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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7일부로 아우디 A7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한국 시장에 정식 출시되었다. 정식 명칭은 '아우디 A7 55TFSI E-콰트로'다. 2.0L 싱글터보 가솔린 엔진과 고출력 모터를 결합하여, 기존 55 TFSI 모델에 맞먹는 367HP의 합산 출력, 51.0 kg.m 수준의 합산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특히 아우디가 한국 시장에 선보인 최초의 PHEV도 맞다. 1리터당 15.7 km 수준의 훌륭한 연비는 물론 오직 전기로만 47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BMW가 2018년 6시리즈 그란쿠페를 단종시키고, 메르세데스-벤츠가 CLS클래스의 후속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아우디 코리아가 A7의 라인업을 확장한 건 한국 쿠페형 세단 시장에 가뭄의 단비 같은 선택이었다.

쿠페형 세단은 실용성의 비중을 줄이고 멋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사업 분야다. 그 기원은 쿠페에 2개의 문을 추가하겠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도전정신에서 시작되었다. 특징은 스타일을 살리는 프레임리스 도어와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 곡선형의 C필러 라인 등이 있다. 2+2 구조의 GT, 4도어 GT 내지는 쿠페형 세단이라 칭했다. 뒤이어 BMW도 6시리즈 그란쿠페로 관련 시장에 참전했고, 디자인 혁신을 추구하던 아우디도 빠질 리가 없었다. 아우디는 2009년 5도어 GT 개념의 '스포트백' 컨셉트를 공개했다. 곧 아우디 최초의 쿠페형 세단이었던 A7의 밑바탕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혁신의 디자인이란 평가를 받는다. 2세대 아우디 A7의 디자인을 자세히 분석해 본다.

1세대 아우디 A7은 E세그먼트 세단 A6를 토대로 개발되었다. 형식은 지금도 동일하다. 대신 A6와 A7의 디자인은 확연히 다르다. 아우디가 2009년에 공개했다 한 스포트백 콘셉트의 중점은 '패스트백' 스타일이다. 패스트백이란 C필러가 차체 뒷면 리어엔드까지 한 줄로 연결된 차체 형식을 지칭한다. 즉, 트렁크 데크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차량을 바라볼 때 역동성이 느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디자인이다. 제1세대 A7의 핵심도 같다. 완만한 각도로 포물선을 그리는 루프라인과 매끄러운 숄더 라인이 진중하면서도 역동적인 실루엣을 그려낸다. 여타 브랜드들과 다르게 트렁크에는 '해치게이트'를 적용하여 더욱 매끈한 C필러 스타일을 구현한 점도 특징이다.

아우디의 신개념 스포트백 세단은 성공적인 시장 반응을 이끈다. 비단 패스트백 루프만이 아니라 디자인 요소까지 역동성을 가미한다. 날렵하게 다듬은 헤드램프와 범퍼, 가변식 스포일러와 프레임리스 도어가 좋은 예시다. 원래부터 자동차 디자인의 성공 사례로 아우디라는 브랜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해 왔다. 그런 아우디의 A7은 단번에 브랜드의 아이콘이 된다. 당대 독일 브랜드 중에서도 아우디는 젊은 감각을 강조하는 편이었다. 대신 디자인의 트렌드는 모든 브랜드들이 진보적인 젊음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나타냈다. 차세대 A7의 디자인 방향성이 더욱 궁금해졌다.

차세대 A7이 변화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아예 새로운 디자인과 철학을 내세우거나, 기존의 디자인을 가다듬고 상품성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결론적으로 디자인의 기틀을 변화시킨 적은 없다. 대신 '선의 진화'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아우디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욱 섬세하고 기하학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디자인에 대입해왔다. 정교하고 간결한 '선'을 구현할 수 있기에 가능했다. 날카로운 선은 면과 면의 대비를 더욱 돋보이게 하며 입체감을 강화해 준다. 사실적으로 물리적으로 완벽한 직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학 기술은 완벽에 가까워진 직선을 가공할 수 있도록 발전해 왔다.

전술한 내용처럼 디자인의 레이아웃은 그대로다. 모노프레임 형식의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날카로운 헤드램프가 자리 잡고 있다. 대신 훨씬 정교하다. 자동차의 첫인상과 같은 헤드램프는 매트릭스 LED 그래픽을 품으며 굉장히 화려해졌다. 이 LED 그래픽은 '시퀀셜' 기능으로 순차점등이 가능하여 디지털 감성을 자극한다. 모노프레임 그릴은 아예 그릴 프레임이 생략된 모습이다. 정확히는 그릴 바와 같은 검은 색상으로 도장했다. 덕분에 그릴 면적은 더욱 커 보이고 공격적인 인상을 준다. 범퍼 양 끝으로 자리 잡은 에어 인테이크도 작고 섬세한 직선들로 구성되며 강렬한 대비를 일으킨다.

고성능 엔진을 과시하듯 보닛의 볼륨감도 키웠다. 수많은 직선들로 꾸며진 것이다. 그리고 보닛과 헤드 램프, 그릴이 맞물리는 부분을 최대한 간결하게 처리했다. 선과 선이 최대한 간결하게 맞물리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단, 차세대 A7이 보여준 선의 진화는 단지 부분적인 디자인 요소로만 분석하기에 아쉽다. 전체적인 폼팩터를 바라봐야 한다. 1세대에서는 완전한 평면에 가까웠던 싱글프레임 그릴도 입체감을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보닛에 새겨진 파팅라인을 따라 음영 대비가 생겨났다. 초대 A7이 지니던 밋밋한 프로필도 완전히 사라졌고, 역시 측면 디자인도 강렬한 직선이 입체적인 대비를 남기고 있다.

측면 디자인을 자세히 분석한다. 입체적으로 변화한 프로필은 움푹 패어있는 로커패널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 도어패널의 높이가 낮아 보이도록 유도하면서, 앞뒤 펜더의 볼륨감을 살려주는 효과도 있다. 또한 2세대 A7은 더욱 노골적으로 앞뒤 펜더를 강조하고 있다. 이전 세대는 헤드램프에서 테일램프로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을 일직선으로 구성한 반면, 차세대 A7은 프런트 펜더와 리어펜더에 약간의 아치 형태로 힘을 줬다. 사진으로 보기에도 앞뒤 휠 하우스 상단부, 그리고 도어 패널 하단 부근에 양각의 면이 과시되는 모습이다.

전체적인 비율 감각도 달라졌다. 아우디는 엔진을 종 방향으로 전륜 차축 앞에 배치하는 독특한 레이아웃을 지닌다. 때문에 프런트 오버행이 길고, 앞문과 차축 사이의 거리가 좁은 편이다. 그래서 풀체인지를 통해 최대한 프런트 오버행의 길이를 줄이고 헤드램프 그래픽이 휠 하우스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디자인을 택했다. 휠베이스와 리어 오버행의 길이가 긴 편이고, 이와 어우러지는 패스트백 루프 라인이 진취적인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여전히 프레임리스 글래스를 채택하는 덕분에 창문 면적이 좁고 예리한 프로필을 구현할 수 있었다.

후면부 디자인은 테일램프의 변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수평형의 LED 라인을 추가하며 일체형으로 형상을 다듬은 것이다. 그리고 헤드램프와 유사한 역동적인 LED 그래픽을 삽입했다. 아마 테일램프의 윤곽선이 좁아지는 형상인 것도 LED 그래픽의 높이차를 두기 위한 목적이 크다. 수평형의 LED 라인은 차폭을 강조해 주는 역할이다. 특히 2세대 A7은 리어 펜더의 볼륨을 강조하는 프로필이 특징이었기 때문에 일자형 테일램프와의 조화가 이상적이다. 넓은 차폭과 함께 반짝이는 기하학적인 그래픽이 미래에서 온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측면 디자인이 그러하듯 리어 범퍼도 공격적인 형상을 채택하고 있다. 디퓨져를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디퓨져의 경우 역시 날카롭고 정교한 직선들이 입체감을 자극한다. 다만 머플러 팁은 생략되었다. 스포츠성을 과시하는 디자인이라 했지만, 미래지향성에 치중하는 바도 크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공격적인 배기음을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어차피 그 본질이 희석된 상황이라면 억지스러운 머플러 팁의 부재가 크게 아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범퍼 하단부는 직선형의 가니시가 마감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수평형의 직선을 활용한 덕분에 안정성이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인테리어는 간단하게 살펴본다. '직선'이라는 아우디 디자인의 핵심은 실내 디자인에도 확고하게 나타난다. 스티어링 휠과 다이얼 버튼, 그리고 엠블럼 및 UI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직선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시보드의 에어벤트는 크롬 빛의 직선 라인으로 연결하여 마치 장식품처럼 승화했고,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공조장치까지 전부 직선형의 윤곽선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그리고 실내 마감소재도 인상적이다.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과 알루미늄 소재를 적극 채택한 것이다. 여타 세단 대비 미래지향성을 강조한다고 한 A7에 부여하는 하이테크 감성이다.

아우디는 차세대 A7의 디자인에 디테일을 다듬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뒷배경에는 정교한 공학 기술이 존재하고, 예리하고 정교한 직선에 스며들어 있다. 산업 디자인이란 개인적인 철학과 미적 가치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예술 행위가 아니다. 공학 기술과의 접점을 찾는 것이고, 제약이 있는 환경 속에 가장 매력적인 답을 찾아내야 하는 게 자동차 디자인이다. 때문에 자동차의 디자인에는 정답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동차 디자인의 미학에 빠져드는 이유기도 하다. 비단 아우디처럼 과거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개선하는 디자인 철학이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인 전략은 아니다.

식상함을 줄 수 있다. 변화가 크지 않은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이목과 흥미를 이끌기 어렵다. 특히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대중일수록 변화하지 않은 디자인에 새로움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하지만 아우디 A7의 디자인 완성도는 독보적이었다. 비슷한 디자인을 답습하더라도 확실히 다르다. 새로움을 남겨주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아우디는 새로움을 주기 위한 수단을 다방면에서 연구하는 듯하다. 살아있는 DRL 그래픽이라든지, 손에 베일 듯한 날카로운 직선의 미와 이상적인 비례까지 차이를 두었다.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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