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3 유현태
벤틀리 더 뉴 플라잉스퍼 스피드 공개 행사에 참석했다. 9월 10일 온라인 공개 이후, 대한민국에서 전세계 최초로 실물이 공개된다. 벤틀리는 영국 태생 브랜드로서 현재는 폭스바겐 AG 산하에 있지만,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 시장을 대하는 자세가 진중하다. 지난해 벤틀리 모터스는 약 1만 3천 여대의 신차를 판매했으며 그 중 800대 가량이 대한민국에 인도된 바 있다. 아태 지역은 2년 연속 1위, 한국이 글로벌 시장 판매량 5위이라는 놀라운 수요다. 그 중 플라잉스퍼는 349대, 가장 높은 비중으로 판매되었다.
정리하자면 '플라잉스퍼'의 주 무대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다. 플라잉스퍼는 벤틀리의 대형 쿠페 '컨티넨탈 GT'와 디자인을 공유했던 대형 세단이다. 기존 플래그십 세단이었던 '뮬산'에 비해서는 보다 역동적이고 캐주얼한 디자인으로 '하이엔드'급 패밀리 세단을 찾던 부유층들에게 사랑받는 자동차가 된다. 이번 4세대 더 뉴 플라잉스퍼는 2019년 출시되었던 3세대 플라잉스퍼의 플랫폼을 유지하는 대신, 디자인과 퍼포먼스에 '스피드 DNA' 를 강조한다. 고출력 PHEV 시스템을 채택했고, 퍼포먼스 액티브 섀시 기본화 등 차이가 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플래그십 세단'을 벤틀리 타워 서울에서 공개했다. 비단 '풀체인지'라 하기에는 교체주기가 짧았고 외모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하이엔드'급 브랜드에 가까워질 수록 외관 디자인보다는 내실을 가꾸는 것이 우선시 되는 법이다. 기존 고객에 대한 예의와 기술 개발에 대한 격식을 차리는 것, 그리고 벤틀리는 장인정신을 토대로한 비스포크 서비스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시기이다. 진정한 '고객 만족'을 우선시 여기며, 같은 차종이라도 무한한 차별화 가능성을 제공한다. 함께 탄소배출량 저감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더 뉴 플라잉스퍼 공개에는 1939년형 벤틀리 '마크 V'가 함께 전시되었다. 최상의 품질을 자신하는 벤틀리 '크루' 공장 설립이전 '더비' 공장에서 제작된 최후의 럭셔리 카였다. 당시 마크 V는 혁신적인 차체 강성과 섀시구조로 설계된 ' 고요한 스포츠카' 라는 별칭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중 차대번호 'B-32-AW' 모델이 함께 전시된 차량, 11대가 생산되어 7대 만 보존되고 있는 더비 공장의 유산이다. 원래는 2도어 쿠페로 계약되었지만, 태평양 전쟁에 의한 생산 차질을 겪으며 '4도어 스포츠 살룬'으로 완성되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서려있다.
결과적으로 2024년 9월 최초 공개되는 더 뉴 플라잉스퍼가 그 연혁을 이어받는다. 대략 80년전의 자동차는 더더욱 까로체리아 들에 의해 수공과정으로 제작되는 '명품'이었다. 자동차 산업을 흔들었던 포디즘과 슬로니즘의 압박에도, 그 장인정신이 훼손시키지 않은 현대시대의 '명품' 역시도 벤틀리가 담당한다.특히 런칭 행사에서는 더 뉴 플라잉스퍼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울트라 퍼포먼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슈퍼카 급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지니면서도, 고급감과 안락함을 겸비하는 '그랜드 투어링 세단'의 정점에 이른다.
서론에 작성한 내용처럼 디자인은 이전 세대 플라잉스퍼와 유사하다. 모노 프레임 그릴과 쿼드 램프를 중심으로 한 레이아웃은 이미 완벽에 가깝게 다듬어졌다. 대신 '스피드' 브랜드의 DNA가 세련미를 더욱 돋보이도록 한다. 메시 타입 그릴 패턴, 입체감과 스커트가 강조된 범퍼, 그리고 무게감을 더하는 '다크 틴트 컬러' 마감이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지향한다. 실물로서 전해지는 그 웅장함은 주변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윤곽이 바로잡혀 있는 정교한 바디라인과 노즈 끝단을 자식하는 스탠딩 엠블럼, 모두 플래그십 세단만의 격식을 나타내 준다.
그런 격식을 품은 정교함은 측면 디자인에서도 유지된다. 헤드램프를 넘어 리어 도어까지 연결되는 캐릭터 라인은 한껏 강조되어 있는 웨이스트 라인으로 전환된다. 컨티넨탈 GT '쿠페'의 역동성이 전해지지만, 격식을 갖춘 C필러 디자인과 뱅글 부트 라인은 세단의 고전미를 보여준다. 그리고 22인치 휠은 묵직한 차체의 스탠스를 완성한다.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리어 엔드는 큰 과시가 없는 진중함이 매력이다. 벤틀리 레터링조차도 과시적으로 나열하지 않지만, 그 분위기만으로 주변을 압도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고급스러운 소재와 첨단 인포테인먼트의 이상적인 조화를 보인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로테이팅 방식으로 작동하는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는 우드트림이 노출되며 아날로그 한 감성을 자극한다. 실내를 장식하는 컬러 스트립이나 투톤 가죽 등 장인 정신이 담겨 있는 컬러 매칭은 '뮬리너'를 통해 수백억 가지 조합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메인 가죽 컬러만 해도 22가지, 여담으로 외관 컬러만 해도 101가지라고 알려진다. 새롭게 디자인된 3D 다이아몬드 시트 퀼팅과 도어 트림 마감도 섬세함의 극치에 가깝다.
풀체인지 이후 새로운 인스트루먼트 그래픽이 적용된다. 인테리어 레이아웃도 기존과는 동일하지만, 부분적인 차별화를 거친 셈이다.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웰니스 시팅 스펙'을 선택 사양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이는 전 좌석 시트 표면의 온도와 습도까지 모니터링하고, 미세한 자세 조정 프로그램으로 탑승객의 피로도를 최소화 한다. 실내 공기 청정은 물론, 기본 1500W B&O 오디오는 전시 차량처럼 2,200W 출력의 'Naim'오디오로 변경할 수 있다. 영국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19개의 스피커와 액티브 베이스 트랜스듀서로 최상의 음질을 확보했다.
2열 공간도 단언 최고의 편의성을 제시한다. 전동 리클라이닝과 메모리 기능을 지원하는 2열 시트는 도어트림의 버튼에서 조작할 수 있다. 센터 콘솔에는 2열 공조 제어를 위한 조그마한 스크린이 마련되어 있고, 컵홀더는 암 레스트에 통합되어 있다. 이 암레스트가 두터워 편안한 시트 포지션을 구현해 준다. 포근한 감각의 헤드레스트도 특징, 섬세함을 과시하는 3D 패턴과 컬러 포인트는 뒷좌석도 같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부분은 트렁크, 철저한 방음처리와 고사양 오디오를 탑재하고도 넉넉한 전폭과 깊이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렇듯 더 뉴 플라잉스퍼 '스피드'는 보다 무게감 있고 세련된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다. 앞서 가장 차별화된 사양으로 소개했던 '울트라 퍼포먼스 하이브리드'는 PHEV 방식이라고 언급했다. 전기 모터만 190마력 45.8KG.m의 파워를 발휘하며, 베이스가 되는 4.0L 급 V8 트윈터보 엔진은 600마력의 최고출력을 품었다. 기본적으로 네 바퀴를 굴리는 하이브리드 엔진은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로 연결된다. 그 즉답적인 반응성으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5초에 불과하다. 공차중량이 약 2.65톤인데 가히 놀라운 성능이다.
시스템 최고 출력은 782마력, 최대 토크는 102.05kg.m이라 한다. 이는 W12 엔진과 비교했을 때 각각 19%, 11% 향상된 수치라고 했다. 반면 탄소 배출량은 감소하는 효과, V8 엔진은 크로스-플레인 구조를 새로 채택하여 연료 분사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PHEV답게 별도 EV 모드를 지원한다. 시속 140Km까지 순수 EV로 구동 가능하며, WLTP 기준 76km의 항속거리를 가진다. 배터리 용량만 해도 25.9Kwh, 완전 충전까지는 대략 110분이 소요된다고 하여 이는 PHEV 치고도 충전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
높은 출력만으로는 '하이 엔드'를 정의할 수 없다. 더 뉴 플라잉스퍼가 지닌 또 하나의 강점은 차세대 '퍼포먼스 액티브 섀시' 기본화다. 이는 48V 액티브 롤 시스템, 두 개의 밸브를 지닌 댐퍼와 전자제어식 LSD, 그리고 올 휠 스티어링과 센터 디퍼렌셜 등을 총합적으로 제어하는 차세대 ESC 컨트롤 기능이다. 플라잉스퍼의 전후 무게 배분은 48.3: 51.7, 능동형 토크 벡터링 기능은 각 현가의 댐핑 압력과 리바운드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며 이상적인 핸들링과 승차감을 제공할 수 있다. 전륜 브레이크는 무려 10P 시스템이 채택되었다.
그저 세단의 '이상'만을 품고 있는 더 뉴 플라잉스퍼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4-도어 그랜드 투어러'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지속 가능한 럭셔리'라는 자동차 산업의 숙명을 자진하고 있다. 핵심은 '친환경'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옵션'사항으로 무공해 주행이 가능하지만,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서는 장르를 초월하는 주행성을 누릴 수도 있다. 환경 규제라는 것은 고객이 아닌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더 뉴 플라잉스퍼는 스피드와 함께 '뮬리너' 사양도 별도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벤틀리 서울의 더 뉴 플라잉스퍼 런칭 행사에 자리했다. 하이엔드급 세단 중 유일하게 누적 2000대 판매를 돌파했다는 플라잉스퍼였다. 놀라운 성과라 하나, 프리미엄급 수입차 시장 규모와 대조하자면 역시 하이-엔드의 진입장벽은 굉장히 높다. 그 희소성과 특권이 벤틀리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강화해 주는듯하며, 그런 한국 시장을 대하는 벤틀리 모터스의 예우도 인상적이다. 더 뉴 플라잉스퍼의 변화는 외모보다는 내실을 가꾸는데 집중했고, 그런 제품성으로 느껴지는 바 꾸준한 인기는 예정되어 있다는 결론이다.
더 뉴 플라잉스퍼의 기본가는 3억 7570만 원, 퍼스트 에디션 모델은 4억 4190만원으로 책정된다.
글/사진: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