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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의 트렌드가 모바일이었다면 다음 메가 트렌드는 모빌리티다”

요시다 켄이치로 소니 CEO가 지난해 국제 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비전-S를 선보이며 한 말입니다. 공개 당시 비전-S는 콘셉트카였지만, 전자 제품 업체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많은 관심과 궁금증을 뒤로하고 조용하던 소니는 지난 1월 비전-S의 주행 테스트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콘셉트카 공개 이후 1년 만입니다.

잠시 비전-S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진보된 자율 주행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입니다. 플랫폼은 토요타 수프라, BMW Z4,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의 생산 공장으로 유명한 마그나 슈타이어(Magna Steyr)와 함께 만들었죠. 여기에 소니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자사의 이미지 센서 기술과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콘텐츠를 더하며 오락적 요소까지 가미했습니다.

1년 만에 돌아온 비전-S는 완벽히 완성된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2020년 12월 촬영된 영상에 등장하는 비전-S는 모빌리티의 진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표 아래 여전히 부단한 담금질을 거치고 있던 프로토타입이었습니다.

첫 공개 당시 소니가 강조했었던 핵심 요소 ‘안전’, ‘신뢰’, ‘편의’, ‘즐거움’에 대한 집중은 여전했습니다.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안전과 보안 그리고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노력이 돋보였고, 지속적인 주행 테스트와 함께 자동차 개발을 이어나갈 예정이라는 점에서 무척 기대가 되었죠.

하지만 소니가 만드는 완성차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할 듯합니다. 미국의 미디어 기업 허스트 (Hearst) 산하 자동차 전문 매체 카 앤 드라이버(Car and Driver)는 소니 대변인과의 인터뷰를 전하며 ‘현재’ 비전-S의 대량 생산과 판매 계획이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현재라는 시점에서 생산 계획이 없다고 했으니 여지를 남겨둔 셈이긴 합니다만 아쉽긴 하네요.

인터뷰에 따르면 소니는 생산과 판매 대신 자율 주행 시대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특히 자율 주행의 안전과 신뢰성 부분에서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모빌리티 공간에서 영향력 있는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네요. 테스트베드로서 비전-S의 목적과 역할이 확실해진 것 같습니다.

실망스러운 소식이지만 여기서 끝내기엔 섭섭하죠? 그런 의미에서 소니가 비전-S를 통해 보여준 대표적인 기술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먼저 자율 주행입니다. 비전-S는 40개의 센서를 활용합니다. 센서에는 실외와 실내를 모니터링하고 360도 뷰로 구성하는 ‘Safety Cocoon’을 이루는 라이다(Lidar) 4개가 포함됩니다. 현재로서는 자율 주행 레벨 2 수준이지만 소니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자동차 스스로 주행하는 레벨 4를 목표로 하고 있답니다.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는 음향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소니는 특별한 음향 경험을 선사하는 자사의 기술을 ‘360 Reality Audio’라고 부르는데, 이 기술은 각 좌석의 헤드레스트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모든 좌석에서 최상의 음향을 전달합니다. 한 마디로 탑승자 1명에게 최적화된 음향 권역을 만드는 것이지요. 보다 장기적인 목표로는 플레이스테이션과 5G 통신 기술을 결합한 온라인 게임입니다. 차 안에서 즐기는 온라인 게임이요. 참으로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비전-S가 양산될 계획이 없다고 해서 해당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비전-S의 플랫폼은 마그나 슈타이어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었습니다. 마그나 슈타이어는 세계 유수 자동차 제조사의 위탁 생산을 맡고 있기에, 위에서 언급한 소니의 기술들이 비전-S가 아닌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의 모델에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확정된 것은 없지만 소니가 이룬 성과가 다른 자동차에 적용되는 데 있어 큰 장애물은 없다는 것이 카 앤 드라이버의 추측입니다. 테스트베드로서 존재의 당위성이 뚜렷해진 비전-S를 보니 헛된 추측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니의 진짜 목적은 완성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 주행차에 들어갈 제품과 기술 그리고 콘텐츠(플레이스테이션)를 파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사진 / Sony

이순민

royalblue@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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