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7 이순민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이버캡이 공개됐습니다. 캘리포니아 버뱅크에 위치한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We, Robot’ 이벤트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1분가량 사이버캡을 타고 무대까지 이동했습니다. 사이버캡은 좌회전과 우회전은 물론 주차된 버스와 움직이는 대상까지 모두 인지하고 대처하는 모습을 (살짝) 보여주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일론 머스크는 ‘파티’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현장에 돌아다니는 사이버캡을 운전자뿐만 아니라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없는 로보택시로 소개했습니다. 걸윙 도어가 적용된 2인승 사이버캡에는 뒷유리도 없었습니다.
자율주행과 관련해서 머스크는 ‘unsupervised’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2025년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허용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이버캡에 앞서 모델 Y와 모델 3를 통해 먼저 선보인다는 거죠. 충전은 플러그가 필요 없는 유도 충전 방식이고, 청소를 비롯한 유지 관리는 사람이 아닌 기계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비용은 1마일(1.6km) 당 20센트(약 270원). 구매도 가능한데 가격은 3만 달러(약 4천만 원) 미만.
무엇보다 강조된 건 안전과 시간 그리고 공간이었습니다. 사이버캡은 한 사람이 평생 겪을 수 있는 경험의 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떠한 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10배 더 안전하다는 거죠. 또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운전대를 잡는 대신 휴식을 취하거나 일을 하는 등 불필요한 노동으로부터 해방되고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더 나아가 개인화가 가능하고 필요할 때 언제든 앱으로 쉽게 호출하고 이용할 수 있기에 차를 소유하는 번거로움까지 없애겠다는 건데, 궁극적으로는 주차장을 다른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겁니다. 더 많은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공간으로요. 일론 머스크가 사이버캡을 미래의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제시한 이유입니다.
시간과 관련해서 낙관적이라는 그는 2027년 전에 사이버캡을 양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이버캡을 시작으로 앞으로 그려나갈 청사진은 제시했지만 사이버캡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당면한 과제에 비해 보여준 것은 일부분이었고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율주행과 관련된 규제 당국의 승인 획득과 이미 시장에 진입한 경쟁업체와의 격차 해소에 대해서요.
앞서 얘기했듯 머스크는 내년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완전 자율 주행 기술이 적용된 모델 Y와 모델 3가 사이버캡에 앞서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의 도로를 누빌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규제 당국이 승인하는 경우 가능한 일입니다. 아직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은 레이더와 라이다를 활용하기보단 카메라와 인공지능에 기반합니다. 수백만 대의 자동차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을 차에 심어 여러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거죠. 일론 머스크는 이를 통해 생산 비용과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기술적으로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미타 사마라나야케 코넬대학교 공과대학교수는 테슬라의 방식이 어느 정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규제 당국의 승인 획득, 안전과 관련된 기술적 신뢰성뿐만 아니라 경쟁에서 어떻게 우위를 점할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며 요금을 징수하는 유일한 기업은 웨이모 한 곳이지만 웨이모는 최근 현대자동차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산하 죽스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GM도 크루즈를 다시 운행할 채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금의 격차가 3년 뒤에는 더 벌어질 수 있을 텐데 이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비책이라도 있는 걸까요?
이러한 이유로 언론도 이전에 없던 새로움으로 사이버캡을 조명하면서도 현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BBC는 리서치 기업 포레스터(Forrester)의 폴 밀러 부사장의 말을 빌려 ‘약속한 시간 내에 3만 달러 미만의 신차를 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테슬라가 보조금과 같은 외부 지원을 받거나 다른 모델에서 손실을 감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10년 안에 그 가격으로 신차를 선보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는 의견도 전했습니다.
로이터 또한 자동차 리서치 및 구매 웹사이트 에드먼즈닷컴(Edmunds.com)의 인사이트 책임자 제시카 콜드웰의 발언을 인용하며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사이버캡이 시간을 절약하고 안전을 강화하는 교통수단이 될 수 있지만 실용적인 관점에서 많은 의문점이 남는다면서요.
자율주행이라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고 확신하는 일론 머스크와 달리 지금까지의 반응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자율주행에서 중요한 건 안전과 신뢰이고 도로 위에서 실현되기 위해선 갑자기 발생하는 사고, 예기치 못한 악천후, 보행자의 돌발 행동 등 다양한 상황에서 완벽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사람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거죠. 그래서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거고. 앞으로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감당할 수 있는 매력적인 가격으로 매력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할 때는 더 더욱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가 되는 건 테슬라이기 때문입니다. 산업의 흐름을 바꾸고 변화를 선도해 왔기에 이번엔 또 어떤 혁명을 촉발할지 기대가 되는 거죠. 독보적인 소프트웨어와 신선한 디자인으로 완성된 혁신적인 교통수단. 지금은 이쯤 하도록 하죠. 일론 머스크의 말대로 파티였으니까요. 그냥 즐기자고요. 미래가 조금 더 가까워졌음을.
반박 시 님 말이 다 맞아요.
글 이순민
사진 Tesla, HK PR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