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5 이순민
뭐든 싸게 사는 게 미덕인 세상입니다. 같은 가격이라면 하나라도 더 주는 걸 선택하는 이들이 현명한 소비자로 칭송받는 이유죠.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칭찬받아 마땅하나 모두에게 올바른 판단의 기준이 되진 않습니다. 누군가는 ‘저렴하게’가 아니라 ‘제대로’ 사고 싶어 하니까요. 7천만 원 넘는 픽업트럭이라도 선뜻 사는 이들처럼요.
지난달 15일 출시된 쉐보레 올 뉴 콜로라도. 3세대로 거듭난 아메리칸 픽업트럭은 하루 만에 초도 물량 400대가 모두 팔렸습니다. 시작 가격은 7279만 원. Z71 트림 기준 예전 모델 가격이 약 4700만 원이었으니 2천만 원 넘게 오른 셈입니다. 이 차는 미국에서 생산되는데요, 현지에서도 가격이 오르긴 했어요. 3세대는 시작 가격이 4만 달러(약 5444만 원)가 넘거든요. 이제 콜로라도는 한국에서 렉스턴 스포츠와 비슷한 가격대에서 벗어나 포드 레인저와 지프 글래디에이터 등 7~8000만 원 대의 수입 픽업트럭 쪽으로 영역을 옮겼습니다.
윤명옥 한국GM 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콜로라도를 ‘동급 최고의 성능과 상품성을 지닌 픽업트럭의 아이콘’으로 표현하면서, 3세대 콜로라도는 ‘비교 불가한 정통 아메리칸 프리미엄 픽업트럭’으로 진화했다고 강조했었는데요. 그래서 그런가 싸게 팔 생각은 없는 것 같네요. 얼마나 좋아졌을라나.
안과 밖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전면에는 차체에 걸맞은 거대한 사이즈의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이 LED 프로젝션 헤드램프와 함께 강렬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주간 주행등과 전방 안개등은 모두 LED이지만 방향 지시등은 벌브 타입니다. 선택 품목 중에 Z71-X 에디션을 추가하면 전면 블랙 보타이는 LED가 들어오는 것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굵고 곧게 뻗은 선은 보닛과 범퍼뿐만 아니라 측면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며 단순하지만 강인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휠 아치 클래딩은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18인치 안드로이드 다크 글로스 알로이 휠과 올 터레인 타이어도 기본인데, 옵션으로 20인치 다크 안드로이드 알로이 휠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이건 테크놀로지 팩(285만 원)에 묶여있습니다. 사이드스텝은 1열과 2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후면 테일 게이트에는 브랜드 픽업트럭 전통에 따라 쉐보레 레터링이 가로로 길게 새겨져 있습니다.
테일 게이트는 이래저래 활용도가 높아 보입니다. 목공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측정 툴이 각인되어 있고 테일 게이트를 중간 위치에서 고정해서 사용하거나 이동할 수도 있거든요. 적재함을 비춰주는 카고 램프와 220V 400W 파워 아웃렛도 기본. 적재함 바닥은 특수 코팅 처리되어 있어 흠집 걱정이 없다고 하네요. 미끄럼이나 부식을 방지하는 스프레이온 베드 라이너와 카고 레일 보호 커버도 적용되고요. 적재함에 고리는 모두 8개.
적재함 커버를 자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슬라이딩 적재함 커버는 개별 액세서리 품목으로 빠져 있어서 따로 구매해야 합니다. 152만 원이에요. 구매, 장착 공임, 부가세를 모두 포함한 가격이에요. 수동은 114만 원.
2열 좌석 뒤 유리가 개폐되는 리어 슬라이딩 글라스, 뒷좌석 히든 스토리지, 간단한 공구나 짐을 수납할 수 있는 스토리지가 내장된 스토우 플렉스 테일게이트 등 픽업트럭에 특화된 옵션도 부족해 보이진 않네요.
실내의 변화는 큽니다. 브랜드 최신 디자인 언어와 다양한 소재가 적용되면서 이전과 달리 미래적이면서 고급진 면모를 자랑합니다. 11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1.3인치 컬러 터치스크린과 제트 블랙 아드레날린 레드 포인트 그리고 레드 스티치가 바로 그것. 엔진 오일, 에어 필터, 브레이크 패드 수명 등 디스플레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도 많고, 이를 구현하는 그래픽과 반응도 매우 개선됐다는 평입니다. 하지만 기본으로 탑재된 내비게이션은 없습니다.
스마트키를 비롯해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메모리 시트와 통풍이 기능이 더해진 전동 시트, 무선 폰 프로젝션, 무선 충전 패드, 듀얼 존 풀 오토 에어컨 등 편의 사양도 한층 나아졌습니다. 트랙스에선 2년까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커넥티비티 서비스 온스타가 올 뉴 콜로라도에선 5년 무료.
안전 영역에선 저속 자동 긴급 제동, 전방 거리 감지,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차선 유지 보조, 차선 변경 경고 및 조향 보조, 후측방 경고 및 제동, 후방 주차 경고, 사각지대 경고, 트레일러 사각지대 경고, 힐 디센트 컨트롤, 스마트 하이빔, 뒷좌석 승객 리마인더 등 여러 시스템이 모두 기본입니다. 에어백은 6개입니다.
여기에 테크놀로지 팩을 추가하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후방 보행자 경고,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 언더 바디 카메라,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앰프, 7 스피커)가 더해집니다. 참고로 자율주행 기능은 레이더가 아니라 전면 윈드 실드에 장착된 카메라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언더 바디 카메라는 차의 하부를 볼 수 있게 해주는데, 앞쪽과 뒤쪽 나누어서 볼 수 있어요. GMC 험머 EV 픽업의 그거 맞습니다. 워셔액 세척도 가능하다네요. 밑에 들어가서 직접 닦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죠. 하부에는 스페어타이어도 하나 달려 있습니다.
풀사이즈 픽업트럭인 실버라도를 통해 먼저 선보인 2.7L 직분사 가솔린 터보 엔진과 2세대 8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려, 올 뉴 콜로라도는 최고 출력 314마력, 최대 토크 54kg·m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복합 연비는 8.1km/L.
이전 모델의 3.6L 자연흡기 엔진보다 높은 출력과 40% 이상 향상된 토크가 새롭게 적용된 파워 트레인의 특징이랍니다. 그리고 높은 강도로 주조된 실린더 블록, 30% 더 높은 강성의 크랭크축, 풀 단조 바텀 엔드(Fully Forged Bottom End) 등 디젤 엔진에 사용되는 재료와 기술들을 올 뉴 콜로라도의 신형 엔진에 적용해 성능과 내구성을 모두 챙겼다는 게 쉐보레의 설명.
올 뉴 콜로라도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오토트랙 액티브 2 speed 4WD로, 디퍼렌셜 잠금장치가 탑재됩니다. 좌우 트랙션 차이가 심할 때 차동 기어를 잠그는 록 업(Lock Up) 기능이 있어 각 바퀴의 접지가 균일하지 않거나 미끄러운 길에서 보다 안정적인 주행을 지원한다고.
기어 노브 좌측에 위치한 다이얼을 돌려서 기본 주행 모드부터 오프로드, 험지, 견인/운반까지 총 4가지의 드라이브 모드도 선택할 수 있다네요. 오프로드 퍼포먼스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행 중에 G 포스, 피치/롤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고요. 게다가 타이어 공기압 감소 모드를 통해 터치스크린에서 원하는 공기압으로 조정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픽업트럭답게 트레일러 히치 리시버 및 커넥터는 기본으로 장착됩니다. 올 뉴 콜로라도의 최대 견인력은 3,492kg. 이전보다 300kg 정도 올랐나? 쉐보레에 따르면 대형 카라반이나 트레일러도 어렵지 않게 견인할 수 있다네요. 힘도 힘이지만 제대로 반듯하게 끌고 가는 것도 중요할 텐데 올 뉴 콜로라도는 이를 잘 아는 것 같네요. 스타빌리트랙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에 포함되는 트레일러 스웨이 컨트롤(Trailer Sway Control) 기능을 통해 주행 중 트레일러의 밸런스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속도를 내서 달릴 때 요철이나 급격한 조향으로 발생하는 트레일러의 흔들림을 제어한다고 하니까요.
트레일러의 결착을 도와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바로 히치 어시스트 가이드라인과 히치 뷰 모니터. 고해상도 디지털 후방 카메라 영상에 다이내믹 가이드라인을 표시해 보다 수월하게 트레일러를 연결할 수 있다는 거죠.
트레일러 무게에 따라 트레일러 제동력 설정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건 통합형 트레일러 브레이크라는 기능인데요, 브레이크 압력을 조정해서 트레일러의 무게에 상관없이 브레이크 성능을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트레일러 끌고 갈 때 운전자의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해 트레일러 존까지 확장되는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이 적용된다고 하네요.
미국에서 인기 많다고 하던데 초도 물량은 다 소진됐고 추가 물량은 언제쯤 들어오려나? 한국까지 땡겨 올 수 있는 물량이 있긴 하나?
아무튼 실차는 더 하우스 오브 GM을 포함해서 전국 30개 대리점에서만 전시된다고 하던데 압구정은 가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보닛은 유압식 리프트가 아니던데 사이드미러는 자동으로 접히는지 한번 보러 가봐야겠네요.
반박 시 님 말이 다 맞아요.
글 이순민
사진 Chevrolet Pressroom, Chevrol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