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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티구안 올스페이스 2.0 TSI Prestige를 장기간 시승했다. 때는 2000년대 후반, 폭스바겐은 자사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활용하여 새로운 도심형 SUV를 기획한다. 그 디자인은 호랑이와 이구아나에 영감을 받았으며, '티구안'이라는 이름이 지어진다. 티구안은 선도적인 독일 자동차 산업의 안정성과 기본기로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특히 1세대 티구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한국 시장에서도 '입문형 수입차'라는 명목에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2세대 티구안이 공개된건 2015년이다. 폭스바겐의 범용 전륜구동 플랫폼 MQB를 기반으로 설계되었고, 직선 위주의 차세대 디자인 언어가 접목된다. 당대 디젤게이트의 여파로 한국 시장에서는 2018년부터 정식 출고가 이뤄진다. 이번 시승차량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티구안의 롱바디 모델이다. 단지 길이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옵션, 무엇보다 7인승 형식으로 출고할 수 있다는 차별점이 있다. 원래 1세대 티구안은 별도의 파생 모델이 없었지만, 2세대부터는 티구안과 티구안 '올스페이스'가 분리되어 한국시장에서 판매되는 중이다.

원래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차량 크기를 중요시 여기는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기획된 바 있다. 실제 북미 시장에서는 올스페이스가 표준형으로 판매된다. 전통적으로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도 북미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특히 '큰 차'의 판매 비중이 높은 한국이다. 도심형 SUV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넓은 공간과 실용성을 앞세우는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시장 관심도는 높을 수 밖에 없었다. 2024년부로 국내 시장에는 2.0 TSI 가솔린, 고사양 옵션이던 '프레스티지' 단일 등급으로만 시판중에 있다.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직선 위주의 깔끔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특별한 개성이나 화려함이 느껴지진 않더라도, 누군가가 아쉬움을 품을만한 디자인이 전혀 아니다. 예리한 크롬 라인으로 장식된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정교한 그래픽의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를 보면 특유의 정교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티구안 기본 모델과 다르게 올스페이스는 범퍼 형상이 더욱 입체적이다. 넓은 크기의 에어인테이크과 검은색 가니시로 장식되어 있다. 두꺼운 에이프런이 SUV다운 인상을 남기기도 하며, 적절한 무게감을 심어준다.

측면 디자인도 큰 특징없이 무난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래도 정교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헤드램프의 DRL 끝부분이 측면 캐릭터라인과 연결되는 프로필이다. 그리고 캐릭터라인의 시작점에는 '올스페이스' 엠블럼이 부착되어 있다. 캐릭터라인에는 도어캐치까지 일체화하여 간결함을 더한다. 측면 창은 벨트라인을 낮게 배치하여 실내 개방감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사이드미러의 포인트 컬러는 고급감을 더해준다. 휠 크기는 19인치, 원형의 휠아치와 두꺼운 언더커버가 감싸다보니 그 크기가 작아보이기는 한다.

후면 디자인까지 무난함이 느껴진다. 측면 캐릭터라인은 테일램프와 연결되며, 테일램프도 직선 형태의 디자인으로 유사한 스타일링을 이어간다. 특징이라면 'ㄱ'자 형태의 그래픽이다. 특히 순차점등 방식의 웰컴 라이팅 기능이 마음에 들었다. 거주성을 중시여기는 SUV답게 리어 윈드실드 면적도 넓은 편이다. 리플렉터는 범퍼 밑부분에 일자형태로 부착했으며, 머플러팁 형상의 장식물도 구성된 모습이다. 티구안 표준 모델에 비해 전장이 30CM가량 길다고 하지만, 생각처럼 휠베이스나 오버행이 길어보이진 않았다.

실내 디자인이다. 부분적으로 현대화를 거쳤지만, 레이아웃 자체가 다소 올드한 느낌은 있다. 그래도 사용성이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차량에 포함된 많은 기능들을 전부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었다. 장비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디지털 콕핏과 9.2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서라운드 뷰와 파크 어시스트 등 첨단 장비까지 모두 탑재되어 있다. 1열 통풍 열선 시트는 기본, 운전석은 전동 메모리 기능까지 포함된다. 인테리어를 마감하는 우드트림 소재와 30색상 엠비언트 라이트, 그리고 D컷 스티어링 휠이 스타일을 더해준다.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강점은 여유로운 2열 공간이 아닐까 싶다. 우선 압도적인 넓이의 파노라마 선루프가 심리적인 개방감을 더해준다. 2열 시트는 슬라이딩 기능으로 레그룸을 확장할 수 있고, 등받이 각도도 수동식으로 조절 가능하다. 시트 열선과 독립 공조 기능을 포함한다. 무엇보다 트렁크 공간이 기대 이상으로 넓다. 3열 시트가 깔끔하게 수납되어 있다. 3열 좌석도 2열 좌석을 앞으로 밀어낸다면 나름대로 쓸만한 거주 공간이 나타난다. 2열과 3열 시트 배치의 자유로움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기본적으로 1열 시트포지션이 높게 세팅되어 있다. 사이드미러나 A필러 사각지대도 위험하지 않은 편이고, 360도 초음파 센서가 적용된 만큼 확실히 시야 확보와 안전에 초점을 둔 차량이라고 느껴진다. 가솔린 SUV인 만큼 엔진 질감도 정숙하고 부드러운 편이다. 전반적인 승차감은 안정감에 초점을 둔듯 약간의 탄탄함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요철이나 과속방지턱같은 노면 충격에는 꽤나 부드럽게 대응해주는 편이었다. 딱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은 하체 세팅에서 많은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고 느꼈다.

시승 차량에는 배기량 2.0L급 가솔린 엔진이 적용된다. 과급장치로 싱글터보가 구성되며 최고출력 186HP, 최대토크 30.6kg.m 수준의 넉넉한 파워를 갖춘다. 공차중량은 1752Kg,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가 채택되며 공인연비는 10.1km/l로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참고로 국내에는 전륜구동 사양만 수입된다. 엔진과 파워트레인은 수치상으로 '효율'과 '출력' 어느 한쪽으로 편향된 세팅이 아니다. 실제 주행을 하면서 '연비'에 신경을 쓴다면 공인 연비보다 높은 수준으로 기록된 반면, 마음놓고 엑셀을 밟는다면 출력에 대한 갈증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발진감이 일반적인 가솔린 차량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디젤 엔진을 대체하는 만큼 변속기와 초반 토크를 높게 세팅한듯 하며, 실제로도 고속보다는 저속에서의 펀치력이 튕겨나가듯 강하게 느껴졌다. 만약 드라이브 모드를 에코로 세팅한다면 그런 튀어나가는 감각이 다소 억제되긴 한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조금 더 경쾌한 엑셀 반응과 토크 중심의 변속기 반응이 느껴진다. 단, 사운드나 주행 세팅 측면에서 모드에 따른 차이가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단지 주행습관에 따라 가속감이나 실연비가 정직하게 반응하는 감각이었다.

기본적인 스티어링 감각이 묵직하다. 때문에 스포츠 모드에서도 감도가 더 무거워지긴 해도 큰 차이로 느껴지지 않는다. 묵직한 스티어링 감각은 고속에서 확실한 이점이 된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급선회를 해도 자세가 바로잡혀있는 안정감이 들고, 그만큼 핸들링에도 즉답적으로 반응하는 편이다. 그런 '기본기'가 양산차로서 폭스바겐 브랜드의 강점이라고 느꼈다.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같은 부분은 딱 대중형 SUV답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훌륭하다고 느껴지지 않고, 또 나쁘지도 않다. 그나마는 오디오 성능이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을 채워준다.

주행을 해보면 전폭대비 전장이 길다는게 체감된다. 회전반경 보다는 후진 주차를 할때 리어 오버행의 길이가 예상보다 길게 느껴진다. 대신 파크 파일럿 기능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해주기 때문에 주의만 기울인다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 기본 장비로 제공되는 트래블 어시스트는 정차후 재출발까지, 안정적인 주행보조를 지원한다. 스마트폰 무선 미러링까지 지원되기 때문에 차량에 대한 적응이 정말 쉬웠다. 오랜기간 시승하면서 이따금 사소한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은 차량은 흔치 않았다.

서론부터 꾸준히 강조해오기는 했지만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강점은 넓은 실내 공간과 개방감이다. 7인승 차량이 필요한 소비자에겐 불가피한 선택지일 수 있지만, 드넓은 트렁크 공간 자체가 활용도가 뛰어난 편이다. 3열 시트는 물론 2열까지 평탄한 시트 폴딩이 가능하다. 특히 '차박' 여행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전폭대비 전장이 넓은 티구안 올스페이스 차량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넓은 공간과 파노라마 선루프로 진정한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다. 함께 장거리 주행에도 안정적인 승차감과 주행 보조 장비는 넓게보면 탑승자의 '안전'까지도 책임지는 셈이다.

티구안 올스페이스를 장기간 시승했다. 폭스바겐은 브랜드의 권위보다도 친숙함을 앞세우는 기업이다. '자동차'라는 대상보다도 '자동차와 삶'을 염두에 둔다. 눈에보이는 화려함보다는 편의와 안전, 가격 등 '기본기'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이다. 수입차라는 특성상 마냥 대중적인 브랜드는 아니지만, 차량에 탑승한다면 쉽게 적응되고 편안하다는 느낌이 쉽게 와닿을 것이다. 그런 브랜드의 성격을 바탕으로 하여금, 티구안은 여유로운 시야와 공간감을 강조하는 차량이었다. 그저 도심형 SUV의 정석으로 받아들여 진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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