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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탱크맨' 빼고 유명한 건 다 '짝퉁' 만드는 대륙의 기상
▶ 마티즈 카피해 재미봤던 '체리자동차'..이번 타깃은 '중국 전기차'
▶'셀프 짝퉁'까지 등장한 중국 전기차 시장 근황

▶ 죽은 사람도 강제로 살려내는 중국의 '짝퉁 정신'



'티엔↗미 엥~미↘~니↘샤오↗더~티엔↗미미'
'해앳↗살 같~은↘~그↘대는 ↗나~의↗빛'

왕년에 트렌치코트에 성냥개비좀 물어보신 따거시라면, 홍콩 영화좀 봤다 싶은 분이시라면 이 곡조가 자동재생되실겁니다. 달달한 곡조로 한국에서도 번안곡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인데요, 대만 가수 '등려군(덩리쥔)'씨가 불렀던 영화 '첨밀밀'의 주제곡입니다.

한때 중국의 국민 가수로 칭송받았지만 '천안문 항쟁' 지지선언 이후 중국 활동이 금지되었던 등려군 씨는 생전에 "중국에 삼민주의(중화민국 정치 강령)가 실현되지 않는 이상 중국에서 내가 공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밝힐 정도로 중국 공산당을 싫어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가수 등려군 씨는 지난 95년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하지만 등려군 씨의 노래는 살아 생전은 물론, 등려군 씨가 세상을 떠난 뒤로도 중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었죠.


중국 장수 TV 연말 송년방송에서 CG로 만든 고 등려군 씨의 가상 무대...............


그런데 중국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숨진 지 25년이 넘은 등려군씨를 강제로 중국 무대에 세우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31일, 중국 장수TV는 송년특집에 특수영상효과를 이용해 등려군 씨가 공연을 하는 영상을 송출했는데, 당연히 대만인들은 '대만 국민가수'에 대한 모독이라며 격분하고 있습니다.

'천안문 탱크맨' 딱 하나 빼고, 좀 유명하다 싶은 건 뭐든 '짝퉁'을 만들어내는 대륙의 기상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무엇을 생각하든 상상이상을 보여주는 중국의 '짝퉁 정신', 자동차업계라고 해서 예외일리가 없습니다

▶ '짝퉁 자동차의 명가' 중국...그런데 중국차가 '내수 1위'가 되면?


심지어 브라질로 수출까지 했던 리판자동차의 리판320...당연히 BMW 브라질 총판은 고소빔을 날렸다


중국 자동차업계의 '메타몽 메타'는 예전부터 악명이 높았습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빼도박도 못하게 베낀 탓에 중국 정부마저 '판매금지'조치를 내렸던 '랜드윈드 X7', 대륙빔으로 하얀 줄 두개가 지워진 걸 빼면 BMW 미니를 빼다박은 '리판320', 수많은 드라이버들을 속된 말로 '지리게' 만든 드림카=롤스로이스 팬텀을 빼다박은 지리자동차의 '지리 GE' 까지 중국 자동차 업계의 '짝퉁 열전'은 말로 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입니다.


홈그라운드에서는 테슬라도 '압살'한 대륙의 쪼꼬미 전기차, 홍광미니


그런데 모처럼 중국 전기차 업계가 '오리지날'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상하이 자동차(상해기차)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홍광 미니'가 그 주인공입니다.
홍광 미니는 지난해 8월에 출시된 이후 줄곧 테슬라의 ‘모델3’ 와 과 ‘모델 Y’ 판매량을 따돌린, 중국 내수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입니다. 중국 내수시장에서만 판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이후 1년 6개월동안 거의 50만대 가까이 팔려나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120km, 최고속도 100km 수준에 불과하지만 가격이 2만 8800 위안(약530만 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가성비를 보유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차량 한대를 팔아서 생기는 순이익은 불과 14달러에 불과하지만 '박리다매' 근성으로 무시 못할 순익을 쌓아올린 전기차죠. 하지만 이는 반대로 '엄청나게 많이 팔아야만' 유의미한 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기시감(데자뷰)를 느끼게 됩니다. 무언가가 중국에서 잘 팔린다면...그 다음 수순은?!

▶ '중국 자동차' 짝퉁 '중국 자동차'의 등장


중국 치루이 자동차의 QQ 아이스크림


축하합니다, 예지력이 상승하셨습니다!! 중국 우링자동차가 만든 전기차 '홍광 미니'의 '짝퉁 중국 자동차'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타자는 중국 치루이 자동차의 전기차, 'QQ아이스크림'입니다. 주요 제원이 최고 속도 100km , 주행거리 120km으로 홍광 EV와 동일합니다. 크기를 비교해봐도 QQ아이스크림이 전장 2980mm, 전폭 1496mm, 전고 1637mm로 홍광 미니의 전장 2917mm, 전폭 1493mm, 전고 1621mm와 거의 동일합니다. 특히 '500만원대 전기차'로 유명세를 떨친 홍광을 의식한 듯, QQ아이스크림의 가격 역시 비슷한 수준인 2만 9900위안(560여만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박스카의 공간 활용성을 생각하면 크기가 비슷한 건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문제는 디자인입니다.


과연 '진퉁'은 뭘까...위? 아래? 위위 아래?....아래쪽이 '홍광 미니' 입니다


전면부를 보면 그나마 헤드라이트 형상은 전혀 다른 모양이지만 전체적인 배치와 비율이 매우 닮아 있습니다. 차의 측면 라인으로 넘어가면 보면 본격적으로 유사성이 도드라지기 시작합니다. 두툼한 휠하우스는 작은 차를 그나마 볼륨감있게 보이게 하기 위한 수렴진화(?)성격의 '우연의 일치'라고 치더라도, 사다리꼴이 맞물리는 로커패널라인은 빼도박도 못하는 '짝퉁'의 향기를 풍깁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더니...과거 마티즈를 베꼈던 체리기차 QQ


사실 이 '치루이 자동차'는 과거 국내에서도 제법 악명을 떨쳤습니다. '치루이 자동차'의 다른 이름, 바로 '체리 자동차'입니다. 이번에 홍광 미니를 카피한 듯한 디자인을 들고 나온 'QQ아이스크림'의 전신인 '체리자동차 QQ'는, 마티즈의 디자인을 빼다박듯이 도용해 중국 진출을 노리던 GM이 소송전을 벌이기까지 했었죠.


'홍'광 미니EV와는 다르다 '홍'광 미니와는!!! 동펑자동차의 '펑'광미니EV


중국 자동차를 상대로 한 중국 자동차의 '짝퉁 열전'이 여기서 끝나리라고 생각하셨다면 오산입니다. 과연 차에서 베낄 수 있는 게 디자인만일까요? 우링자동차 '홍광 (宏光)미니'의 이름과 토씨 하나 다른 동펑자동차의 '펑광 미니(风光 fēngguāng)'도 소형 전기차 쟁탈전에 등장했습니다. 역시나 박스카 형태의 소형 전기차로 전체적인 크기나 제원, 가격도 유사합니다. 그나마 디자인은 차별화 요소를 주려고 한 흔적이 엿보입니다만, 네이밍센스에서 중국제 '샘숭'의 향기가 느껴지는 건 기분탓일까요?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경쟁사의 동일 세그먼트 차량이 '토씨 하나' 다른 이름으로 출시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셀프 짝퉁' 만난 중국 전기차 업계의 미래는?


왠일로 중국 법원이 철퇴를 날렸던 '짝퉁차'의 대명사 랜드윈드 X7


사실 중국이라고 자동차업계의 '짝퉁'을 늘 눈감아 준 건 아니긴 합니다. 앞서 짧게 언급한 랜드로버 짝퉁 '랜드윈드 X7'은 중국 법원의 철퇴를 맞으면서 '웬일로?' 하는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었죠. 하지만 그 뒤로도 중국차 업계의 '짝퉁열전'이 계속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랜드윈드 자체가 '서유럽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였기 때문에 괜히 앞으로 장사할 남의 시장에서 영혼까지 털릴 우려가 있었던 건 물론, 랜드로버가 중국 체리자동차와 합작해 중국 투자를 약속한 상황에서 "투자 약속은 명확한 사업 계획에 기반한다. 우리의 잠재적 수익성을 저해하고, 생산에 손해를 입힐 수 있는 부분은 없어야 한다”며 압박을 가했던 특수성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메이드 인 차이나 카피 메이드 인 차이나', 즉 중국 전기차를 베낀 중국 전기차에 대해 법정 공방이 진행될 경우, 중국 법원이 판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홍광 미니'를 만드는 우링자동차의 모회사인 상해자동차와 'QQ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중국 체리자동차 모두 중국의 '국영 자동차회사'기 때문이죠.

세상의 모든 '짝퉁'을 만들다가, 이제는 자국산 자동차의 '짝퉁'까지 만들기 시작한 중국 자동차업계의 근황. 과연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건 '원조'일까요 '짝퉁'일까요?

차돌박이

shak@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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