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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 르노 코리아의 차세대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가 공개되었다. 기존 르노 코리아의 중형 SUV였던 'QM6'의 후속 차량으로, 지금껏 '오로라1' 프로젝트로 통칭되어 왔다. 플랫폼과 엔진, 파워트레인, 디자인을 비롯해 이름까지 전부 풀체인지를 거쳤다. 특히 하이브리드 엔진 적용과 3개의 스크린을 활용한 디지털 인터페이스, 대폭 보강된 안전사양이 강점이다. 이는 지난 4월 르노 코리아의 리브랜딩과 함께 발표했던 '휴먼 퍼스트' 철학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오픈 R' 혁신, 그리고 F1 모터스포츠에서 유래한 '전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대중들을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스며있다.

프랑스와 지리 자동차의 협력 관계로 그랑 콜레오스에는 CMA 플랫폼이 적용된다. 이 CMA 플랫폼은 볼보 차량에 적용된 것으로 익숙하다. 다만, 그랑 콜레오스 모델 자체는 지리 자동차에서 먼저 공개했던 '싱유에 L' 모델과 차대부터 금형, 인테리어 트림 등 뼈대를 직접적으로 공유하는 형식이었다. 만약 오로라 1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싱유에 L과 확실한 차별점을 남기지 못한다면 '중국차의 컨버전 모델'이라는 비관적인 시선이 앞설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공개된 르노의 오로라 프로젝트 1, 그랑 콜레오스의 외관 디자인은 유의미한 이미지 전환을 성공한 듯하다. 그 디자인을 분석해 본다.

콜레오스라는 이름은 대한민국에서 익숙하지 않다. 사실 콜레오스는 유럽 현지에서 사용되는 중형 SUV의 명칭이다. 국내에서는 QM5와 QM6라는 이름으로 인지도를 쌓아왔다. 올해 르노 코리아 사명 변경과 함께, 로고와 엠블럼, 차명까지 프랑스 본사와 일원화를 예고한 바 있다. 앞으로 QM6라는 이름도 유럽 현지명 콜레오스와 통합되는 셈이다. 대신에 기존 QM6 대비 체급이 많이 확대된 만큼 유럽 현지에서도 '그랑'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일 듯하다. 유럽 본토에서는 중형 SUV가 주력 차종이 아니고, 르노 '에스파스'와 포지션이 겹치는 만큼 제품성 자체는 전적으로 한국시장에 초점을 두었을 것이다.

르노 코리아 중앙연구소에서 연구를 전담했던 2세대 르노 콜레오스도 1세대에 비해서는 차체가 많이 확대된 바 있다. 때문에 혁신성에 초점을 두었던 1세대 콜레오스와 다르게, 2세대는 보다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표현한다. 중세 시대 기사의 투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그릴과 헤드램프의 앞트임 디자인, 그리고 'ㄷ'자 형태의 DRL은 르노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은 바 있다. 당대 패밀리룩은 어떻게 응용하는지에 따라 디자인의 정체성도 탈바꿈시킬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중형 SUV에 속하는 QM6는 '안정감'을 택했을 터, 문제라면 대략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스타일링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전 세대 콜레오스의 디자인 완성도와 별개로 식상함을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그란 콜레오스의 디자인은 확실히 '신차'답다는 인상을 남긴다. 그 근간이 지리자동차의 싱유에L 모델이라 할지라도, 국내외 시장에서는 생소한 차량이다. 그런 싱유에L의 뼈대만을 유지한 채 차체를 두르는 대부분의 디자인 요소를 다듬고 변경했다. 'ㄷ'자 형태의 DRL을 채택하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로 느껴지지만, 최근의 르노는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고착화된 패밀리룩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능보다 '스타일'의 목적이 더 강해져 가고, 'ㄷ'자 형태의 DRL은 스스로에 대한 제약이 될 수 있기도 하다.

최근 르노가 SUV의 디자인에 추구하는 철학은 'athletic'이라고 한다. 탄탄하고 건장한 사람에게 붙는 수식어로, 자동차에 있어서는 역동적이고 균형 잡힌 스타일링을 의미할 수 있겠다. 프랑스 르노의 현지 시장에서 신형 SUV들은 '입체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날카로운 선과 면을 적극 채택하는 것이다. 아울러 휠 아치와 펜더의 볼륨을 강조하고, 사선형의 벨트라인을 채택하여 스탠스 자체를 공격적으로 조율할 수도 있다. 최근 르노가 공개하는 신차 디자인을 보면 비슷한 기조를 느낄 수 있다. 다만, 그랑 콜레오스는 싱유에 L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중형 SUV'다 보니 수렴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전면 디자인을 보다 자세히 살펴본다. 새롭게 디자인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별도의 경계가 없는 프레임리스 타입이다. 마치 로장주 엠블럼을 형상화하듯 마름모꼴 형태의 패턴이 입체적으로 교차되고 있다. 이 패턴은 차체 상단부로 갈수록 크기가 작아진다. 덕분에 중앙에 자리 잡은 엠블럼이 강조되며 상징성을 더한다. 또한 보닛 끝부분 라인을 강조하는 역할이 있는데, 보다 공격적이고 스포티한 인상을 만들어주는 부분이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프런트 마스크가 중형 SUV 치고 꽤나 낮게 포지셔닝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보닛과 라디에이터 그릴의 경계선을 최대한 억누르고 전반적인 볼륨감을 키운 것이다.

사각형의 헤드램프 윤곽선은 기존 싱유에L의 형태에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내부의 그래픽 역시 점차 길어지는 형태의 DRL 라인으로 역동성에 초점을 맞췄다. 범퍼의 디자인도 강한 음영 대비를 지닌 편이다. 전면부 윤곽선을 조금 더 매끄럽게 마감할 수도 있었겠지만, 에어커튼 홀의 크기를 키우고 입체감을 강조한 것이다. 최신 르노는 보다 입체적이고 공격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했는데, 그런 '역동감'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조한 부분일 수 있다. 그 테두리에도 입체감을 키워주는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의 가니시가 부착된다. 범퍼 하단부까지 차체 색상으로 마감한 모습은 세련미를 키워준다.

측면 디자인이다. 전체적인 실루엣 자체는 중형 SUV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편이다. 승객 탑승 공간 '그린하우스'가 강조된 전형적인 패밀리 SUV다. 벨트라인도 높게 위치한다. 보닛 길이를 최대한 전방부로 밀어내긴 했지만, 전륜과 앞문까지의 거리가 짧다. 특히 프런트 범퍼 하단부까지 차체 색상과 동일하게 마감한 반면, 휠 하우스 커버 색상만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하니 딱히 비율적으로 좋은 효과 같지는 않다. 휠베이스도 짧아 보이고, 휠 인치도 작아 보이게 하는 인상이 있다. 비율적인 장점이라면 프런트 오버행이 짧아 보이게 만들기는 한다.

앞서 르노의 최신 SUV 디자인은 '애슬레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도장면이 플라스틱 질감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휠 아치의 컬러는 의도적으로 세팅한 부분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휠 하우스의 볼륨과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을 새겼을 수 있다. 범퍼 앞뒤로 장식되는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의 가니시와 로커 패널의 컬러 포인트와 조화를 이루는 목적이기도 하다. 차체 측면에 사선형으로 그려진 캐릭터 라인이나 C 필러에서 급격히 상승하는 형태의 윈도우 라인 역시도 지속적으로 언급해온 르노 SUV만의 차별점이 될 수 있다. 싱유에 L과 직접적으로 비교한다면 더욱 그렇다.

C 필러 상단부의 윈도우 라인도 쿠페의 윤곽선을 묘사한 듯 곡선형으로 깎아 내려진다. 반면 루프라인은 SUV의 목적 그대로 높게 뻗어있다 보니 약간의 억지스러움이 느껴지긴 한다. 나름 D필러 디자인도 쐐기형으로 가파르게 깎여있다고 볼 수 있는데, 스포일러 크기가 작고 윈도우 몰딩이 더 가파르게 꺾여있으니 대비가 반감되는 셈이다. 그래도 그랑 콜레오스만의 개성이라면 개성이 될 수 있다. D필러 패널에 입체적인 주름을 새긴 것도 참신한 디테일 요소 중 한 가지다.

바로 뒤에서 바라보는 그랑 콜레오스는 전고가 꽤나 높아 보인다. 프런트 마스크를 최대한 낮게 배치한 전면부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수평 형태의 얇은 테일램프가 채택되면서 더욱 그런 경향이 생긴다. 테일램프의 그래픽이나 완성도 자체는 준수하다. 넘버 플레이트를 범퍼에 배치하면서, 테일게이트에는 볼륨라인을 강조했다. 그 중심에 로장주 엠블럼을 배치했다. 테일게이트 디자인 자체는 간결한 반면에 번호판이 배치되는 범퍼는 꽤나 복잡하고 입체적인 형상을 보인다. 범퍼 양 끝단을 잇는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로 장식되며, 리플렉터를 차체 하단부의 언더커버와 통합시켰다.

실내 디자인은 싱유에 L의 배지 엔지니어링 수준이다. 스티어링 휠의 엠블럼만을 달리한다. 그렇다고 디자인 레이아웃에 대한 불만감이 커지지는 않는다. 최근의 실내 디자인 동향은 어차피 '디지털 친화'라는 키워드 하나로 통일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르노 그랑 콜레오스 L의 실내에는 12.3인치의 대화면 스크린을 총 3대나 탑재하는 모습이다. 사실상 대시보드가 디지털 보드가 되는 셈이다. 기능적으로 필요한 버튼이나 공조 장치는 얇고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었고, 브리지 타입으로 구성된 센터 콘솔 디자인도 심미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무난함을 지향하고 있다.

사실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경우에는 실내 레이아웃보다도 '디지털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강조된다. 르노 코리아는 제휴 관계에 있는 'T맵 모빌리티'와 협력하여 한국 현지에 맞는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다.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눈으로 보이는 물리 버튼 디자인보다, 사실적인 사용자 경험으로 느껴지는 장단점이 있다.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피드백 수용과 무선 업데이트를 통한 사후관리 역량 또한 강조된다.

글을 써내리다 보니 그 근간이 되는 '싱유에L'모델과의 지속적인 비교가 들어갔다. 두 가지 생각이 교차된다. 우선 '싱유에L'과 뼈대를 공유해야 한다는 제약 속에서는 르노만의 SUV 디자인으로 꽤나 훌륭히 탈바꿈 시킨 셈이다. 하지만 '그랑 콜레오스'라는 단일 차종으로 바라본다면 최신 르노의 과감함, 내지는 파격성을 느껴보기 어렵다. 디자인의 일부분은 입체감을 과시하는 반면, 부분적으로 밋밋함이 눈에 띄기도 한다. 다시 말해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완성도가 다소 떨어져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중형 SUV에 막연한 '완벽'을 추구할 수도 없는 셈이니 대체로 긍정적인 사견을 갖는 중이다.

그랑 콜레오스의 발표와 함께 르노가 설명하는 브랜드 철학은 '매일을 함께 하는 자동차'다. 아방가르드를 추구하는 일부 디자인 요소와 다르게, 전체적인 실루엣에서 '패밀리 SUV'의 본성적인 육중함과 비율감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역동성을 우선으로 하는 최신 르노의 스타일링과 결이 다르기는 하다. 대신 양산형 SUV라는 그랑 콜레오스의 포지션에는 대체로 적합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어차피 대중성을 우선시해야만 하는 위치였고, 새롭게 첨부된 디자인 요소들 만으로 '새로움'을 자극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글: 유현태
사진:르노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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