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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 4 시승 행사에 참석했다. 폴스타는 스웨덴 볼보에서 분사한 전기차 전문 '디자인 리딩' 브랜드로 알려진다. 원래는 볼보의 고성능 라인업을 담당했지만, 현재는 독립된 차종과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무엇보다 기업 총책임자가 디자이너 출신인 것으로 유명하다. 자동차 기업에서는 이례적이며, 그만큼 스타일링과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진취적인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라 볼 수 있다. 그중 폴스타 4는 중형 SUV 포지션을 담당하는 브랜드의 핵심 차종이 된다.

시승에 앞서 폴스타 4 차량에 대한 간단한 PR이 진행되었다. 폴스타는 그룹 내 'SEA'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초고강도 강철 소재의 차체를 가졌으며,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배터리 팩을 보호하고 있다. 배터리셀은 NCM523, 셀투팩 설계를 통해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킨다. 폴스타는 2025년까지 4대의 차종 라인업을 보유하게 될 예정이며, 2025년 '4'의 한국 부산 공장 생산도 예정하는 중이다. 향후 출시될 폴스타 5와 6는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개발되는 중이라고도 한다. 점차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폴스타다.

폴스타 4는 형식상 중형 SUV로 구분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쿠페형 SUV'라 볼 수 있으며, 실제 첫인상은 세단에 가까웠다. 그야말로 모든 장르의 장점을 섞은 '크로스오버'에 가깝다. 형식상 SUV의 넉넉한 전고와 공간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패스트 백 타입으로 내려앉은 루프라인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안락한 2열 거주성이라는 '세단'의 이점까지 보유하고 있는 셈이었다. 루프레일을 2열 헤드룸 뒤편까지 밀어낸 것, 대신 단점으로 파생될 수 있는 답답한 후방 시야는 GENTEX 사의 '2세대 디지털 룸미러' 와 오염 방지 설계를 통해 해결하게 된다.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폴스타만의 시각이다. 구동방식은 싱글 후륜 모터와 듀얼 AWD로 구분되는데, 시승 시점으로는 싱글 모터만 인증을 받은 상황이다. 폴스타는 '익스클루시브' 브랜드를 지향하며, 기본 모델에 선택 옵션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차량을 선택할 수 있다. 국내 출시 사양은 RWD와 파일럿 패키지가 기본, 서라운드 뷰 카메라와 첨단 ADAS 기능을 포함하여 6690만 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대로 시작한다. 아울러 시승차량에는 '플러스 패키지'와 '나파 업그레이드' 옵션이 추가되어 있도록 배정을 받았다.

4는 폴스타의 차세대 패밀리룩이 적용된 국내 최초의 모델이기도 하다. 그 핵심은 '듀얼 블레이드' 램프였다. 헤드 램프가 상하단으로 분리되며, 날카롭고도 미래적인 인상을 남긴다. 노즈가 낮게 깔려있는 차체 실루엣은 더욱 스포티한 분위기를 구현해 준다. 특히 윤곽선을 중심으로 음영 대비가 강조되는 디자인은 전기차이기에 가능한 디자인에 가깝다. 차체 색상과 동일한 엠블럼이 특징적이며, 나름 SUV인 만큼 차체 하부를 보호하는 스키드 플레이트가 부착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간결하지만 상징성을 잘 살려낸 외관이었다.

쿠페형 SUV라 할지라도 전고가 굉장히 낮아 보인다. 측면 디자인을 바라보아도 벨트라인을 낮게 배치한 모습이고, 두꺼운 하단 가니시로 인해 차체 면적이 더욱 좁아 보이는 경향이 생긴다. 서론의 내용처럼 리어 루프 레일이 뒤쪽으로 밀려있다 보니 천장의 길이가 긴 편이다. 그와 함께 웨이스트 라인과 윈도우 몰딩은 뒤로 갈수록 경사가 높아지고, C필러 라인이 곡선형으로 타이트하게 마감된다. 전기차의 거주성과 시각적 역동성 모두를 살리기 위한 디자인으로 받아들여진다. 바디 컬러 클래딩이나 21인치 휠도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정말 미래에서 온 듯 간결한 인상을 남기는 후면 디자인이다. 천장을 감싸는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가 리어 스포일러까지 연결된다. 그리고 보통은 리어 윈드 실드와 연결되겠지만, 폴스타 4의 경우는 차체 색상과 동일한 리어 패널이 부착되었다. 전면부와 마찬가지로 엠블럼까지 일체화된 차체 색상이 특징인데, 그런 색상 구성으로 인해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테일램프의 그래픽이 더욱 강조되는 느낌이다. 그 자체로 절제 미가 있으면서도 차체의 볼륨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장비였다. 입체감을 품고 있는 범퍼는 전면 디자인과 유사한 형태다.

실내 디자인도 간결하다. 모든 기능들을 통합시킨 15.4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 기반, 한국 현지화 사양으로 티맵 인포테인먼트가 탑재된다. OTA 업데이트도 가능하며, 인 카 페이먼트 시스템 등 호환성이 뛰어났다. 주행 중에 차량 세팅이나 공조 장치, 여타 편의 장비들도 전부 센터패시아를 통해 조작하게 된다. 대신 디지털 클러스터는 10.2인치 크기인데, D 컷 스티어링 휠 틈으로 딱 눈에 들어오는 규격이었다. 기어 레버는 칼럼 방식, 턴 시그널은 일반적인 레버 타입이며 비상등은 오버헤드 콘솔에 배치된다.

실내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태양계를 형상화한 앰비언트 라이팅이다. 특히 도어트림 패널과 조명이 근사하고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어준다. 실마감 품질이나 공간 활용성 전부 준수했다. 특히 시승차량은 '플러스 패키지'가 적용되면서 '미스트 테일러드 니트'라는 재활용 소재가 적용되는데, 그 질감이 꽤나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함께 하만 카돈 프리미엄 사운드와 14.7인치 HUD, 픽셀 LED 헤드 램프, 핸즈프리 전동 테일게이트, 12-WAY 시트 등 옵션이 탑재되었다. 추가로 '나파 업그레이드' 시트는 헤드레스트 스피커와 통풍 마사지 기능이 들어간다.

플러스 패키지는 2열 공간을 위해서라도 추가하길 권장하는 옵션이다. 2열 컨트롤 스크린과 시트 열선, 독립 공조 등 편의 장비가 추가된다. 무엇보다 27~34도까지 조절 가능한 전동 리클라이닝 시트는 동급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능이다. 넉넉한 레그룸과 컴포트 헤드레스트 등 그 자체로도 안락한 거주공간이지만, 글래스 루프와 앰비언트 라이트가 감싸는 실내 공간의 분위기 자체가 매력적이다. 뒷유리가 없어 트렁크 공간 활용성도 더욱 개선되었고, 2열 시트 폴딩 시 최대 1536L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소소하지만 프렁크 공간도 마련되었다.

시승 차량 폴스타 싱글 모터는 200kW급 출력을 갖춘다. 단순 환산 272마력의 힘, 34kg.M 수준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셈이다. 그리고 1단 감속기를 맞물렸다. 공차중량이 2230kg인데 배터리 용량이 100kWh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정한 중량이다. 제로백은 7.1초, 항속거리는 상온 복합 511km로 인증을 받았으며 10~80 % 충전까지는 대략 3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공기저항 계수가 0.261 cd로 SUV 치고 굉장히 낮다. 전기차로서 배터리 용량이나 항속거리는 매우 훌륭한 수준이며, 더욱이 가격대가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엑셀 반응이 즉답적이고 예상보다 부드럽다. 오토홀드는 물론, 크리핑의 강도까지 조절하여 기존 내연기관과의 이질감을 최소화한다. 회생제동은 3단계로 구분된다. 승차감은 다소 딱딱한 편, 전기차라 하더라도 다소 감쇠력이 높은 편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대용량 패시브 댐퍼가 탑재된다고 하며, 실제로 차체를 안정적으로 지지해 주는 느낌은 좋았다. 특히 요철이나 방지턱에서 일시적인 충격은 전달받을 수 있더라도 리바운드 없이 깔끔하게 처리해 주는 움직임이 패밀리카로서 장점일 수 있겠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도 3단계로 조정할 수 있다. 가장 가벼운 세팅에서도 대중적인 승용차보단 묵직하게 조율되어 있다. 최고 Firm 모드에서는 제법 스포티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무거운 조작감을 제공한다. 선회 감각은 약간의 언더스티어로, 체급 대비 긴 휠베이스가 느껴진다. 그래도 전반적인 주행감각이 탄탄하고 흔들림이 완전히 억제된 주행감을 제공하다 보니, SUV보다는 '쿠페'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후륜구동 전기차인 만큼 넉넉한 출력은 기본 전제였다.

선형적으로 가속되는 감각이 만족스러웠다. 폭우가 내리는 날씨였지만 예상보다 트랙션이 끈끈하게 확보되었고, 엑셀을 지그시 밟으면 속도계는 막힘없이 상승한다. 고속 영역으로 올라도 체감 가속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꾸준히 유지되는 펀치력과 전기차 특유의 꿀렁이는 느낌이 없어 확실히 주행 세팅에 있어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고속에서도 뚜렷한 안정감을 제공하는 핸들링 감각과 차체 정숙성은 전기차의 장점은 극대화하며, 이따금 폴스타가 볼보의 '고성능' 전담 부서였다는 점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주행보조 장비의 조작성이나 인식률도 훌륭했다. 스티어링 휠의 우측 버튼을 누르면 바로 ADAS 장비가 개입하며, 부드러운 가감속은 물론 경보 체계도 직관적으로 주의를 준다. 초음파 센서와 서라운드 뷰 카메라가 연동되어, 시내에서는 주행 중에도 카메라가 작동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대신 깔끔한 레이아웃을 지닌 클러스터에도 T맵이 동시에 표기되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폴스타 4의 핵심이었던 디지털 룸미러는 우천 환경에서도 탁월한 시야를 제공했다. 특히 어두운 야간에는 사이드미러보다도 디지털 룸미러가 더욱 시야 확보에 유리했다.

대략 2시간에 못 미치는 짧은 시승이었기 때문에 폴스타 4의 많은 기능들을 누리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채택하는 최신 차량들은 그 적응 기간에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그나마 폴스타 4의 Ui 테마 자체는 직관적이고, 또 시각적인 비율도 고려하여 디자인되었지만 역시 적응까지는 더욱 긴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기억에 남는 점이라면 안마 시트의 강도가 D세그먼트 세단치고 정말 강했다는 점이 있다. 또, 굳이 한 가지 특징으로 언급하자면 조명 조작 버튼을 메인 탭에 표기할 수 있어 실내 분위기를 손쉽게 전환할 수 있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의 시승이었지만 그만큼 폴스타의 감성에는 더욱 자연스레 젖어든 것 같다. 무엇보다 환경친화를 중시 여기는 ESG 기업이며, 폴스타의 로고마저도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셈이었다. 특히 전기차만의 정숙한 주행감은 적적히 떨어지는 빗 소리를 누리기에도 좋았다. 잠깐이지만 폴스타 4의 2열에 앉아보는 시간은 참 낭만적이었다. 인테리어를 감싸는 화려한 조명과 탁 트여있는 시야, 글래스 루프 위로 맺히는 물방울을 보고 있자면 그 자체로 인상적인 사용자 경험이 된다. 폴스타 4는 SUV 이자 쿠페이지만, 세단의 안락함을 가졌다.

폴스타 4 시승행사에 참석했다. 폴스타의 '2' 출시 이래 두 번째 신차가 된다. 그보다도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실현한 첫 번째 전기차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더욱 날렵하고 차별화된 제품성을 갖추었고, 특히 뒷유리를 생략한다는 발상의 전환은 '디자인 리딩'이라는 브랜드의 철학을 단번에 이해하게 만들었다. 그 전반적인 주행감은 제법 스포티한 성격을 갖추었지만, 안락한 2열 공간과 적재 용량을 생각하면 패밀리카로서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보통의 크로스오버는 여러 장르의 장점과 단점이 혼합되어 있다면, 폴스타 4는 최대한의 장점만을 담은 셈이었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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