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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으로 '색깔 바꿀 수 있는 자동차' 공개한 BMW
┃자동차 색깔이 변한다는 것...'취존' 이상의 실용성

 

▶ 똑같은 떡이라도 남의 떡이 더 커보일 때가 있다

어지간한 슈퍼카를 모시는 분이 아니고서야 도로 위에서 내 차와 똑같은 차를 마주친 기억이 종종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간혹, 분명 내 차와 똑같은 차인데 '색깔'이 다른 차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신세계와 구세계의 중간적인 느낌, 굉장히 처음 보았지만 처음 본 것 같지 않은 풍경, '나도 저 색으로 뽑아볼 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적이 머리를 스친 적이 있었을 겁니다.

차량의 색상은 같은 디자인의 차도 전혀 다른 이미지로 느껴지게 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고, 때문에 차량의 색상을 바꾸는 랩핑이나 도색은 늘 전통적인 인기 튜닝 품목인 덕분에 보험사에 따라서는 '랩핑 특약'이 존재할 정도죠.

그런데 번거롭게 도장이나 래핑 튜닝 없이, 몇 번이고 버튼 하나로 내 차의 색깔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면?

▶ 하얀 색 차가 있었는데요...없었습니다

BMW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2022 행사에서 차량의 외장 색상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실제로 선보였습니다. 'iX 플로' 차량의 윤곽을 따라 재단된 래핑에는 수백만 개의 '마이크로 캡슐'이 들어가 있는데, 사용자가 '색상 변경' 버튼을 누르면 전기신호가 발생되면서 마이크로 캡슐의 안료가 반응해 색상이 바뀌는 기술입니다. 기술적 개념 자체는 과거 E-북 리더기 등에 사용되던 '전자잉크'와도 유사합니다.

2013년 영국의 자동차 수리점 [오토 캔디]가 공개한 '색깔이 변하는 차' 출처 : darrel poole[/caption]

사실 과거에도 튜닝 업체 등에서 외부 온도에 반응하는 특수 도료 등을 이용한 '색깔이 변하는 자동차' 튜닝에 도전한 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BMW의 이번 기술은 외부 조건과 무관하게 운전자가 원할 때, 원하는 색상으로 교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한 BMW의 스텔라 클라크는 “운전자가 취향과 주변 상황에 따라 차량의 외관을 즉각적으로 원하는 색으로 바꾸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현재로서는 선택의 폭이 좁기는 합니다. 해당 마이크로 캡슐로 구현 가능한 색이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중간인 '회색' 3가지 뿐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3가지 색상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만으로도 메리트는 충분해 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의 선호도가 극도로 높은 인기 색상이기 때문이죠. 거기다가 단순히 디자인적 만족감 외에도 놀라운 부가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 색깔이 바뀌면 자동차 연비가 바뀐다?'여름철 차량 에어컨을 틀면 차량 연비가 떨어진다' 다들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자동차 내부로 시원한 바람을 보내기 위해서는 에어컨 컴프레셔를 작동시켜야 하는데, 이 또한 엔진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바퀴와 콤프레셔를 동시에 작동시키니 자연스레 연비가 떨어지는데 현대자동차 공식 블로그 정보에 의하면 엔진 자동차 역시 에어컨 작동 시 5~10%정도 연비가 하락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자동차라도 색깔에 따라 이 에어컨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다르게 됩니다. 검은 색은 열을 흡수하고 하얀 색은 열을 반사한다. 문과 외길인생을 걸어온 분이라도 이 간단한 과학법칙 하나는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당연히 자동차의 색깔도 자동차의 내부온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실제 일본 자동차 연맹(JAF)이 진행한 실험에 의하면 하얀 차와 검은 차를 35℃의 날씨에 3시간 동안 동일하게 노출시켰을 경우, 하얀 차의 실내온도가 5℃ 정도 낮았습니다. 이는 하얀 색 차량이 상대적으로 에어컨을 적게 사용하고도 여름철 냉방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여름철 하얀 색 차량이 검은 색 차보다 연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지게 됩니다. 도로교통공단에 의하면 여름철 하얀 색 차는 검은 색 차량보다 최대 5%가량 연비 효율이 좋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겨울에는? 당연히 '검은색 차'가 더 따뜻하게 온도가 유지되고, 그만큼 히터를 적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히터가 연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습니다. 엔진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 대세가 되고 있는 전기차의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전기 모터의 폐열로는 충분히 난방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주행에 필요한 '배터리'를 이용해 전기 히터를 추가적으로 작동시켜야 합니다. 따라서 '전비'가 크게 감소하게 됩니다. 환경부의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등에 의하면 상온(약 25도)에서 일반 주행할 때와 저온(약 영하 7도)에서 히터를 최대 가동했을때의 전비를 비교했을 경우, 가장 '선방'한 기아 EV6의 경우도 전비가 8% 떨어졌고 가장 변동폭이 컸던 쉐보레 볼트 EUV의 경우 전비효율이 31%나 감소했죠. 즉 전기차의 경우, 겨울철에는 조금이라도 더 차가 따뜻해지는 '검은색 차'의 전비효율이 하얀색 차보다 좋아집니다.


따라서 BMW의 '색깔이 변하는 차'의 경우, 여름철에는 하얀 색 - 겨울에는 검은 색으로 차량 색깔을 스위치하는 것만으로도 계절에 맞춰 연비나 전비를 최적화시키는 부가효과가 생기게 됩니다.


▶ 색깔을 바꾸면 자동차 '팔자'도 바뀐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BMW의 이번 기술로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외장 색깔인 '흰색', '회색', '검정색'은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 선호도가 극히 높은 색상입니다.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를 생산하는 엑솔타(AXALTA)에서 제작한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인기 색상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흰색 차량의 점유율은 38%에 달했습니다. 검은색은 19%, 회색은 15% 뒤를 이으면서 흰-검-회 '무채색 라인업'에 대한 수요가 70% 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흔히 '빨간색'에 홀릭한다고 알려진 중국조차도 실제로는 하얀 색을 비롯한 무채색 차량의 선호도가 과반을 넘을 정도죠.



이렇다 보니 차량의 색상은 중고차로 되팔 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엔카닷컴이 과거 한 달 동안 중고차 매물 33만대를 분석한 결과, 평균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이 흰색이 34.6일, 회색 37.1일, 검은색 37.7일로 나타났습니다. 하얀 색 중고차를 찾는 수요가 많다 보니 그만큼 빨리 팔렸다는 뜻입니다. 엔카닷컴의 다른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가격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는데요. 극단적으로는 동일 차종의 무채색 차량과 유채색 차량이 350만 원 넘게 가격 차이가 나는 경우도 존재했습니다. 그렇잖아도 선호도가 높은 '무채색 라인업'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면, 중고차 매물로 팔 때 더 팔기 쉽고 제값을 받기 좋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보입니다.


▶ '실물'로 입증한 기술력, 하지만...



이번 CES에서 공개한 BMW의 '색깔이 변하는 차' ix플로는 실제 색깔을 변경하는 시연을 선보인 만큼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작은 접촉사고에도 차량 래핑을 전부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수리비 끔찍하겠다"라는 우려 섞인 반응 또한 보이고 있습니다. 스텔라 클라크 BMW iX 플로우 프로젝트 총괄은 앞으로 추가적인 '전자 잉크' 연구를 통해 자동차도 패션처럼 그날그날의 기분을 표현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과연 수많은 혁신적인 기술들이 넘지 못했던 '상용화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차돌박이

shak@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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