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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나, 우리의 로망 오픈카! 근데 왜 '국산'은 없지?

차에 관심이 많든 적든, 누구나 한 번쯤은 해안도로를 따라 '오픈카'를 모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특히 저와 같이 연식이 제법 되는 MZ 초기형 모델(?)들은 오락실에서 '저 게임'을 하며 로망을 불태우신 기억이 모두 한번 쯤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픈카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자란 수많은 아이들이 경제활동인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픈카를 길에서 찾아보기란 여전히 어렵습니다. 하물며 어쩌다 외제차를 본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외제차'인 경우가 태반이죠. 하물며 오픈카 중에서도 '국산 오픈카'를 만나보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 제네시스 오픈카 등장! 하지만 정말로 '국내 최초 오픈카' 일까?

마치 '환상의 생물'처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국산 오픈카'! 그 와중에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X 컨버터블]의 양산이 기정 사실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공신력 있는 해외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에 의해 현대차 CCO 루크 동커볼케가 제네시스 딜러 회의에서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 콘셉트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거죠. 복수의 매체와 각종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국내 최초 오픈카'가 탄생한다는 환호성이 울려퍼졌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제네시스 X 컨버터블이 '최초의 국산 오픈카' 일까요?

아닙니다

이미 제네시스 X보다 먼저 정식으로 양산되고 국내에 판매되었던 '국산 오픈카' 들이 존재했습니다. 흔히 '오픈카'라고 지칭하면 떠올리는 디자인을 갖춘 차량으로 한정짓더라도 3대의 '국산 오픈카'가 존재했습니다. 범위를 넓혀 차종을 가리지 않고 '오픈카'와 '국산차'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차량으로 따져본다면 무려 7종의 '국산 오픈카'가 존재했죠.

지금부터 시대를 앞서간 7대의 '국산 오픈카'의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7번째 국산 오픈카 - GM 대우 G2X : '국산 오픈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다

대한민국 역사상 7번째 '국산 오픈카'! 2007년 GM대우가 출시했던 2인승 로드스터, G2X가 그 주인공입니다. G2X는 유압 성형 공법(하이드로 포밍 공법)을 사용해 차체의 두께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한편, 51:49의 균형잡힌 무게배분을 통해 2.0 터보 엔진의 출력을 살려내며 제로백 5.5초를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위주의 '저렴한' 티가 나는 내장재와 더불어 수동으로 소프트탑을 열고 닫아야 하는 점 때문에 오픈카의 '갬성'을 뽐내기에는 부족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는 차였고, 실제로도 많은 판매량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철저히 '성능 위주'의 상품설계, 어쩐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사실 G2X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서 '국산차'로 집계가 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미국 GM 공장에서 생산된 '새턴 스카이'라는 차를 수입해 GM 대우의 로고를 박고 팔리던 차량이었습니다. 당연히 이 차로 말미암아 'G2X가 국산차가 맞냐'는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사람들은 놀라운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됩니다.

놀랍게도 현행 자동차관리법상에 '국산차'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기준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죠. 이후 G2X는 '국산 스포츠카' 대우를 받으며 통계에 집계되기는 했으나, 실질적인 여론과 당사자인 GM 모두 G2X를 '수입차'로 여기는 분위기었고, 훗날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국산차]를 [국내 생산 공장을 갖추고], [국산화율 60% 이상인 차]로 정의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국산차] 기준에 맞는 여섯번째 국산 오픈카는 무엇일까요?

 

# 6번째 국산 오픈카 - 기아 엘란 : 일본에 던진 작지만 의미있는 도전장

기아자동차가 1996년 출시한 기아 [엘란] 입니다. 엘란 본디 영국 자동차회사 '로터스' 에서 생산하던 오픈카였습니다. 하지만 기아가 자금난에 처한 로터스로부터 생산 라인을 인수해 생산했던 차로, 당시로서는 준수했던 7초 대의 제로백과 더불어 유니크한 '팝업 헤드라이트'로 지금까지도 많은 마니아를 가지고 있는 차량입니다.

분명 독자 설계모델이 아닌 이 차량을 '국산 오픈카'라고 지칭할 수 있는 이유는 기아의 눈물겨운 국산화율 상승 노력 덕분입니다. 기아는 코스트다운을 위해 처절할 정도로 국산 부품을 사용했습니다. 센터페시아 부품은 물론 엔진마저도 세피아와 크레도스에 사용하는 엔진을 사용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결과 엘란의 국산화율은 앞서 말한 [국산차 기준]인 60%를 아득히 뛰어넘는 85%의 국산화율 자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결사적인 코스트 다운에도 불구하고 엘란의 생산원가는 세금 등을 따져보면 4000만원이 넘는, 90년대 물가수준으로는 초월적인 가격을 자랑했습니다. 결국 기아는 애써 만든 엘란을 포기할 수 없었는지 '2750만원'이라는 제조원가도 안 나오는 가격에 파격 할인판매에 돌입했지만, 때맞춰 한국을 찾아온 IMF와 뒤따른 사치품 배격풍조에 엘란은 1000대를 간신히 넘기는 초라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단종됐습니다. 하지만 이 중 200대가 일본에 '비가토'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엘란이 세운 '일본 200대 수출'이라는 타이틀이 사뭇 초라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니셜 D'나 '완간 미드나이트'등의 일본산 공도 레이싱 만화들을 다들 익히 알고 계실겁니다. 일본은 80년대 버블성장기를 지나며 다양한 자국산(일본산) 경형,소형 스포츠카가 연달아 출시된 상황이었고 적지 않은 '일제 오픈카'가 이른바 '명기'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죠. 거기다 90년대 자국산(일본산) 자동차 점유율이 95%가 넘어가는 '철옹성' 일본에 엘란이 200대를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원 제조사인 로터스의 후광에 기댔음은 분명하지만, 일본에 '기아' 라는 자동차회사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1000대 남짓한 부진한 판매량과 함께 빠르게 단종됐지만, 그래도 엘란은 사정이 좋은 편입니다. 그나마 '네자릿수' 판매량은 기록했으니까요. 덕분에 2010년대 이후로도 시흥에 '엘란 전용 고객센터'가 운영되며 마니아 오너들의 유지관리에 한줄기 빛이 되었었죠. 하지만 다음에 소개드릴 엘란의 선배, 다섯번째 '국산 오픈카'는 그야말로 '환상의 자동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수/수출 물량을 합쳐도 전 세계적으로 단 69대만 판매되었기 때문이죠.

 

# 5번째 국산 오픈카 - 쌍용 칼리스타: '더블 드래곤' 금수저 자동차 덕후 두명의 환상의 콜라보

다섯번째 '국산 오픈카'의 정체는 1992년 생산된 쌍용의 '칼리스타' 입니다. 출시 이후 현재까지도 유일무이한 클래식 로드스터 스타일의 컨버터블 차량으로, 워낙 판매물량이 적었던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유명세를 얻고 있는 차량이기도 하죠. 100% 수제작 공정으로 영국의 '팬더 웨스트윈드'사에서 생산되는 차량이었지만, 쌍용이 팬더사를 인수하는데 이어 생산설비를 평택으로 이전한 덕분에, 결과론적으로 '메이드 인 평택' 제품이 되어 당대에 '국산차'로 인정받았던 차량이기도 하죠.

'오픈카'인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개성넘치는 클래식 로드스터 차량이 국내에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차는 두 명의 더블드래곤, '금수저 차덕후' 두 명의 환상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차이기 때문이죠. 김영철 전 진도그룹 부회장(사진 좌측)과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사진 우측)이 그 주인공입니다.

김영철 전 회장은 1980년 영국 출장 도중, '팬더 웨스트윈드'사의 '리마'라는 차량을 보고 팬더사를 인수했습니다. 이후 김영철 회장은 '팬더 리마'의 디자인을 다듬고 부품 상당수를 '한국산 부품'으로 교체해 비용을 절감한 '팬더 칼리스타'를 출시했지만 김영철 체제의 팬더 역시 또다시 자금난의 늪에 빠져버렸습니다.

그 김영철 회장에게 손을 내민 것이 평소 같이 '자동차 동호회' 활동을 하며 알고 지내던 지인, 쌍용자동차의 김석원 회장이었죠. 1987년 김석원 회장은 김영철 회장의 팬더사를 인수해 '쌍용 칼리스타' 출시를 준비해 92년 정식 판매에 나서게 됩니다. 두 [금수저 차덕후]들의 범상치 않았던 '덕력'은 본문 위의 [차부심] 영상 버전에 더 자세히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독보적인 존재감만큼이나 독보적인 가격이었습니다. 위 사진은 MBC 드라마 '숙희'에서 재벌 영애 역으로 나오던 '심은하' 씨가 칼리스타를 모는 장면인데, 92년 가격으로 3천만원이 넘어갔던 칼리스타의 가격은 그야말로 '재벌집 영애'가 아니고서야 좀처럼 엄두를 내기 힘든 가격이었습니다. 결국 수출물량까지 포함해서 단 69대만 생산되고 단종된 칼리스타는 오히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국내외 자동차 수집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죠.

그리고 이 '칼리스타' 까지가 이른바 '오픈카'라고 하면 떠오르는 디자인을 갖고 있던 '국산 오픈카' 였습니다. 솔직히 여기까지는 예상하신 분들도 상당히 있으실 겁니다

 

# 하지만 '국산 오픈카'가 4대나 더 존재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차종'을 떠나 지붕을 열고 '오픈 에어링'이 가능했던 '국산차'로 인식의 폭을 넓힌다면 국산 오픈카는 4종류나 더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전고가 2M에 달하면서도 합법적으로 '오픈 에어링'을 즐길수 있는 '괴물 오픈카'도 존재했고, 최초의 국산 오픈카는 무려 전두환 담배피던 시절인 1980년대에 등장했죠.

앞서 말씀드린 3대를 포함해, 이 뒤로 말씀드릴 4대 모두 '정식 양산'되어 국내에 판매되었던 '국산 오픈카'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차량들이었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국산 오픈카' 들의 이야기!
▶2부에 계속됩니다

차돌박이

shak@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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