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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제네시스는 GV80 쿠페의 실물이 공개되었다. 올 상반기 제네시스는 소문만이 무성하던 GV80 쿠페의 컨셉트 카를 공개한 바 있었고, GV80의 페이스리프트와 동시에 GV80 쿠페까지 시장에 선보인 것이다. 여느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쿠페형 SUV와 같이 유려하고 매력적인 디자인 감각을 세일즈 포인트로 한다. 또 쿠페라는 성격에 맞춘 스포티한 감각의 액세서리를 추가했다. GV80 쿠페에서만 3.5L급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슈퍼차저 시스템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합산 출력 415마력의 힘은 고성능 SUV라는 수식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제네시스의 브랜드 독립 이후 공식적으로는 최초의 쿠페다. 앞선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세단의 플랫폼을 활용한 쿠페, 내지는 4도어 GT를 먼저 양산해 오곤 했다. 다만 레거시 브랜드들도 2도어나 4도어 쿠페의 수요 부진 문제를 앓고 있기에 인기 차종을 제외하고서는 단종을 택하는 모양새다. 원래는 브랜드 가치를 위해서라도 유지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전기차 개발의 압박이 가중되었다. 쿠페형 SUV는 다르다. 소비자들에게 멋을 위해 실용성을 포기한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오직 멋을 위한 부가가치다. 대형 SUV는 생산성과 수익성 모두가 뛰어나다. 제네시스 최초의 쿠페 'GV80 쿠페'의 디자인을 분석해 본다.

현대자동차에서 제네시스가 브랜드로 분리된 건 2015년이었다. 대략 8년의 시간이 흘렀다. 제네시스는 짧은 기간만에 자사만의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바 있다. 제네시스의 엠블럼을 형상화한 크레스트 그릴, 그리고 날개를 형상화한 두 줄 캐릭터가 그 예시이다. 그러한 투-라인 룩을 정립한 차종이 초기형 GV80이었다. 그 앞에 G70의 두 줄 DRL이나 EQ900의 페이스리프트로 출시한 G90도 제네시스의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하고는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철저히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디자인 언어로 설계된 차종은 GV80이 최초였다는 의미다.

GV80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디자인 언어는 '역동적인 우아함'이라고 했다. 그리고 역동성과 우아함을 묘사할 수 있는 여러 픽션을 묘사했다. 헤드램프의 단정하고 간결한 그래픽, 굵은 몰딩을 지닌 범퍼와 크레스트 그릴, 플래그 타입으로 거치된 사이드미러 등 '우아함'을 자극할 수 있는 디테일들은 많다. 여기서 '역동성'을 표현하는 부분은 차체 전반에 거친 윤곽선과 비율 감각이다. 길게 뻗어있는 보닛이나 차체 뒤편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캐릭터 라인, 앞뒤 휠 아치를 강조하는 차체 굴곡이 좋은 예시다. 제네시스는 각각의 라인에 '파라볼릭 라인', '애슬레틱 파워 라인'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쿠페는 그런 '역동적인 우아함'을 표현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다. 초대 GV80은 SUV라는 점에서 실용성을 배제한 디자인이 탄생할 수 없었다. 단적인 예시로 G80과 GV70이 있다. G80은 E세그먼트 세단이다. C필러가 트렁크 리드까지 연결되는 패스트백 루프는 2열 거주성을 최우선에 둔 디자인이 아니었다. 애당초 거주성이 우선이라면 SUV를 구매했을 소비자들을 배제한다. GV70은 SUV다. 측면에는 크롬 몰딩과 립 스포일러, 오페라글라스 등을 활용하여 최대한 쿠페와 같아 보이는 프로필을 연출했다. 하지만 파생형 쿠페가 아니었던 만큼 실용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통상적으로도 SUV는 '크고 듬직해야 멋있다'라는 정설이 있었다. 그런 정설을 타파한 브랜드가 BMW였고, 어중간한 쿠페가 아닌 '쿠페'만을 위해 디자인된 SUV 모델이 별도로 파생되는 방식이었다. 초대 GV80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해외 시장에서도 국산 프리미엄 모델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과를 이루었다. 제네시스도 GV80 스탠다드 모델의 양산을 빌미로 GV80 '쿠페'를 파생시킬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전면 디자인은 GV80의 페이스리프트를 토대로 했다. 레이아웃 자체는 기존 GV80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평으로 배치된 두 줄의 헤드램프는 안정적이고 와이드 한 인상을 추구한다. 그리고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전방부로 돌출시켜 존재감을 과시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헤드램프보다는 살짝 아래에 배치하여 매끄러운 곡면을 완성했다. 어쩌면 단순하고 전형적인 디자인 구성이다. 하지만 '투-라인'이라는 헤드램프 배치가 특징적인 부분이고, 전체적으로 제네시스의 엠블럼을 연상시키는 프런트 마스크가 된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한 마름모꼴의 패턴도 제네시스의 G-매트릭스 패턴이라 하는 상징 요소다.

G매트릭스 패턴은 다이아몬드에서 투과된 그림자의 형태에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번 페이스리프트의 핵심은 디테일 강화였다. G매트릭스 패턴은 듀얼 아키텍처 구조로 더욱 섬세해진다. 헤드램프에는 MLA 모듈을 적용하여 더욱 밝고 화려한 그래픽이 나타난다. GV80과 GV80 쿠페의 전방부 디자인 차별화도 결국은 디테일의 차이다. 범퍼에 부착된 에어인테이크의 면적을 최대화한다. 특히 그릴 하단부에도 개구부를 만들어 라디에이터 그릴이 더욱 돌출되어 보이도록 한다. 저돌적인 인상을 유도하는 것이다. 각종 가니시에는 다크 크롬을 적용하여 무게감을 더했고, 프런트 에이프런 면적을 최소화했다.

쿠페형 SUV의 중핵은 측면이다.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역동적인 우아함' 철학과 이상향이 일치한다. 길게 뻗어잇는 보닛과 짧게 튀어나온 트렁크 데크가 역동적인 비율을 만든다. 정확히 트렁크 데크는 아니고, 리어펜더에서 시작된 립 스포일러 형태의 엣지 라인이다. 헤드램프에서 테일램프를 연결하는 포물선 형태의 캐릭터라인은 GV80과 동일하다. 뒤로 갈수록 완만히 낮아지는 형태다. 하지만 립스포일러 라인이 높은 경사로 치솟으면서 더욱 극적인 대비를 남긴다. 이 립스포일러 형태의 끝단은 뒷유리 면적을 좁혀주는 효과도 있다. 덕분에 B필러에서 시작되는 곡선형의 라인은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쿠페스타일의 D필러라인에 억지스러운 느낌이 없다는 표현이다. GV80에 비해 창문 면적이 확실히 좁다. 특히 루프라인보다도 더욱 가파른 각도를 지닌 윈도우 라인은 쿠페의 스포티함을 맹목적으로 지향한다. 캐릭터라인을 경계로 차체 상단만을 바라본다면 거의 패스트백 세단과 유사한 실루엣이다. 기존부터 휠 하우스를 강조하던 애슬레틱 파워라인은 앞뒤 펜더에 양각의 면을 조성해 준다. 리플렉션으로 느껴지는 도어패널의 굴곡까지 휠을 강조하는 인상이다. 전반적으로 쿠페의 볼륨감이 훌륭하다는 의미다. 로커패널이나 범퍼, 윈도우 몰딩에도 다크크롬을 적용했다.

뒤에서 바라보는 실루엣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리어펜더로 갈수록 낮아지던 파라볼릭 라인과 후면 엣지 라인이 만나면서 리어펜더 상단부의 면적이 확장된다. 더욱 리어펜더의 볼륨을 강조하는듯하다. 테일램프 형상은 차폭의 너비를 강조하는 형태인데, 이와 대비되는 보트 테일 형태의 그린하우스가 대비를 남긴다. 탄탄한 인상이다. 뒷부분 차체 형상은 경주마의 말발굽, 즉 '편자'를 형상화한 것이다. 후방 디자인의 개념이 없던 클래식 스포츠카의 '캠백' 스타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만큼 쿠페의 고전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루프라인 끝단에 배치된 실제 립스포일러다.

마치 고성능 스포츠카의 '더블 버블' 스타일처럼 스포일러 중심부가 생략된 형태다. 제네시스는 공력성능을 고려한 형태라고 하지만, 쿠페의 매끄러운 윤곽선이 반감되는 느낌은 있다. '스포티함'을 지향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하다. 범퍼의 형상도 그렇다. 공격적인 윤곽선에 윙 타입 가니시가 파고드는 형태이다. 그렇게 리플렉터를 자연스럽게 감싸기도 한다. 머플러는 트윈 듀얼 팁 타입이다. 제네시스의 크레스트 그릴을 현상화한 머플러 팁을 양 갈래로 분할했다. 그리고 양측 머플러팁 사이에는 언더커버가 파고든다. 그런 디자인 요소의 배치를 따라 자연스러운 윤곽선이 표현되었다.

GV80은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실내디자인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대시보드가 전체적으로 변경되었으니 오히려 외관의 변화보다도 크다. 가장 큰 특징은 매립형 클러스터를 배제하고, 27인치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점이다. 에어벤트는 기존과 같이 수평형으로 연결되어 있고, 도어트림의 알루미늄 라인과 연결된다. 센터페시아는 터치타입 공조장치가 배치된다. 하단부는 수납공간으로 마감되었고, 기존보다는 센터콘솔 위치가 낮아진듯하다. 크리스탈 소재를 활용한 다이얼 기어와 컵홀더에는 엠비언트 라이트가 내장되어 있기도 하다.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그만큼 제네시스만의 디자인 정체성은 희석된 느낌이다. 그저 트렌드를 따랐고, 기존 GV80과 같은 보수적인 고급감이나 익숙한 편안함은 와닿지가 않는다. 그래도 명색이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SUV인 만큼 실제로 느끼는 테두리 마감이나 소재 품질은 차별화될 것이다. 쿠페만의 차별점도 있다. D컷으로 꺾인 스티어링 휠과 카본 인서트 트림이 그 예시다. 시트 패턴과 스티칭 스타일도 GV80과 쿠페가 구분된다고 한다. 확실히 쿠페의 클래식함보다는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패키징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쿠페라고 했다. 하지만 최초라고 하여 엉성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전반적인 디자인 언어는 제네시스가 말하는 '역동성'과 '우아함' 두 가지가 모두 양립한다.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는 점이 놀랍다. 제네시스에게는 이번 GV80 쿠페가 곧 브랜드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북미 시장을 비롯해 한국 출신의 크로스오버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SUV라는 점에서 하위 세그먼트와는 다른 '우아한' 고급감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역동성'의 상한선이다. 일류 브랜드들도 대형급 SUV에 맹목적인 쿠페스타일 디자인을 접목시키진 않는다. BMW의 XM만 봐도 그렇다.

곧 마케팅이 된다. 제네시스가 양산차량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담은 모델이다. 쿠페라는 점에서 실용성이 아닌 '멋'을 따져보는게 합리적인 시각이 된다. 반대로 말하면 제네시스의 '멋'을 가감없이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판매량과 수익성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GV80이 '쿠페'로서 보여줘야 하는 성과가 금전적 가치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GV80 쿠페를 접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뒤바뀔 수 있다면 된다. 그 존재만으로 성과가 되는 것이다. 사변적으로 GV80 쿠페의 디자인은 멋있다. 하지만 명맥을 이어나가야 한다. 제네시스의 일회성 퍼포먼스로 마무리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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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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