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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변형된 속어.

최근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열풍을 일었다. 이 책은 틀에 박힌 사회 인식을 넘어 초 개인주의, 초 합리주의를 지향하는 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 정도로 함축할 수 있다. 그러나 도로 사정은 이보다 좀 더 앞선다. 2019년 기준으로 2001년생이 1종 보통 및 2종 운전면허를 받아 도로에 나올 수 있게 됐다. 오늘은 운전면허, 운전 경력 선배로서 확실하게 '꼰대'가 될 수 있는 아이템들을 가져왔다. 준비됐는가? 그럼 이렇게 외쳐보자.

"내가 처음 운전 배웠을 땐 말이야~~~"


초크 밸브

첫 아이템부터 강력하다. 이 초크 밸브를 한 번에 알아차렸다면 40대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 군용차들은 워낙 오래됐으니 운전병은 열외다. 초크 밸브는 쉽게 설명하면 손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계식 스로틀 밸브다. 번개를 닮은 문양이 새겨진 밸브를 당기거나 돌려 강제로 엔진 회전수를 조절할 수 있다.

초크 밸브는 과거 기화기 방식에서 냉간 시 불안한 아이들링을 위한 장치이다. 유입 공기량을 줄여 연료 농도를 상대적으로 높여주는 것이다. 90년대 말 디젤차와 LPG 개조차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위의 이미지는 2001년식 프레지오 초크 밸브의 모습이다.

풋 파킹 브레이크

자동차 페달은 보통 2개, 수동 변속기는 3개다. 그런데 하나 더 있는 차가 있다. 바로 풋 파킹 브레이크(족동식) 달린 차다. 자신이 소유한 적 없거나 차의 경험이 적으면 굉장히 당황할 수 있다. 변속 레버를 'D'에 놓아도 차는 앞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풋 파킹 브레이크도 두 가지로 나뉜다. 체결과 해제를 모두 밟아서 하는 타입과 해제할 때는 운전대 왼쪽에 위치한 레버를 조작하는 타입이다. 요즘차는 대부분 변속레버 옆 버튼이 달린 전자식이거나 검지로 눌러서 당기는 두 가지 중 하나이다.

헤드 백 체크

이번에는 운전 테크닉(?)이다. 자고로 상남자와 상여자는 후진할 때 한쪽 팔을 옆자리 헤드 레스트 뛰쪽에 걸쳐줘야 한다. 이 자세는 편하게 뒤쪽으로 시선을 고정하기 위해서 쓴다. 하지만 이런 운전 테크닉도 이제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후방 카메라 덕분이다. 뒷창문 사이로 보이는 모습보다 넓고 깨끗하게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보태어 운전대를 돌리면 차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 라인도 그려주니 고개를 돌릴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가끔 후진할 때 느꼈던 심장의 두근거림도 기술 발전으로 핑곗거리가 되지 못할 것이다.

기계식 윈도 와인더

갑자기 떨어지는 빗방울에 와인더를 번개처럼 돌리며 윈도를 올려본 적 있는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조금 낭만적일 것 같은 분위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두어 번 윈도를 오르내리면 땀이 날 지경. 내릴 땐 그나마 다행이다. 의외로 무거운 유리판을 작은 손잡이 하나로 올리려면 생각보다 큰 힘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기아차 모닝 기본형(베이직 플러스)에서는 전좌석, 디럭스 뒷좌석에서는 수동으로 창문을 열고 올리는 감성을 느껴볼 수 있다. 반대로 1톤 트럭 포터는 앞좌석 파워윈도(더블캡 2열은 상위 등급에서만)로 바뀐 지 오래다.

수동 변속 레버

수동 변속기 승용차는 이제 멸종 위기다. 그나마 경차에서 찾아볼 수 있고 운전의 재미를 강조한 '벨로스터 N'에서나 보인다. 1종 보통 운전면허가 있으면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운전할 수 있다. 10인승 이하로 제한되는 2종 면허보다 선호하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1종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수동 변속기 차를 운전할 줄 알아야 했다. 그나마 일반인들이 수동 변속기 차를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건 이 덕분. 그러나 빠르면 12월부터 1종 면허에 자동변속기 면허가 신설될 전망이다. 승합차에도 자동변속기가 대중화됐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번외] 정밀 도로지도 & 지리부도

내비게이션의 대중화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전까지는 어떻게 초행길을 찾아다녔을까?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지도를 보고 다녔다. 일명 '다시방'으로 불리는 글로브 박스나 시트백 포켓에 지도책 한 권 정도는 필수였다. 출발 전 책을 보며 도착지까지 가는 주요 도로와 분기점, 교차로 등을 머릿속에 담았다. 가는 동안 도로 표지판을 유심히 살펴야 했기에 한 번 가본 길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요즘에는 같은 곳을 몇 번씩 가도 길 외우는 게 쉽지 않다. 누군가 시키는 대로 운전대를 돌리기 때문이다.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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