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메인

- 'V씨의 인생극장'

그래! 결심했어!! (출처 :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오타아님), 한 시대를 풍미한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선택의 기로를 만난 주인공이 두 가지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비교하는 '이휘재의 인생극장'이라는 비교체험(?) 예능이었죠.굳이 이렇게 쉰내나는 암모나이트급 예능 프로그램 얘기를 끄집어내게 된 이유, 대한민국 수입차 시장에서 이 '인생극장'이 절로 떠오르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일명 'V씨의 인생극장'이라고나 할까요?

볼보와 폭스바겐, 두 회사는 모두 브랜드명이 V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이름만큼은 조금 닮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자동차 회사가 2021년 대한민국 자동차 업계를 대하는 방식은 180도 반대였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소비자가 '친환경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 내연기관 제로 VS 하이브리드 제로.

그래!! 결심했어!!

2020년 대한민국 수입차 랭킹 5위였던 V씨-볼보-는 2020년 9월, 한국에서 출시하는 모든 차종의 2021년식 모델부터 기존 내연기관 차종을 더 이상 취급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부터는 기존 순수 내연기관(D5·T4·T5·T6)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차량은 단종시키고, 한국 시장에서는 오로지 하이브리드 친환경 차량으로만 승부하겠다는 발표였죠.

한편 2020년 대한민국 수입차 랭킹 4위였던 또 다른 V씨-폭스바겐-의 선택은 정 반대였습니다. 폭스바겐이 2021년 한국 시장에서 출시한 6종의 차량 중 5종은 디젤, 나머지 하나도 가솔린 모델이었습니다. 즉,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단 하나도 선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유럽 쪽의 디젤 차량을 한국 시장에 '디젤 짬처리' 한다는 볼멘소리까지 섞여 나왔지만, 폭스바겐은 역대급 할인 프로모션을 선보이며 2021년 한국 시장을 디젤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습니다. 2

021년 대한민국 자동차 소비자들의 '친환경 취향'을 예상하는 볼보와 폭스바겐 두 회사의 태도는 마치 데칼코마니만큼이나 완벽하게 정 반대였습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 떡상과 떡락...볼보와 폭스바겐의 엇갈린 운명

Studio images -
The refreshed Volvo S90 Recharge T8

결과를 말씀드리기 전에 힌트를 드려볼까요? 2020년 국내에서 판매된 신차를 기준으로 경유차의 점유율은 30.8%였고 하이브리드 차량은 9.1%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상반기에 이르자 경유 26.2%, 하이브리드 12.3%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죠. 산업통상자원부의 ‘2021년 8월 자동차산업 월간 동향(잠정)’에 의하면 8월 한 달간 자동차 판매물량(내수, 수출 통합) 4대 중 1대는 친환경차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즉 볼보가 선택한 '하이브리드' 시장은 성장했고, 폭스바겐이 선택한 '디젤' 시장은 더욱 축소되었습니다그렇다면 승부의 결말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승용차 등록자료에 따르면 올 1부터 11월까지 볼보 차량의 등록대수는 1만3635대, 폭스바겐은 1만 3444대로 볼보가 근소하게 앞섰습니다. 200대도 되지 않는 미세한 격차라 큰 의미는 없는 수치일까요? 글쎄요, 친환경 승부를 택한 볼보의 경우 지난 2020년의 전체 판매량(1만2798대)보다 6.5%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경우 지난 2020년 판매량(1만7615대) 대비 20% 넘게 판매량이 줄어드는 타격을 입었습니다.

사실 볼보가 폭스바겐을 이긴 배경에는 어느정도의 '호재'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2020년 7월 아나운서 박지윤 씨 가족이 XC90을 타고 역주행 트럭과 정면 충돌했지만, 일가족이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던 사건 이후로 '안전의 볼보' 이미지가 더욱 부각된 점도 영향을 미치긴 했을 겁니다.

 

- 5위로 밀려난 폭스바겐, 전기차로 재도약 가능할까?

Produktion des VW ID4 / ID Crozz am 18.09.2020 bei Volkswagen Sachsen in Zwickau . Foto:
Oliver Killig

한편 폭스바겐 역시 언제까지고 '디젤'로만 '존버'할 생각은 아닌가 봅니다. 당장 내년 상반기에 순수 전기차 ID4 국내 출시 예정을 밝히기도 했죠. 하지만 한편으로 폭스바겐은 여전히 한국이 '디젤 취향'이라 믿고 싶은가봅니다. 폭스바겐은 지난 7월 미디어데이 행사에 신형 티구안을 공개하면서 국내 시장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조금의 변동은 있을지언정 내년에도 볼보와 폭스바겐의 경쟁구도는 올해와 비슷한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이브리드 올인'의 볼보 VS '친환경 약간+디젤'의 폭스바겐!
과연 2022년 수입차업계에서 승리를 의미하는 'V사인'은 누구의 몫이 될까요?
아, 물론 1등은 'B'모 사의 차지가 되겠지만요...

차돌박이

shak@encar.com

작성자의 다른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