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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로요. 현재 현대 기아가 선보이고 있는 하이브리드(HEV)와 비슷하면서 다른 구조입니다. EREV 버전의 GV70는 2026년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난 3월 뉴욕 모터쇼에서 제네시스는 ‘단순한 하이브리드를 뛰어넘는 방향’으로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었는데 아마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었나 봅니다. 근데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좀 낯선데?

EREV, 누구냐 넌?

Extended-Range Electric Vehicle, EREV는 이름부터 전기차입니다. 주요 동력원도 PE 시스템. 하지만 내연기관 엔진이 전기를 생성하는 제너레이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전기차와는 다릅니다. 게다가 엔진이 있기 때문에 배출 가스가 나와서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로 분류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하이브리드의 주요 동력원은 엔진이고 전기 모터는 보조 동력입니다. EREV에선 PE 시스템이 메인이고 배터리를 충전해 주행 거리를 늘려주는 엔진은 보조 역할을 맡습니다. 배터리 잔존 용량이 감소하더라도 엔진은 구동에 직접 개입하지 않습니다.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EREV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십여 년 전 쉐보레는 볼트(Volt)를 통해서 EREV 선보인 적이 있거든요. 당시엔 전기차에 대한 이해와 수요가 부족하던 때라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어요.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그리고 전기차(BEV)와 달리 정책적 지원에서도 제외되면서 친환경차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는 듯했으나 최근 전기차 보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는 것 같네요.

한국자동차연구원은 EREV를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 각각의 장점을 온전히 살릴 수 있는 특징’을 지녔다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운전하면서 배터리를 계속 충전할 수 있으니 사실상 배터리 용량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가 제한되는 것이 아니고, 전기차 특유의 부드럽고 빠른 가속력과 주행감도 구현 가능하니까요.

일부 제조사는 엔진의 회전수와 부하가 일정한 상태로 작동하기에 높은 열효율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닛산이 대표적인데요. 닛산은 EREV를 e-Power로 소개합니다. 닛산은 2세대 e-Power 시스템을 통해 엔진 회전수와 부하를 고정하면 최대 50%의 열효율 달성이 가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략 40% 정도의 효율을 보여주는 가솔린 엔진에 비하면 높다고 할 수 있죠.

최근 저렴한 전기차로 세계 시장에서 약진하는 중국 업체들도 EREV에 대한 관심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리 오토는 발 빠르게 EREV SUV를 선보이며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현실적인 전기차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리 오토는 지속적으로 여러 EREV 모델을 출시하면서 30만 대가 넘는 판매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왜 다시 EREV?

하이브리드보다 높은 연비 그리고 전기차 대비 향상된 주행거리. 기름값 부담과 함께 충전 불편함도 덜어낼 수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산 전기차 중에 가장 멀리 간다는 아이오닉 6의 배터리 용량은 77.4kWh이고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520km가 조금 넘습니다. 리 오토의 5인승 패밀리 SUV인 L7은 52.3kWh 배터리를 탑재해 CLTC 기준 최대 1421km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더 적은 용량의 배터리로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거죠. 게다가 충전소보단 주유소가 압도적으로 더 많은 상황에서 기름 넣고 운전하면서 배터리 충전하는 건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

제조사에게도 EREV가 매력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원가 절감. 비교적 작은 배터리와 소형 엔진을 조합해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EREV의 엔진은 배터리 충전 목적으로 구동되기에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엔진 부하 사이클 변동이 크지 않아요. 비교적 일정하기에 배기가스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엔진 회전수와 사이클 최적화에 더 유리하다는 거죠. 무엇보다 지금까지 개발하고 다듬어 온 엔진을 비롯한 내연기관 부품을 계속 활용할 수도 있어요. 보다 완벽한 전동화 전환을 위한 시간도 벌 수 있는 셈이죠. 제네시스가 EREV를 선택한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겠죠.

GV70은 뒷바퀴 굴림의 내연기관 모델에 기반한 전기차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EREV 버전으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기존 구조를 이어가면서 생산 공정을 크게 바꿀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전륜 구동 방식의 하이브리드를 주로 만들어 온 현대차 그룹에서 제네시스만을 위한 새로운 후륜 구동 방식의 하이브리드를 개발한다면 시간과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겁니다. 기존 방식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겠죠. 2025년부터 선보이는 모든 모델을 전기차로만 만들겠다는 기존 계획은 수정해야겠지만요.

과도기에 마주한 다양성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EREV를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배터리 전기차로 넘어가는 논리적인 솔루션’으로 표현한 바 있습니다. 변함없는 비싼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전기차 라이프스타일에 큰 불편함 없이 적응하고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요.

전기차 시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한 다양성 중 하나인 EREV. 전동화 전환의 속도가 조금 완만해진 현재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반박 시 님 말이 다 맞아요.

글 이순민
사진 HK PR CENTER, KATECH, NISSAN

이순민

royalblue@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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