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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접했을 ‘very demure, very mindful’. 이른바 드뮤어(demure) 트렌드는 틱톡커 줄스 르브론(Jools Lebron)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출근할 때 자신의 메이크업은 매우 얌전하고(demure) 사려 깊다고(mindful) 말하는 짧은 영상이 널리 퍼지면서요. 무심한 듯 절제된 멋을 추구하는 태도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나 봅니다.

요란했던 시간이 지나가고 차분한 계절을 맞이하는 지금, 타인의 눈을 어지럽히는 충격과 자극이 아닌 고요함과 세련됨을 향한 태도는 더 돋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몸가짐이나 의복뿐만 아니라 자동차에서도요.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별다른 치장 없이, 얌전하게 속삭이는 뉴 페이스를 골라봤습니다.

담백하고 깊게, 포르쉐 타이칸

시작부터 그랬습니다. 브랜드 최초로 순수 전기 스포츠카를 선보일 때, 처음이라고 해서 과격함은 없었잖아요. 부드러운 선으로 유려한 라인을 그려냈고 새로운 장에서도 고유의 디자인을 계승했죠. 4년 만에 마주한 변화에서도 투 머치는 없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이어갈 뿐.

새로운 헤드라이트와 테일라이트는 부드러움 속에서 날렵함을, 새로운 프런트 윙과 평평한 헤드라이트는 낮고 넓은 스탠스를 더욱 강조합니다. 실내에선 이전보다 최적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계기판을 비롯해 중앙 및 동승석 풀 디지털 디스플레이에서 구현됩니다.

안팎의 모양을 바꾸기보단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한 듯 신형 타이칸의 변화는 보기에 크지 않습니다. 체감되는 그 폭은 다릅니다. 늘어난 주행거리. 이를 지원하는 빠른 충전과 높아진 출력 그리고 향상된 가속력까지, 포르쉐 E-퍼포먼스는 새로운 정점에 도달한 걸까요.

항속 거리는 이전 모델 대비 65% 증가했습니다. 800만 원이 넘는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 옵션이 탑재된 타이칸 기본형 모델 기준 인증받은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500km. 배터리는 LG 에너지솔루션의 제품으로 용량은 105kWh. 타이칸 4S, 타이칸 터보, 타이칸 터보 S는 각각 477km, 430km, 425km로 인증받았습니다.

(모델에 따라) 200km 가까이 항속 거리가 늘어난 드라마틱한 변화입니다. 이전 수치가 워낙 낮았기 때문인지 체감되는 건 큰데요, 단순히 배터리 용량이 증가해서 주행 거리가 늘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포르쉐코리아의 설명입니다. 물론 용량이 조금 더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에어로다이내믹스를 비롯해 구름 저항 감소, 회생 제동 향상 등 다른 요인들의 역할이 더 컸다고 합니다.

다음은 충전 속도. 800V 전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작된 배터리는 최대 320kW로 충전이 가능합니다. 이전보다 50kW 증가한 수치입니다. 새로운 퍼포먼스 배터리의 급속 충전 기술이 개선되어 300kW 이상의 충전 용량을 최대 5분 동안 유지하는 등 낮은 온도에서도 더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배터리 온도가 15도인 상태라는 단서조항이 있긴 합니다만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이전 보다 50%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37분에서 18분으로. 고속으로 달리다가 감속할 때 회생 제동 용량은 290kW에서 400kW로, 30% 이상 증가했다네요. 새롭게 개발된 휠은 공기역학적으로 한층 더 최적화됐고요.

타이칸 후륜에 장착된 새로운 전기 모터는 크기를 줄이고 10kg 가벼워졌습니다. 성능은 올라갔지만요. 배터리에 따라 성능은 달라집니다. 퍼포먼스 배터리(89.0kWh)를 장착한 타이칸 기본형의 최고 출력은 408마력(300kW), 최대 토크는 41.8kg.m.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105.0kWh) 모델의 최고 출력은 435마력(320kW), 최대 토크는 42.8kg.m입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까지 걸리는 시간은 4.8초. 이전보다 0.6초 단축됐습니다.

현재 타이칸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터보 S의 최고 출력은 570kw(775마력), 최대 토크는 113.2kg.m. 0-100km/h 도달까지 2.4초가 소요됩니다. 런치 컨트롤과 함께 오버부스트 출력으로 최대 700kW(952마력)을 발휘합니다. 참고로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가 장착된 모델은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의 새로운 푸시-투-패스(push-to-pass) 기능으로 10초 동안 최대 70kW의 부스트 효과를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타이칸의 모든 모델에는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새로운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Porsche Active Ride) 서스펜션은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고요. 가격은 1180만 원. 타고 내일 때 차체 높이 조절하고 코너를 돌 때 차를 안쪽으로 기울이거나 가속 혹은 제동 상황에서 차의 앞뒤 차축 높이를 변경해 운전자에게 가해지는 힘을 줄인다네요. 더불어 노면 충격 흡수는 물론 역동적인 주행에서 휠 하중을 균형 있게 분배해 접지력을 높이고 보통의 상황에선 피칭과 롤링 현상도 적극적으로 보정하고요. 그래서 포르쉐는 고속 주행 중 제어와 제동 그리고 승차감 측면에서 만족감이 높을 거라고 말합니다. 다이내믹과 컴포트 사이의 스펙트럼을 넓히되 둘 다 놓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추가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에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300만 원)도 있습니다. 타이칸 터보 S에는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코너를 돌 때뿐만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보다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주차도 쉬워지고요. 자동 주차 보조 장치, 파크 어시스트, 서라운드 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변경 및 교차로 어시스트 등 여러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기본입니다.

전기 스포츠카의 성능과 효율에 집중하며 일시적인 자극보다 깊은 맛을 택한 신형 타이칸. 시작 가격은 부가세 포함 1억 2990만 원입니다. 타이칸 4S는 1억 5570만 원, 타이칸 터보는 2억 980만 원, 타이칸 터보 S는 2억 4740만 원부터.

순수하고 강렬하게, 폭스바겐 더 뉴 투아렉

플래그십 모델의 덕목은 호시우행이라는 걸 잘 아는 듯합니다. 변화를 예리하게 읽어내지만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가벼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보여줬던 진중함 그대로 이번 부분 변경에서도 투아렉은 날카롭고 신중하게 완벽함을 향해 나아갑니다.

외형적 변화는 브랜드 특유의 간결함에 요즘 것을 더한 듯 익숙하면서도 신선합니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밝게 빛나는 LED 라이트 스트립과 브랜드 최초로 ‘Three eyes’ 디자인이 적용된 헤드라이트는 이번 부분변경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헤드라이트는 3만 8000개 이상의 인터랙티브 LED가 속도, 카메라,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주행 정보를 종합해 만들어내는 최적화된 빛으로 시인성을 높입니다. 폭스바겐은 IQ.라이트 H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지능적인 라이팅 시스템은 주행하고 있는 혹은 변경할 차선에 조명 카펫(Carpet of Light)을 활성화하고 차선 변경을 할 때 차가 감지될 경우 빛을 비춰주거나 운전자를 반겨주고 배웅해 주는 등 안정성뿐만 아니라 심미적 만족감도 선사합니다. 테일게이트를 가로지르는 LED 라인과 ‘L’ 형태의 LED가 어우러진 LED 컴비네이션 램프 또한 시각적 매력을 끌어올리죠.

실내에서도 기교 대신 기능에 집중해 만족감을 높이는데요. 주인공은 이노비전 콕핏. 12인치 디지털 콕핏과 15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그리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구성됩니다. 스마트폰 무선 앱 커넥트, 제스처 컨트롤, 한국형 내비게이션 등 편의성을 높이는 기능들을 운전자 중심의 직관적인 형태로 구현된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50여 년 역사의 덴마크 프리미엄 스피커, 다인오디오의 컨시퀀스 사운드 시스템도 마찬가지. 16채널 앰프와 12+1 스피커 그리고 서브 우퍼는 730W 출력으로 차급에 걸맞은 무게감 있는 음향을 선사한다는 게 제조사의 설명. 옵션이 아니고 기본 품목입니다. 이와 함께 소프트 도어 클로징과 2열 도어 커튼도 추가됐고요.

파워 트레인은 V6 3.0 TDI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의 조합으로 최고 출력은 286마력, 최대 토크는 61.2kg.m. 1750rpm부터 3250rpm까지 넓은 영역에서 발휘되는 최대 토크로 어디서나 막힘없이 달릴 수 있다는 건 장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200kg이 넘는 무게임에도 복합 연비가 10km/L 이상이라는 것도.

디젤 엔진답게 트윈 도징 테크놀로지 역시 빠지지 않았습니다. 두 개의 SCR(선택적 환원 촉매)이 장착된 것이 특징인 이 기술에서 핵심 중 하나는 하부에 위치한 촉매 컨버터입니다. 엔진과 멀리 떨어져 있어 상부의 배기가스 온도를 100도 이하로 낮출 수 있는데요. 덕분에 배기가스 후처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암모니아가 필요 이상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막아준다네요.

주행 모드에 따라 차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은 댐핑압과 서스펜션 상태를 조정해 보다 나은 승차감을 구현합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기본. 더불어 올 휠 스티어링도 기본으로 적용되는데요. 37km/h 이하에서 앞바퀴와 뒷바퀴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여 좁은 길에서 코너링이나 유턴을 보다 수월하게 해줍니다. 37km/h 이상의 속도에선 앞바퀴와 뒷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회전해서 주행 안정성을 높이고요.

브랜드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IQ. 드라이브도 기본 탑재됩니다. 교차로 교통상황을 감지해 전방 사각의 위험을 경고하고 필요시 차를 세우기도 합니다. 설정한 거리와 속도에 맞춰 주행을 도와주거나 전후 측면에서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통해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여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감정을 가라앉히는 더딘 변화라 해도 과하지 않고 순수하기에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더 뉴 투아렉. 세 번째 세대의 부분변경을 거친 신형 투아렉의 가격은 1억 99만 원입니다. 실내외 디테일이 달라지는 R-Line은 1억 699만 원.

글 이순민
사진 Porsche Newsroom, Porsche Korea, Volkswagen Newsroom, Volkswagen Korea

이순민

royalblue@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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