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8 유현태
볼보 코리아에서 주최한 '미드솜마르' 미디어 데이에 참석했다. 미드솜마르는 자연과 태양의 빛을 축하하는 스웨덴의 가장 큰 '하지 축제'를 뜻한다. 6월 중순쯤 찾아오는 하지는 1년 중 태양이 가장 길게 떠 있는 날, 유독 밤이 길고 추운 북유럽의 겨울 끝에 찾아온 여름이 현지인들에게는 큰 기쁨이 되었다고 한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이자 '스웨디시 럭셔리'를 지향하는 볼보 코리아가 6월 중순 미드솜마르 캠페인을 진행하게 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행사는 볼보 코리아 마케팅 부서의 인사말과 함께 시작되었다. 연이어 PR 팀 임승준 매니저의 브랜드 가치와 차종 소개가 이어진다. 볼보가 전 세계인의 안전을 위해 3점식 안전벨트 특허를 포기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그 이후에도 안전과 관련된 신기술을 무려 20여 종 이상 최초 공개한 이력이 있다. 그 이후에는 ESG경영의 일환으로 위해 가장 빠르게 디젤엔진을 단산한다. 마지막으로 볼보 자동차의 신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김정수 선임연구원의 PT가 시작된다. T맵과의 협업 등 '현지화 투자'에 비롯하여 한국 시장을 대하는 볼보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시승 행사는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출발하여 경기 양주시 옥정동까지 대략 100Km의 거리를 왕복한다. 반환점에서는 라이프스타일 체험행사와 차량 교체가 이뤄지는 일정이다. 차량은 볼보의 시판 차종 중 두 대가 랜덤으로 배정되었고, 출발 차량은 플래그십 SUV 'XC9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 AWD Ultimate Bright 트림이었다. 서론의 내용처럼 볼보는 선도적으로 디젤엔진의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그 대비책으로 '전동화'를 택하며 MHEV를 활용한 슈퍼차저, 혹은 시승 차량과 같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반의 고효율 자동차를 공격적으로 생산 중이다.
볼보 XC90은 패밀리 SUV의 대표 모델이기도 하다. 인간중심 철학, 탑승객을 지킬 수 있는 첨단 안전 장비는 기본, 스웨디시 럭셔리를 표방하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7인승 차체의 넓은 공간성이 조화를 이룬다. 파노라마 선루프를 채택하면서 2열 공간에서 느껴지는 개방감과 여유가 상당하다. 3열 시트가 독립형이라는 점도 인상적인 부분이며, 전 좌석 시트의 편안한 착좌감도 볼보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 인터페이스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구축되었으며, 볼보의 현지화 전략에 따라 내비게이션은 'T맵', AI 비서 '누구', 음악 플랫폼 '플로'가 기본 세팅되어 있다.
고속 주행과 시내 주행을 병행하면서 느낀 바 정숙성과 편안함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급가속 시의 굼뜨는 반응을 제외하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로서의 불편함은 없었고, 특히 억제된 소음으로 인해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시내에서는 방지턱과 요철로 인해 전해지는 충격을 정말 부드럽게 흡수하는 반응이다. T8 사양의 하체는 에어스프링으로 조율되었기 때문에 그 차이가 확실했던 셈이다. 고속에서는 낮은 무게중심으로 뛰어난 직진 안정성을 보여주는 만큼 패밀리카로써 완성도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생기지 않는다. 기본 스티어링 휠 강도는 누가 운행해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가벼운 세팅이다.
주행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세팅하면 섀시는 한 단계 더 탄탄해진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합산 최고출력은 462마력, 72.3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여 정말 여유로운 가속감을 보여준다. 시속 110Km 이상의 고속에서도 출력은 남아도는 수준이지만, 볼보는 안전을 위해 최고 시속을 180Km로 제한하였다. 수치상의 제로백은 5.3초, 출력도 출력이지만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탑재로 15.5Km/L라는 훌륭한 연비를 구현할 수 있었다. 약 2.3T의 육중한 무게를 가볍게 이끌면서도 효율적인 주행성능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XC90은 '토르의 망치' DRL을 접목한 차세대 디자인 언어가 최초로 적용된 차량이기도 했다. 단단한 인상을 남기는 방패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아이언 로고, T자형 헤드 램프는 세련된 조화를 이루었다. 범퍼 하단부까지 차체 색상으로 마감하여 고급감을 더했으며, 육중한 무게감이 외관상으로도 전해지는 분위기다. 측면 디자인에서는 실내 개방감을 위해 낮게 배치된 벨트라인이 눈에 띈다. B 필러를 감싸는 테일램프 디자인은 볼보의 오랜 전통이었다. 멀리서도 제동등의 시인성이 좋아 안전성 개선에 도움을 주는 목적일 것이다.
반환 지점에서는 피카 타임과 업사이클링 라이프스타일 체험이 진행되었다. 참고로 '피카타임'은 스웨덴어로, 우리에게 익숙한 '티타임'과 같은 의미다. 업사이클링은 리사이클링과 업그레이드의 합성어로, 폐품을 다시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더 나은 제품으로 가치를 재창출하는데 목적을 둔다. 이번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미술관을 비롯한 각종 홍보 현수막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소재들을 재활용했다. 명함 지갑과 키 링을 제작할 수 있었으며, 그런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볼보가 강조하는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새로 배차 받은 차량은 S60 B5 Ultimate Bright 트림이다. 볼보의 D세그먼트 세단이다. XC90으로부터 시작된 신규 패밀리룩이 적용되어 있으며, DRL이 끝부분이 돌출되어 더욱 공격적인 인상을 남긴다. 또 전체적인 프런트 마스크 자체가 낮게 깔려있어 역동적인 실루엣을 연출하게 된다. 참고로 S60의 구동방식 자체는 전륜 기반이지만, 측면 비례감만 보면 영락없는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과 같다. 앞 바퀴와 문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길기 때문이다. 탑승공간과 트렁크는 분명하게 분리되고, 'ㄷ'자 형태의 테일라이트가 날카로운 스탠스를 보여주었다.
전반적인 주행감각이 확실히 스포티한 타입이었다. 승차감이 단단하게 조율되어 코너에서는 안정적으로 롤을 억제하고, 무게감 있고 민첩하게 반응하는 핸들링이 재미를 준다. 참고로 별도의 주행모드는 없다. 스티어링 휠의 감도만 조율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본 모드에서는 가볍게 조작할 수 있었다. B5 트림의 경우 시동모터 통합형 MHEV가 적용되고, 2.0L급 싱글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강력한 파워를 발휘한다. 8단 토크컨버터와 맞물린 제로백은 6.7초, 공인연비는 11.8Km/L로 인증을 받는다.
플래그십처럼 방음 설비가 잘 되어있다 보니 오히려 체감 출력이 강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때문에 생각보다 속도계가 빠르게 상승했고, 또 고속에서의 안정성까지 훌륭했다. 볼보는 체급에 따른 차등없이 실내 디자인까지 거의 동일한 스타일링을 구현한다. 하이파이 스피커 브랜드 '바워스&윌킨스'까지 뛰어난 음향 성능을 보여준다. 또 강조할 부분은 볼보가 내세우는 안전의 가치, 차별되지 않는 안전사양이다. 즉, 안전장비를 별도 옵션으로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볼보 S60이 엔트리 세단임에도 옵션 수준은 상위 차량에 비해 부족한 점이 없게 탑재되어 있다.
XC90은 철저한 '패밀리 SUV'를 지향하는 반면, S60은 통상 D세그먼트 세팅이 지향하는 '오너드리븐 세팅'이 분명했다. 물론 정숙성과 편의성은 패밀리 세단 용도에도 적합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같은 플랫폼을 채택하면서, 세그먼트에 맞는 성격을 잘 이해하고 타게팅한 의도가 느껴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만큼 디자인도 더욱 낮고 날카롭게 다듬은게 아닐까 싶다. 고속도로와 시내, 비포장도로까지 'S60'을 다각도로 경험한 뒤에 다시 인스파이어 리조트로 복귀하며 시승 행사는 마무리된다.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도가 높지 않았다.
볼보 코리아의 미드솜마르 미디어 행사에 참석했다. 볼보의 다양한 라인업을 비교 체험하며 느낀 바, 상위 차종으로 갈수록 '합리성'이 돋보이는 구성이었다. 반대로 하위 차종을 선택한다면 크기 대비 풍부한 장비와 소재를 품은 '럭셔리' 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간 한국 시장에서 볼보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도, 앞으로는 순수 전기 라인업까지 확장해 갈 계획이다. 안전에 대한 타협이 없다는 철학, 함께하는 지속 가능성의 의지와 더불어, 한국 시장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양질의 제품을 기대해 보고자 한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