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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는 독창성을 브랜드의 근원으로 꼽습니다. 그 어떤 것의 모방이어선 안 된다는 게 공동 창업자 윌리엄 라이언스 경의 철학이었기 때문입니다. 재규어가 지금까지 'Copy nothing'에 기반해 브랜드의 비전을 정립해 왔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18일 뉴 재규어가 공개됐습니다. 다소 낯설지만 새로운 시작이 기대되는 건 독창성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특성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접점에서 창의적이고 대담하며 아름다움을 지향하겠다는 뉴 재규어. 살짝 들여다볼까요?

새로운 시각적 언어로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요. 변화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역시 디바이스 마크입니다. 대문자와 소문자가 혼합된 이 마크는 기하학적 형태, 대칭성, 단순성 등 모더니즘을 대변하는 요소들로 완성됐다는 게 재규어의 설명입니다. 더불어 선형 그래픽은 즉각적인 시각적 표현으로 브랜드의 존재감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요.

컬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소문자 블렌딩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커스텀 폰트의 재규어엔 금색이 입혀져 있습니다. 마스코트도 변했죠. ‘리퍼(Leaper)’로 불리는 마스코트는 항상 도약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진취성과 우수함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J와 r이 통합된 새로운 모노그램도 있는데요. 재규어는 독창적인 표현을 위한 코드이자 완벽한 작품을 의미하는 기호로 소개하더군요.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표명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제시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전동화라는 산업의 큰 변혁과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브랜드를 다시 정의하고 차별화하는 전략을 통해서 말이죠. 가장 크게 와닿는 건 역시 로고와 심벌의 변화입니다. 둥글둥글한 알파벳의 로고부터 j와 r을 합쳐 만든 모노그램 그리고 입체적인 형태에서 납작하게 바뀐 실루엣의 마스코트까지. 그런데 바꾼 이유가 뭘까요?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기호 가치의 소비가 지배적인 사회를 소비사회로 정의한 바 있습니다. 그는 소비를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를 형성하는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소비의 목적은 욕망의 충족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었죠. 소비를 통해 특정 계층의 일원으로서 스스로를 규정하고 타인과 나를 구분하면서요. 즉, 상품이 하나의 기호로 파악되는 소비사회에선 기호 가치가 사용 가치를 앞서기도 합니다. 여기서 기호 가치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상품의 가치이고 브랜드가 상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투영하고 싶은 이미지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자동차도 기호 가치에 의한 소비에서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자동차는 이제 패션, 레저, 라이프스타일 등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이자 통로로 확장됐으니까요. 무엇보다 자동차는 기호 가치를 압축해서 전달하는 상품 중 하나입니다. 브랜드의 무형 가치가 외부로 발현되는 것이 매우 노골적이거든요. 브랜드 엠블럼이 없는 자동차는 본 적있나요?

재규어는 이제 전통적인 럭셔리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현대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혁신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하는데, 이전의 것은 새 것을 품기에 다소 올드했나 보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뉴 재규어에게도 새로운 로고와 심벌 그리고 마스코트가 필요했을 테고. 이전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새롭게 닿아야 하니까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그래서 플랫인 겁니다.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는 뉴 재규어를 플랫 모피즘으로 설명합니다. 플랫 모피즘은 단순성과 명확성을 추구하는 디자인 방식으로 복잡한 요소를 배제해고 평면적인 형태를 지향합니다. 디지털 디자인 측면에서 플랫 디자인은 다양하게 활용하기 쉽고 핵심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심플함은 보다 현대적이고 세련되어 보이기도 하죠.

디자인이란 본래 그 시대의 미학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과도 깊은 관련이 있잖아요. 끊기지 않는 연결이 가능한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자동차는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전기차는 더 그렇고요. 브랜드 전동화를 선언한 뉴 재규어에겐 디지털 스크린도 중요한 무대일테니 2D를 더 적합한 형태로 판단했겠죠.

오는 12월 2일 재규어는 세계 최고 아트 페스티벌 중 하나인 마이애미 아트 위크에서 디자인 비전 콘셉트를 공개한다고 합니다. 갤러리 공간을 조성하고 창업자의 독창성 철학을 공유하는 다양한 신진 예술가들과도 협력할 예정이라네요. 뉴 재규어의 실질적인 데뷔나 다름없을 것 같은데 얼마나 독창적인 아름다움과 비전을 제시할지 기대가 됩니다. 일론 머스크의 반응도 궁금하고요.

반박 시 님 말이 다 맞아요.

글 이순민
사진 Jaguar Media Centre

이순민

royalblue@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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