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1 이순민
르노가 내년에 전기차 세닉을 한국에 출시한다고 합니다. 세닉을 시작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점차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파브리스 캄볼리브 르노 브랜드 최고경영자는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로 구성된 르노의 전동화는 전략적 요충지인 한국에서도 유효하며, 브랜드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선보이겠다고 말했거든요.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전동화를 이뤄나가겠다는 건데요. 전기차는 B와 C 세그먼트에서 경쟁할 수 있는 모델 중심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차의 국내 출시도 기대해 볼 만하지 않을까요? 어려우려나.
일렉트릭 이전에 오리지널
30년 동안 100개 이상의 나라에서 800만 대 이상 팔린 브랜드의 베스트셀링 모델, 르노 4. 르노는 이 차를 자유의 상징으로 소개합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그리고 어떤 목적에도 맞는 자동차라는 의미에서요.
1950년 대 중반 즈음, 당시 업계의 주류와 다른 색다른 무언가를 원했던 피에르 드레퓌스 르노 CEO. 그는 빠르게 변하는 사회 흐름에 맞춰 자동차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다루기 쉬우면서 기능적인 즉, 다목적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마치 청바지처럼요. 그렇게 탄생한 르노 4는 1960년대 이르러 도시의 성장, 중산층의 등장, 여성의 새로운 역할 등 광범위한 사회 변화에 따라 도시와 농촌, 평일과 주말, 일과 여가,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한 자동차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모터스포츠와 랠리에서도 이름을 알렸고요.
30여 년 전 끊겼던 이러한 다재다능함을 이어가되 요즘 것도 더한 게 바로 르노 4 E-Tech 일렉트릭입니다.
뉴진스
르노 4 E-Tech 일렉트릭은 앞서 공개된 르노 5 E-Tech 일렉트릭과 동일한 AmpR 스몰 플랫폼에 기반합니다. 두 차는 구성 요소의 68%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AmpR 스몰 플랫폼은 소형 전기차를 위해 설계된 것으로 기존 CMF-B EV 플랫폼의 개선형입니다.
두 가지 배터리 옵션 중 하나인 '컴포트 레인지'는 52kWh 리튬이온배터리와 110kW 모터(150bhp/245Nm)가 결합되어 WLTP 기준 완충 시 최대 400km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8.5초. 최고 속도는 150km/h. 100kW 급속 충전으로 배터리 15%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30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어반 레인지'엔 40kWh 배터리와 90kW 모터(120 bhp/225Nm)가 들어갑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WLTP 기준 300km. 르노 4 E-Tech 일렉트릭은 원 페달 드라이빙을 지원하는 르노의 첫 모델이기도 합니다. 18인치 휠이 기본이고 히트 펌프, V2L, V2G 기능을 지원합니다.
길이는 4.14m, 너비는 1.80m, 높이는 1.57m. 휠베이스는 2.62m입니다. 길이에서 약간 차이가 나지만 기아 셀토스와 비슷합니다. 르노 5 E-Tech 일렉트릭보다 220mm 더 길고 81mm 더 낮습니다. 르노는 도심 주행에 타깃을 맞춘 르노 5 E-Tech 일렉트릭과 달리 르노 4 E-Tech 일렉트릭은 더 넓은 지역과 그곳을 누비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말합니다. 21세기의 새로운 청바지로서 말이죠.
참고로 전륜 서스펜션은 클리오, 캡터, 르노 5 E-Tech 일렉트릭과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에 짧은 기어비(14:5)의 스티어링 시스템을 더해 쉽고 편한 주행에 최적화됐고, 특히 회전 서클이 10.8m로 시내 도로에서 운전이 어렵지 않다는 게 제조사의 설명입니다. 아울러 유연한 댐핑을 통해 한층 부드럽고 편안한 승차감을 실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후륜 서스펜션은 멀티링크 지오메트리를 갖추고 있는데, 르노는 여러 코너에서 더욱 역동적인 성능을 발휘하고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가며 소음도 줄였다고 설명합니다.
뉴트로
오리지널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르노 4 E-Tech 일렉트릭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전면 그릴입니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로장주를 둘러싼 끊기지 않는 하나의 선 때문에요. 르노는 빛이 나는 일루미네이트 서라운드는 르노의 미학, 안전, 하이테크 디자인이 반영된 결과물이며, 움직이거나 정차할 때 독특한 마스크를 만들어 낸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만들기 위해 꽤나 고생했다는 후문입니다. 길이 1.45m의 단일 블록인 일루미네이트 서라운드는 부품이 없어 새로 설계하고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보행자 충격 시 내구성, 강도 및 안전 측면에서도 요구되는 기준을 충족해야 했거든요. 그리고 전체 그릴이나 헤드 램프를 교체하지 않고도 폴리카보네이트 유리만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오프닝 캔버스 루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60년대 르노 4, 특히 플레인 에어 버전에 대한 오마주랄까요. 캔버스 지붕은 3단으로 폴딩 되며 부분적으로 열어 선루프처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열어 길이 92cm, 너비 80cm의 개방감을 즐길 수도 있고요. 좋은 점은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르노의 가상 비서, 리노를 통해 음성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하나 더. 트렁크. 디자인부터 오리지널을 제대로 가져왔는데요. 테일게이트는 후면 범퍼 하단까지 위치합니다. 지면에서 테일게이트가 열리는 부분까지의 거리는 약 60cm. 왜 이렇게 만들었냐면 실용성과 개방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넓고 높은 입구에 420L의 용량을 낭비 없이 꽉꽉 채워 넣으라는거죠. 불편함없이. .
뉴테크
실내는 한층 더 현대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 중심엔 듀얼 스크린이 있습니다. 10.1인치 디지털 계기판(엔트리 레벨 모델은 7인치)은 주행 정보를 표시하고, 10인치 중앙 멀티미디어 스크린은 구글이 내장된 OpenR Link 시스템을 구현합니다. 구글이 내장된 멀티미디어 시스템과 OpenR Link는 다양한 앱은 물론 지속적인 업데이트도 지원한다네요. Amazon Music, Waze, SongPop, L'Equipe 등등 여러 앱을 통해 충전 중에도 음악, 스포츠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즐기는 거죠.
EV 루트 플래너도 있다는데요. 이걸 통해 충전이 필요한 때에 가까워질수록 배터리의 사전 컨디셔닝을 활성화해 최적의 온도로 미리 맞추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충전 시간, 사용 가능한 전력, 도착 시 배터리 전력 비율과 같은 정보는 중앙 멀티미디어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고요.
프랑스에선 르노 4 E-Tech 일렉트릭를 통해 르노와 라디오 프랑스와의 독점 파트너십에 기반한 온보드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라디오 프랑스는 르노를 위해 특별히 엄선된 편집 콘텐츠와 함께 온보드 경험 전용 앱을 제공할 거라고 하네요. 덕분에 르노는 새로운 라디오 프랑스 앱을 구글 플레이에서 선보이는 최초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된다고 하는데요. 자동차가 공간으로서 활용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요즘, 고품질 온보드 콘텐츠와 향상된 사용자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르노의 전략은 매력적으로 다가오네요.
아무튼 르노 4 E-Tech 일렉트릭은 내년 유럽 출시 예정입니다. 가격은 공개 전인데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UK)는 시작 가격을 3만 파운드(약 5300만 원)로 예상하더군요.
과거와 현재를 이븐하게 버무린 르노의 전기차. 국내 출시와 관련해서 아직까지 전해진 바는 없습니다.
글 이순민
사진 Renault Media Website, Renault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