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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초소형 SUV, 캐스퍼 액티브다. '캐스퍼'라는 이름처럼 경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겠다는 야망을 품고 새롭게 출시된 차종이다. 한국 시장은 경차의 고립 지대와 같았다. 경제성이 중요시되는 시장, 생산단가 대비 수익률 낮을뿐더러 판매량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심지어 유통 마진이 붙는 수입 차량들은 거의 진입이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은 자동차 산업이 경제성장의 중추인 만큼, 해외처럼 대형차량 판매에 대한 규제나 부가세가 각박하지 않다. 때문에 경차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고 성장도 둔화되었다.

캐스퍼는 지역형 일자리 광주 글로벌 모터스의 위탁 생산으로 출고된다. 아울러 온라인 판매만 지원한다는 점, 캐스퍼가 생산 및 유통 마진을 절감하기 위한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차가 오직 국내 시장만을 위한 '경차'를 개발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로써 캐스퍼의 출시 목적은 경차 시장의 활성화라기보다도, 자동차 보유율 자체를 노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된다. 운전에 두려움이 있는 소비자라던가 경제적인 이유로 자동차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들, 비슷하게 출퇴근용 차량을 따로 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그렇듯 캐스퍼의 타게팅은 분명했다. 디자인부터 귀여움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회초년생을 비롯한 젊은 층의 소비자들, 그리고 여성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준다. 요즘 대중교통을 타는 것도 이용료가 많이 오르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과 부대껴야 하는 불편함은 그대로이며 날씨는 더 춥고 더워지고 있다. 캐스퍼의 산뜻한 인상은 운전에 거부감을 품고 있던 소비자들도 한 번쯤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 경차이니 만큼 상대적으로 유류비나 주차비, 기타 세금 절감은 물론, 출고가 자체가 저렴하니 합리적인 타협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 젊은 연령대의 학생들에게 캐스퍼는 귀여운 디자인의 경차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현대차 마케팅 팀의 노력인지 온전한 SUV로 분류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기존 경차대비 전고가 높고, 차체 하부가 플라스틱 가니시로 마감되어 있다. 보닛에는 파워돔 라인까지 그려져있고, 측면에는 휠아치를 강조하는 캐릭터 라인에 경차치고는 볼륨감이 살아있기도 하다. 뒤에서 보아도 차체 하부에는 두꺼운 언더커버가 자리 잡고 있으며, 세로로 곧게 솟아있는 C필러 덕분에 SUV의 듬직함이 강조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분명 귀여움을 유도하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상단부의 턴시그널이 마치 눈처럼 자리 잡아 있고, 메인 헤드램프는 그릴 프레임 안속에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뒤편의 후진등과 턴 시그널도 헤드램프와 같은 원형이다. 현대차의 패밀리룩 요소인 '파라메트릭 패턴'을 각인한 리어램프도 독특한 개성으로 바라보는 소비자들이 많다. C필러에 스마일 로고가 각인된 모습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시승차량은 '터보차저'가 달린 캐스퍼 액티브 모델로, 고성능 감성의 메시 타입의 그릴이 설치되어 있다. 검은 색상으로 스포티함을 더한다.

사측 홍보자료로 사용되는 캐스퍼는 대부분 풀옵션 '인스퍼레이션' 사양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보다 경제적인 사양으로 출고한다면 '디 에센셜 라이트' 정도로 알아보게 된다. 15인치 스틸 휠을 달고 있는 시승 차량이 실질적인 디자인에 가깝다. 테일램프에는 LED광원이 적용된다. 디 에센셜 사양의 경우에는 루프랙과 메탈 페인티드 플레이트, 프로젝션 LED 램프가 적용되면서 원형의 DRL이 점등된다. 원래 귀여운 스타일링이라 깡통 휠도 어색하지 않은 편이다. 시승차량은 디 에센셜 라이트에 컴포트 플러스와 내비게이션이 추가된 사양이다.

실내 디자인은 원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듯 아날로그 한 분위기다. 플로팅 타입 센터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고, 돌출형 에어벤트, 그리고 센터페시아에 각종 버튼들이 나열되어 있다. 나름대로 퍼플 단일 색상의 무드램프를 적용하고, D컷 스티어링 휠, 4.2인치 LCD를 포함하는 디지털 클러스터로 멋을 부리기는 했다. 초점은 공간활용성에 있다. 1열 콘솔 박스를 생략한 채 벤치시트를 설치하여 거주성을 개선했고, 2층 구조의 대시보드 디자인으로 수납 능력을 키웠다. 옵션으로 제공하는 풀 플랫 폴딩도 경차가 지닌 공간적 제약을 해소해 준다.

인스퍼레이션 사양이나 패키지 선택으로 풍부한 주행 보조를 추가할 수 있다. 전방 및 후측방 충돌 방지, 내비게이션 연동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까지, 차로 유지나 하이빔 보조 기능은 기본이다. 생산가를 올리는 요소이지만, 첫 차량으로 출고하는 운전자들에게는 필요한 니즈일 수 있겠다. 캐스퍼가 SUV 형태를 지니면서 파생된 장점으로 2열 헤드룸이 넉넉한 편이다. 생각보다 레그룸도 타이트하지 않았다. 다른 경차와 같이 트렁크 공간은 매우 좁다. 경차 규격 제한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한계다.

1.0L 급 직렬 3기통 엔진을 채택하고 있다. 최고 출력 100마력, 최대토크는 17.5kgm에 달한다. 터보차저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로운 수치다. 기본 모델은 약 76마력 10토크의 힘, 대신 출력이 늘어나는 만큼 연비도 20%가량 감소했다. 액티브 옵션가도 95만원이다. 여기에는 후륜 디스크 브레이크 시스템도 포함된다. 솔직히 차량에 큰 관심이 없던 첫차 구매자의 입장에서 출력에 대한 체감 정도가 없을 수 있다. 차량 구매 이력이 없는 대학생, 솔직히 잠시 타본 준중형 세단만으로도 힘은 부족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 정말 유지비를 절실히 절감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터보는 선택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막상 기본형 엔진을 탑재한 경차를 타보면 가속감이 정말 답답하다. 캐스퍼는 SUV 타입이라 모닝에 비해 중량도 10%가량 무겁다. 엑셀을 깊게 밟으면 실질적인 연비는 저하된다. 그리고 초보 운전자분들도 조금 더 운전에 적응이 된다면, 나들목과 같은 진출입로에 여유로운 가감속 성능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캐스퍼 터보만 하여도 막 다루기 힘든 수준의 출력도 아닐 뿐더러, 동기들과 여행을 가기 위해 승차인원이 늘어난다면 더 높은 출력이 필요해진다.

경차는 조그마한 차량이라서 운전이 두렵다는 초보 운전자분들도 계신다. 특히 전방 시야가 답답할 수 있는 낮은 시트 포지션의 차량을 지양한다. 확실히 캐스퍼는 SUV 타입이고, 시트 포지션도 높은 편이라 시야 확보에는 유리했다. 경차인 만큼 차체가 작고 회전반경도 짧으니 운전하기에도 너무 편리하다. 또, 차가 가벼우니 제동도 즉답적으로 이뤄진다. 옵션에 따라 후방카메라나 센서도 있으니 여러모로 운전에 적응하기에는 좋은 차량이 맞는 듯 했다. 작은 크기라서 운전이 편리하니 출퇴근 용도로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반면 고속에서는 초보에게 친근한 자동차가 아니었다는 점을 짚어가야 한다. 무게중심이 높은 편이다 보니 공기저항을 강하게 받는다. 무게중심 자체가 높다 보니 고속 안정성은 뒤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약간의 뒤뚱거리는 느낌이 있고 엑셀을 밟는 만큼 유입되는 부밍음과 풍절음은 불안함을 더한다. 저속에서는 부드럽던 하체도 고속에서는 특유의 가벼운 주행감이 느껴진다. 가볍게 세팅된 스티어링 휠도 도심에서는 운전 피로를 낮춰주지만 속력을 올릴수록 잔잔한 떨림이 많아진다.

사실 첫 번째 차량이자 운행 차량으로 경차나 소형차만을 경험했다면 그냥 익숙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고급 차량으로 연수를 받았다던가, 세컨카로 출고하는 경우라면 그 정도가 크게 와닿을 수 있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액티브의 경우에는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실제로 엔진 부밍 사운드가 확대되고 엑셀 반응도 민감해진다. 스티어링 휠의 감도도 무거워지는데, 주행감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딱히 유입되는 엔진 사운드도 즐거운 톤은 아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그냥 더 시끄러운 경차다.

대신 스포츠 모드를 따져보고서 경차의 상품성을 논할 바는 아니다. 특히 첫 차량이자 경제성으로써 캐스퍼를 바라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짚어가야 할 단점은 '4단 변속기'다. 연비도 많이 저하시키고, 승차감도 버겁게 만든다. 경차의 무게와 배기량 치고 공인연비가 굉장히 낮다는 사실이 이미 의문이었을 수 있다. 변속기가 엔진 회전수에 대응할 수 있는 커버리지가 제한적이다 보니, 그만큼 출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힘든 법이다. 엑셀을 급격히 밟거나 오르막에서 특히 RPM이 급상승하고 소음이 심하게 유입되는 이유도 같다.

아무렴 4단 변속기도 원가절감의 이유다. 출력 대비 연비가 아쉽다는 이야기지 가솔린 자동차 치고는 부담을 줄일 수가 있다. 그리고 경차는 다양한 혜택이 있다. 취등록세가 기존 7%에서 4%까지 감면되며, 공영주차장 및 톨게이트 비용 50% 할인, 그리고 연간 30만원 한도 유류세 환급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경차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유리하지만 도심환경 개선과 탄소 배출량 자체도 낮은 편이라 국가에서 구매를 장려하는 편이다.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자동차는 맞다. 자동차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메리트가 된다.

그리고 캐스퍼는 확실히 경차 중에서 가장 포용적이고 여유로운 차종이 맞다. SUV바디 타입을 지향하고, 특히 터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동성이 뛰어났다. 출력과 지상고 덕분에 다소 험한 비포장도로도 무리 없이 지나다닐 수 있고, 하부 마감재 덕분에 도장면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여유로운 지역에서는 1열 시트를 접고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된다. 또, 주말 나들이에 있어서는 2열 시트를 접고 많은 짐을 적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볍게 장을 보거나 짐을 옮기는 일에 있어서도 시트만 접으면 넉넉히 활용 가능하다.

자동차 구매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건 이동의 자유와 편리함을 얻기 위함이다. 경차는 이동의 자유에 대한 접근성을 낮춰준다. 경차가 지닌 많은 단점들을 언급하긴 했지만, 자유에 대한 대가로는 충분히 받아들일 만하다. 그마저도 도심 주행 위주라면 오히려 중형 이상의 큰 차보다 편리할 수 있다. 첫 차량이라면 또 한 가지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점, 대중교통만의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한 이점이다. 그래서 캐스퍼라는 경차가 지닌 자유로운 기동성과 공간 활용성이 더욱 각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서론에서 캐스퍼는 타게팅이 분명한 자동차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신흥시장을 개척한다고 했을 때, 여러 측면에서 접근성이 낮은 경차는 강한 설득력을 지닐 수 있었다. '경형 SUV'의 탄생에 대한 인과관계를 떠올려 봤다. 확고한 개성을 품은 디자인, 모험의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는 패키징, 공간의 자유를 제시하는 실내, 취향껏 선택할 수 있는 엔진 성능까지 '갖고 싶은 경차'라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남겨주기도 했다. 물론 경차의 태생적인 제약은 있으나, 이동의 자유라는 혜택 자체가 특별한 것이다.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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