JCW로 구분되는 미니 해치백의 트림 중 쿠퍼 S와 동급의 성능을 지녔다는 의미다. 즉, 쿠퍼 SE는 특별한 선택지가 아닌 그저 3도어 라인업 중 하나인 셈이다. 비슷한 예시로 고성능 디젤 엔진을 탑재하던 쿠퍼 SD 트림이 미니 라인업에 구성된 바 있었다. 미니 쿠퍼 SE는 소형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150KM 남짓한 항속거리를 인증받게 된다. 때문에 경쟁력이 확고한 전기차라는 인식을 쌓진 못한다. 하지만 유럽 시장에서는 미니의 브랜드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폭스바겐, 르노 등 해치백을 주력 차종으로 내세우는 브랜드들의 판매량이 급감했다. 그 이유가 실제 소비 위축으로 인한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감소도 있겠지만, 기존 해치백의 소비자들이 소형 SUV로 이탈되는 문제가 가장 컸다고 한다. 그나마 미니의 판매량은 한 자릿수 정도 감소했으며, 일렉트릭은 전체 판매량의 10분의 1을 차지했다. 유럽 대륙은 좁은 골목을 넘나드는 기능 주의의 '시티카'라는 개념이 바로잡혀 있고, 한때 선도적으로 전기차 판매를 장려했기에 쿠퍼 SE 시장 반응이 나름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 이후 4세대 미니 해치백은 전기차부터 공개되었다. 미니 쿠퍼 SE 모델로는 2세대가 되겠다. 앞으로 BMW의 소형 전륜구동 차량들과 공용할 예정인 FAAR 플랫폼을 기반으로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개선한다. 쿠퍼 SE가 아닌 쿠퍼 E트림도 함께 제공된다고 한다. 이번 전시 차량인 쿠퍼 SE 트림의 경우 54.2Kwh 급 배터리를 탑재하여 유럽 기준 항속거리가 400KM를 넘었다. 함께 출력 또한 214마력으로 소폭 증강되었고, 더 이상 차체 크기는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특유의 주행 질감이나 실용성은 보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대중들이 미니를 기억하는 매개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아치 형태의 그릴 프레임, 차체를 감싸는 클래딩이나 투톤 루프 등 미니가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해온 디자인 레이아웃이 있다. 5세대 미니도 그런 디자인 레이아웃을 그대로 유지한다. 헤드램프에는 원형의 DRL을 조금 더 강렬하게 조형했고, 라디에이터 그릴은 테두리 라인 만을 강조하여 상징성을 더한다. 조금 더 직선 형태로 다듬어진 디자인 요소들은 디자인의 상징성을 강화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발산한다.

누가 보아도 미니다. 이토록 간결해진 디자인은 더욱 미니답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사진상으로는 밋밋함을 느낄 수 있지만, 실물로는 더욱이 존재감 있고 정교했다. '미니멀리즘' 최근 BMW 그룹이 제시하는 디자인의 방향성이다. 뚜렷한 변화도 몇 가지 있었다. 기존 크램셀 타입의 보닛은 생략하였고, 휠 하우스를 감싸던 블랙 밴드도 지웠다. S 모델의 프런트 펜더에 부착되던 벤트 형상이 사라지고 도어 캐치도 플러시 타입으로 차체 표면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직시적으로 미니멀을 추구하는 밋밋한 디자인이었다.

일부 변화가 달갑게만 다가오진 않는다. 미니가 오랜 시간 유지해오던 사각형의 테일램프는 리본 형태로 변경되었다. 영국 국기를 상징하는 '유니언잭'을 형상으로 나타낸다. 상징성은 짙어졌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미니멀을 추구하는 디자인에 다소 복잡한 분위기를 더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크램셀 후드가 사라졌다는 점도 아쉽다. 오랜 기간 미니를 상징하는 깔끔함을 더하는 스타일링 기법이었다. 다만 분할선 자체가 좁아지고, 디자인 자체가 간결한 만큼 큰 아쉬움을 품게 되진 않았다.

실물로 접한 전체적인 느낌이 그랬다. 변화가 아쉽더라도, 사진보다도 실물로 접할 때 매력적인 디자인이다. 사변적으로 미니는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는 소형차 브랜드라고 생각해왔다. 실제 웬만한 프리미엄 브랜드보다도 디자인 측면에서는 우수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유의 벨트라인 마감이라던가 평면 형태의 B 필러, LED 헤드램프의 선명한 그래픽이나 정교한 휠 디자인,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 투톤 루프 등등 미니의 세심함은 가히 독보적이다. 차체 곳곳에 부착되는 배지 등 액세서리도 재미있는 요소다.

실내 디자인도 미니멀을 테마로 기존의 레이아웃을 답습했다.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듯하다. 9.44인치 크기의 원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면서 미니 고유의 정체성을 계승했고, 소프트웨어 확장성도 개선했다. 대시보드의 소재감이나 에어벤트 디자인도 훨씬 깔끔해졌다. 자동차 실내 디자인의 디지털 친화와 환경친화는 모든 브랜드의 공통 과제이자 트렌드다. 그런 측면에서 미니는 자사만의 확고한 개성과 스타일링 기법으로 설명해 나가고 있음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현재 미니 코리아는 서울 강남구 선릉로 K 현대미술관 1층에서 팝업 전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날짜는 3월 29일부터 4월 21일까지로, 현재 온라인 사전예약을 진행 중인 4세대 미니의 실물을 접해볼 수 있는 장소였다. 전시 테마는 'HERITAGE&BEYOND"로 시대의 아이콘과 미래의 아이콘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BMW 미니 이전의 클래식 미니도 전시 중이었으며, 현재의 미니 컨트리맨, 해치백 JCW, 컨버터블 등등 병행 판매 중인 차량들의 마지막 에디션 트림들도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

제4세대 미니 3도어 해치백 쿠퍼 SE 모델에 대한 사담을 서술했다. 오랜 디자인 헤리티지를 답습해 왔다는 점, 미래를 여는 무기이자 족쇄가 될 수 있다. 오랜 고집으로 인해 성공한 브랜드가 있는 반면, 기업의 도산으로 마무리되는 기업도 있다. 그에 대한 미니의 대응은 미니멀리즘이었다. 어쩌면 오랜 역사성을 계승하면서도 미래지향성을 자극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접근이 아닐까 싶다. 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나누어질 수 있어도, 아무렴 누가 보아도 미니 다운 디자인을 답습하고 본질적 성능을 개선했다는 점에 긍정적인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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