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5 유현태
아우디의 준대형 전기 크로스오버, Q8 E-트론 페이스리프트다. 테슬라의 급성장 이후 기득권에 위기감을 느낀 완성차 브랜드들이 앞다퉈 전기 신모델을 공개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게 출시된 아우디 최초의 순수전기 전용 차종이 'E-트론'이었다. 당시에는 급격한 지각변동에 기술이나 브랜딩 체계가 잘 잡혀있지 않은 경우도 태반이었다. 때문에 로드맵을 재정리하는 레거시 브랜드들도 많지만, 아우디는 폭스바겐 그룹사 내에서 전동화 첨병의 역할을 꾸준히 담당해가는 듯 보인다. 특히 E-트론은 아우디 고유의 하이테크 감성이 녹아들어 있다.
아우디는 E-트론의 양산형을 2018년에 공개했다. 그 프로토타입은 2015년에도 컨셉트 카를 통해 세상에 알린 바 있고, 2019년부터 본격적인 생산과 출고가 시작된다. 아우디 E-트론에 적용된 'MLB EVO'플랫폼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아니다. 우루스,카이엔 등이 공유하는 내연기관과 전기차 겸용 플랫폼이라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아우디 E-트론은 2022년 4분기에 공개된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Q8 E-트론'이라는 네이밍으로 변경되었다. 전기차 라인업 확장에 따른 네이밍 변경이며, 애초에 Q8도 MLB 플랫폼으로 개발된 차종이었다.
Q8 E-트론의 페이스리프트는 보다 공격적인 디자인으로 변화하였다. 허니컴 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채택하고, 그릴 프레임까지 블랙 가니시로 마감하여 과장시켰다. 역시 블랙 컬러로 마감한 에이프런과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의 그래픽이 카리스마를 더한다. 측면 디자인은 공기저항을 고려한 D필러의 스포티함이 눈에 띈다. 언더커버는 전부 차체 색상으로 마감하여 완성도를 높이고, 웨이스트 라인을 강조하여 볼륨감을 강조했다. 뒷모습은 보다 공격적인 형상의 범퍼로 변경되면서 날렵한 이미지가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내연기관 Q8에 가까워진 디자인이다. 원래는 막혀있는 타입의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을 채택해 왔지만,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셔터를 활용 오히려 공격적인 그릴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전기차의 이질감을 덜어내는 디자인은 최근 독일 브랜드들에게 일련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듯 하다. 원래 Q8은 패밀리 SUV Q7의 쿠페스타일 버전인데, Q8 E-트론은 Q8과 Q7의 중간 포지션에 있는 디자인 성향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했다. Q8처럼 공격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전체적인 비율은 조금 더 균형감을 중시 여긴 느낌이다.
인테리어는 비교적 소극적인 변화를 보인다. 12.3인치 버추얼 콕핏과 디지털 센터 스크린으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한다. 센터 페시아 하단의 공조장치도 디지털 스크린으로 배치되었다. 입체적인 대시보드 레이아웃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주며, 특히 블랙 하이그로시와 알루미늄 포인트가 여러곳에 적용된 모습이 이상적이다. 기어노브는 플로어 시프트 타입인데 정확히는 손잡이 끝단의 레버가 조작되는 방식이다. 센터 콘솔에는 컵홀더와 수납 공간이 배치되며, 도어트림 상단에 위치한 스크린이 사이드미러를 대체한다.
2열 공간은 넉넉함이 느껴진다. 전기차답게 센터터널이 낮게 마감되어 있고, 헤드룸도 일반 SUV와 동일한 수준이었다. 다만 선루프 면적이 파노라마치고는 좁은편이다. 시트는 약간의 각도 도절이 가능하며, 2열에도 2존 독립 공조 기능이 탑재된다. B필러 에어벤트도 마련된 모습으로 롤러 블라인드와 시트 열선 기능까지 제공되었다. 트렁크 공간은 높고 평탄하게 마감되어 있어 편의성이 개선되고, 매트 아래에도 추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리어 시트는 트렁크에 폴딩할 수 있다. 한편으로 조그마한 프렁크 공간도 구성되어 있다.
Q8 e-트론 55 Quattro Premium사양에는 전후륜 각각의 모터로 구동력을 배분하여 폭발적인 출력과 접지력을 확보했다. 114KW급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공차중량이 2.7T에 육박하지만, 제로백은 5.6초 수준의 즉답적인 반응을 보인다. 동특성을 개선하기 위해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을 채택하고, 페이스리프트 이후 기어비 변경을 통해 핸들링 감각을 개선했다고 한다. 무게 중심이 낮아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거동을 보인다. 국내 인증 항속거리는 368Km, 80%까지의 충전시간은 대략 32분이다. 충전구가 양측에 위치하여 편의성이 나아진다.
Q8의 이름을 부여받은 E-트론이다. 네이밍 하나만으로 Q8의 전동화 모델로 개발된 차량 처럼 느껴지게 된다. 마냥 아니라고 표현할수도 없겠지만, E-트론은 고급 '전기차'로서 최적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던 폼팩터를 지향했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시장에서 자리잡은 Q8의 친숙함을 제품 소구에 활용할수 있게 된 셈이다. 아무렴 아우디가 전하고자 하는 정교한 마감과 기술력은 전기자동차에 이르러 더욱 완성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따금 내연기관 자동차의 강인한 배기음보다도, 전기차의 디지털 감성이 더 멋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