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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GM의 신차 출고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의 판매량은 5230대로 전년비 77% 이상 증가한 수치다. 성장 동력은 트랙스 크로스오버다. 단일 차종으로 4월에만 3000대 이상 팔려나갔고 생산량이 증가한 5월에는 더욱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몇 년 전까지 쉐보레는 라인업 감축과 고가격 전략 등의 문제로 점차 존재감을 잃어왔다. 대신 SUV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니치마켓을 공략했고, 대중적인 가격대와 개성적인 패키징을 갖춘 CUV가 경영 정상화의 신호탄이 되어준 것이다. 한국GM이 전부 단종시킨 C~D 세그먼트급 세단의 수요를 다시금 유치할 수 있기도 했다.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서 CUV라는 개념이 정립된 건 생각보다 오래 지나지 않았다. SUV에서 알파벳 'S'를 대체하는 'C'는 크로스오버, 혹은 COMPACT를 의미하는 이니셜이다. 요컨대 소형 SUV 시장은 현대자동차 그룹을 제외한 국내 자동차 3사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공룡 기업 HMG가 개입하지 않는 시장이기도 했고, 승용차로써 세단과 SUV의 형식 구분이 둔화되는 태동기였기 때문이다. 그 시작점에 쉐보레가 있었다. 2013년 공개했던 '트랙스'가 주인공이다. 당시에 CUV라는 개념이 익숙지 않아서인지 판매고는 아쉬웠다. 그리고 10년의 시간이 흘러 많은 관심 속에 복귀한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디자인을 분석한다.

한국GM이 차세대 CUV의 명칭을 굳이 트랙스 '크로스오버'로 결정한 건 이미지 전환을 위한 선택일 것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트랙스' 2세대로 출시된 만큼, 포지션으로나 가격대로나 쉐보레 1세대 트랙스의 후속작은 맞다. 다만 풀체인지에 소요된 약 10년이라는 시간은 상당히 긴 듯하다. 달라진 시장의 요구를 수해야 했다. 1세대 트랙스는 소형화에 초점을 둔 SUV였다. 하지만 2세대 트랙스는 말 그대로 '크로스오버'를 지향한다. 크로스오버의 정의는 세단과 SUV의 장점을 혼합시킨 승용차다. 더불어 쿠페처럼 매끈한 디자인이나 경쾌한 주행성 등 쉽게 말해 대중들이 원할만 한 자동차의 온갖 특징을 담아내고 세일즈 포인트로 삼는다.

그래서 스타일링 기법이나 차체 비례나 초대 트랙스나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유사점은 크지 않다. 새로운 디자인의 근간은 2017년에 공개된 'FNR-X' 콘셉트에서 알아볼 수 있다. FNR은 Find New Rods라는 브랜드의 슬로건을 상징한다. 'X'는 크로스오버를 의미한다. 이 컨셉트 카는 포장도로와 오프로드의 통합을 의도하고 있다. 쉐보레를 상징하는 전면 듀얼 포트 그릴, 굴곡진 바디라인이 역동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주나, 높은 지상고와 두꺼운 스키드 플레이트는 다목적 자동차의 성격을 강조한다. 다시 완만하게 누워있는 A필러와 쿠페처럼 꺾여있는 C필러가 세련된 인상을 남긴다. 이 글은 오직 디자인에 관한 부분을 다루지만, FNR-X 콘셉트는 에어스프링과 가변 플랩 등을 활용해 실제 종합적인 주행성능에 신경 쓰는 바가 크다.

확실히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디자인은 초대 트랙스보다 FNR-X와 유사점이 많아 보인다. 물론 차체 크기부터 상당히 커졌다 보니 스케일 감부터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체급이 커졌다는 건 그만큼 디자인의 자유도가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형 SUV'라는 장르에 속한다면 말이다. 크로스오버의 목표는 많은 차종들의 장점을 혼합시키는 것이라 했다. 그래서인지 전조등과 주간등의 프레임을 분할했다. 상단에 배치한 DRL 라인은 슬림 하고 경사진 형상으로 샤프한 인상과 함게 차폭을 강조한다. 그런 DRL 형상을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캐릭터로 활용하고자 메인 헤드 램프는 범퍼 양측면에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헤드램프를 품고 있는 범퍼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더욱 강조해 주는 역할이기도 하다. DRL과 헤드램프 사이에 음각과 양각의 대비를 활용하여 반사광이 생겨나고, 때문에 그릴 주변부가 돌출되면서 차체 볼륨이 살아나는 것이다. 쉐보레를 상징하는 핵심 디자인 요소 중 하나가 '듀얼 포트' 그릴이다. 과시적인 크기로 스포티한 매력을 남기기도 하고, 그릴과 그릴 사이 보타이 엠블럼을 배치하는 건 쉐보레의 관습과도 같다. 범퍼 하단부에는 크롬 색상의 가니시가 장식중이다. 보다 차체가 묵직해 보이는 느낌을 준다. 거 아래에는 두꺼운 스키드 플레이트가 배치되면서 크로스오버가 지닌 'SUV'의 성격을 확인시킨다.

앞서 살펴본 차량은 ACTIV 트림으로 RS사양과 외관이 다르다. 위에 있는 이미지가 트랙스 크로스오버 RS다. 샤프하면서도 존재감을 키워주는 DRL라인을 동일하게 적용된다. 상하분리형 헤드램프도 당연하다. 하지만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의 이미지가 다르다. 아마 액티브 트림보다는 RS가 도심 지향적인 성격이 강하다. 크로스오버가 지닌 'SUV'의 성격보다도 '스포티'한 감각을 더욱 강조한다는 의미다. 의외의 사실은 라디에이터 그릴의 면적은 이쪽이 더 좁아 보인다. 대신 듀얼 포트 그릴 사이에 검은색 액세서리를 추가함으로써 모노 프레임 그릴과 같은 인상을 부여했다. 아무래도 차체의 와이드 한 감각을 강조하고 싶은 듯하다.

이 액세서리 하나를 추가하여 얻는 효과는 크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범퍼에 디자인 요소를 더해주고, 수평선을 강조하면서도 차체 높낮이는 낮아 보이는 효과가 생긴다. 그릴의 높이가 낮아진 이유도 동일할 것이다. 스포츠 세단은 큰 그릴을 탑재한다는 보편적인 공식은 크로스오버에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액티브 트림에 부착되던 두꺼운 크롬 몰딩도 RS트림에는 생략된 모습이다. 앞서 이 크롬 몰딩이 묵직하고 듬직한 인상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 했던 것처럼, 날렵함과 경쾌함을 강조하는 'RS'트림에는 그저 단가 상승의 요인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트랙스 크로스오버 RS의 디자인은 꽤나 스포티하고 날렵한 인상이다.

프로파일 디자인도 각각 날렵함과 듬직함을 나타내는 디테일들이 혼재되어 있다. 마치 FNR-X 콘셉트처럼 캐릭터 라인을 기점으로 상단부와 하단부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 보인다. 우선 차체 하단부에는 두꺼운 스키드 플레이트가 노출되어 있는 모습이다. 앞뒤 범퍼까지 두텁게 감싸면서 비포장도로에서도 차체를 튼튼히 보호해 줄 것 같은 이미지다. 특히 휠 아치는 원형이 아닌 사각형에 가까운 윤곽선을 보인다. 단단하고 투박한 다목적 승용차의 특징이다. 그 와중에도 도어 패널 중심부를 파고드는 듯한 플라스틱 가니시가 차체 볼륨을 더해준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캐릭터 라인은 프런트 펜더로부터 양각의 곡면을 형성하다 C필러로 파고든다. 사실 이 외에도 차체 측면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볼륨 라인이 다양하다. 쉐보레가 전달하고자 하는 디자인 언어 'Lean muscularity' 자체가 다양한 음영 대비를 통해 입체적인 실루엣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건 차량의 성격이다. 다양한 선을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차량에 날렵한 인상이 남는 건 아니다. SUV만의 듬직함과 기동성을 강조할 수도 있는 법이다. 다만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사이드라인은 SUV보다는 '쿠페'의 성격을 나타낸다. 전부 예리하고 완만한 형상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측면 디자인은 캐릭터라인을 기점으로 상반된 인상을 남긴다 했다. 하단부는 두꺼운 스키드 플레이트 등 디자인 요소에서 SUV의 성격을 알아볼 수 있었고, 상단부는 디자인의 비율적인 관점에서 쿠페 내지는 세단의 특징이 나타난다. 우선 A필러가 최대한 차체 후방으로 끌어당겨진 백 워드 스타일이다. 추가로 A필러의 각도가 상당히 낮다. 보통 공간감과 개방감을 강조하는 SUV라면 A필러 각도를 이토록 인위적으로 꺾어내진 않는다. 차체 전면부의 전고가 높아 보닛의 길이가 길어지고 상대적으로 A필러가 더욱 뒤로 밀려있는 듯 착시를 주기도 한다.

루프라인은 차체 후방으로 갈수록 미세한 각도로 낮아진다. 벨트라인은 반대로 미세하게 높아지는 각도를 지닌다. 덕분에 점점 좁아지는 윈도 글래스의 면적은 날렵한 이미지에 일조한다. C필러 글래스를 마련하여 차체가 더욱 길어 보이게 유도하고, 탑승객의 입장에서 개방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C필러의 경사도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리어펜더를 강조하는 두꺼운 숄더 라인과 맺어지며 그 높이 또한 짧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차체 상단이 굳이 '쿠페' 지향형 디자인이라 표현하는 이유다. 형식적으로 2박스 스타일 SUV 내지는 해치백이 맞겠지만, 디자인이 보이고자 하는 성격은 '스포티'라는 사실이 명확하다.

크로스오버라는 개념 자체가 굳이 세단과 SUV의 혼합일 필요도 없다. 전면은 SUV, 측면은 쿠페, 후면은 세단, 혹은 모든 면에 다양한 성격이 혼재되어 있어도 크로스오버의 사전적 정의는 만족시킨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후면 디자인에 대한 소셜 미디어의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최소한 정측면 디자인에 비해서 호평을 받긴 어려울 듯하다. 상대적으로 가장 SUV 다운 스타일링을 보여주지 않나 싶다. 형상이 복잡하지만 그래픽은 단순한 리어램프가 눈에 띈다. 두꺼운 면발광 라인은 SUV가 지닐 수 있는 듬직함을 더해준다. 트렁크 리드도 번호판 부착을 위한 드로잉 가공을 제외하면 밋밋하고 단단해 보인다.

사실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SUV답다는 표현인 것이다. 절대적으로 단순하고 생산단가가 낮은 양산형 승용차의 분위기가 흐르기도 한다. 다소 '저렴'해 보인다는 표현으로 혹평을 남길 수 있겠다. 꾸준히 설명해온 내용처럼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정측면 디자인은 SUV의 강인함과 쿠페의 날렵함 내지는 정교함을 효과적으로 교차시키고 있다. 그런 디자인에서 기대감을 품고 바라본 뒷모습은 예상보다 소극적이고 보수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특히 매끄럽게 구현해낸 윈드 실드 형상과 리어펜더의 볼륨, 전체적으로 SUV치고 낮아 보이는 전고 등 후면부의 윤곽은 훌륭하다고 느끼는 터라 더욱 아쉽다. 아무렴 두꺼운 플라스틱 가니시가 끝내 SUV의 분위기에 방점을 찍어주긴 한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전반적인 익스테리어의 분위기와 효과적으로 매치된다. 전체적으로 운전자 지향적인 인터페이스다. 와이드 스크린을 적용했지만, 운전자의 시인성과 조작성을 위해 패널 구성을 달리한 점이 독특하다. 물론 타 브랜드들이 동일한 목적으로 곡면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니 원가의 한계일 수도 있긴 하다. 공조장치는 센터페시아에 물리 버튼으로 배치하여 쉐보레 특유의 직관성을 답습한다. 두꺼운 그립을 지닌 3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은 적절한 입체감을 살려 더욱 세련된 실내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그 외에 대시보드를 꾸미는 입체적인 대비와 라인, 원형의 에어벤트가 스타일링 포인트다. 도어패널의 어퍼 커버가 대시보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형태로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개성이나 실용성이 분명한 인테리어는 아니다. 사실 원가절감이 중요한 세그먼트의 특성부터가 그렇다. 그래도 쉐보레가 적극적으로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도입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최근까지도 쉐보레가 내세우던 보수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이 분명 직관성이나 사용자의 만족도는 괜찮았다. 하지만 다수의 소비자들이 느끼기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분위기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문제다. 때로는 본질적인 성능보다도 겉치레가 우선시 되는 경우가 많다.

차세대 트랙스의 디자인은 '크로스오버'의 정의를 설명해 주는 듯하다. 그래서 쉐보레가 트랙스에 '크로스오버'라는 명칭을 덧붙인 이유에도 의구심은 피어나지 않는다. 분명 차체 형식과 역할은 소형 'SUV'라는 분야에서 경쟁해야겠지만, 소비자들이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선택하는 이유는 SUV의 강인함만을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마치 쿠페처럼 매끄럽고 날카로운 디자인은 굳이 SUV라서가 아니더라도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디자인을 선택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준다. 결국 적정선의 타협으로 소비자들에게 상품성을 어필하는 분야가 '크로스오버'의 기원이었다.

초대 트랙스는 이른바 '소형 SUV' 시장의 개척자로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하나, 현대차 그룹이 시장에 개입하기 전 가장 높은 실적을 달성한 기업은 KG였다. 구 쌍용자동차의 티볼리는 합리적인 상품성을 앞세우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국GM이 소형 SUV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가격에 대비한 크기와 성능이 아니었을까 싶다. 즉, '소형 SUV'시장인데 너무 '소형'이라 실패한다는 역설이다. 소비자들이 소형 SUV를 선택하는 이유는 결국 작은 크기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가격이 저렴해서다. 양산형 자동차 산업의 숙명이다. '크로스오버'의 관점에서 트랙스의 디자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사실 가격 대비 여유롭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형상 자체만으로도 높은 시장성을 기대해 볼 만했다.

글: 유현태
사진출처:쉐보레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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