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메인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SUV '팰리세이드'의 실물이 공개되었다. 대략 6년 만에 공개된 풀체인지 모델, 국내 준대형 SUV 시장의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함께, 북미에서는 미드사이즈 SUV로 구분되는 현대차의 주력 상품이 된다. 적당한 가격대에 담은 넓은 공간성과 편의성은 팰리세이드의 강력한 소구점이 되어왔다. 국내에서는 첫번째 도전임에도 준수한 실적을 기록했고, 특히 북미 시장에서 최다 실적을 갱신하고 있는 현대차의 중핵이었다. 북미 정권 교체로 인해 앞으로의 실적이 불확실한 가운데, 팰리세이드 풀체인지를 통한 수요 증진이 기대된다.

국내에서도 많은 소비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존재감이 크진 않았던 맥스크루즈를 시작으로, 꾸준히 합리적인 상품성으로 많은 선택지를 받았던 2세대 팰리세이드였다. 이후 3세대 팰리세이드 LX3는 더욱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제품 기획, 그리고 9인승 모델과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출시까지 더욱 풍부한 선택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V2L 기능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팰리세이드의 판매량을 더욱 향상시킬 것이다. 1~2달뒤에 정식 출시될 것으로 예정되며, 추세를 따르면 디자인은 거의 동일할 것이다. 많은 대중들의 기대감을 이끈 팰리세이드 풀체인지의 디자인을 분석해 본다.

초대 팰리세이드는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변혁을 이끌었던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철학'에 기인한 바 있다. 뒤이어 현대자동차는 디자인의 주요 테마로 전산학적인 패턴을 뜻하는 '파라메트릭 패턴'을 사용하며, 현대 SUV 라인업의 간판이 되는 팰리세이드 페이스리프트도 대대적인 디자인 수정을 거쳐 출시되었다. 그렇게 2022년 공개되었던 더 뉴 팰리세이드는 '파라메트릭 실드'라는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다. 마치 거대한 방패를 연상시키는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택하였고, 그릴 패턴과 일체화된 가니시 히든 램프가 특징이었다.

페이스리프트로 다듬어진 팰리세이드 LX2 PE는 더욱 존재감 있고 강인한 첫인상을 갖게 되었다. 당대 현대차가 제시했던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철학 자체가, 세부적인 그래픽보다는 차체 전반에 걸친 깊이 있는 인상과 실루엣을 재현하고자 했다. 역동적이고 근육질적인 바디라인, 특히나 휠 아치 상단부를 두껍게 마감하는 볼륨라인은 'HDC-2 그랜드마스터'라는 컨셉트 카의 '기동성'을 시각적으로 훌륭히 전달했다. 컴포지트 헤드램프를 가로지르던 수직형 DRL도 플래그십 SUV로서 팰리세이드가 갖던 지위와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역할이었다.

비로소 공개된 팰리세이드의 풀체인지는 기존 디자인의 궤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웅장하고 대담한 이미지를 가져가면서도, 반대로 기존 모델보다 고풍스러운 첫인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스타일링을 보면 과거, 내지는 '헤리티지'를 지향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특히 그랜저 7세대는 초기 모델의 특징점들을 명목적으로 표현하기도 했고, 또 다른 주력 차종 싼타페도 '갤로퍼'의 디자인 요소들을 반영한 바 있다. 팰리세이드는 그 역사가 짧더라도, 과거로부터 미래에 대한 정답을 찾는 현대차의 디자인 사상이 반영되어 있는 셈이다.

그리고 팰리세이드는 전적으로 북미 시장을 주 무대로 삼고자 한다. 미국 시장이야말로 담대하고 웅장한 스타일링 기법이 전통적으로 자리 잡아온 장소에 해당된다. 이번 팰리세이드의 첫인상 자체가 국내 SUV 산업의 초기 모델보다는 북미의 올드카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그 시작부터 SUV 형태의 승용차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왔고, 현재의 크로스오버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반면 북미는 전통적으로 다목적 자동차의 수요가 많았고, 특히 픽업트럭에서 유래한 패밀리 타입 SUV들이 관련 산업의 초석이었다. 그런 클래식함이 느껴지는 첫인상이다.

기존 팰리세이드의 헤리티지가 반영된 부분은 'L'자형 데이라이트다. 차체 양 끝에 배치되어 있는 데이라이트는 차량의 전체적인 폭과 이미지를 더욱 넓어 보이게 만든다. 함께 그래픽 형상 자체도 굉장히 두꺼운 편이다. 기존의 스타일링이 표현하고자 했던 '단단함'을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수평형으로 자리 잡은 라디에이터 그릴 사이에도 일자형 DRL이 적용되었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신규 패밀리룩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에 해당된다. 메인 헤드램프 모듈은 최대한 차체 전면에 자연스레 스며들도록 디자인했다.

차세대 디자인의 특징 중 하나는 크롬 몰딩을 전면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DRL 하단부 범퍼의 경계에 자리 잡은 가니시가 해당된다. 최근에는 유행이나 환경 등의 사유로 잘 사용되지 않는 소재이지만, 미국의 클래식카들을 보면 크롬 가니시가 전면적으로 적용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과시주의 문화에서 비롯한 중후함을 담아낸다. 그리고 크롬 몰딩을 기점으로 범퍼 하단부는 디자인 요소들을 되도록 배제한 느낌이 든다. 그 아래에 배치된 에이프런도 면적이 좁아지는 형태인데, 마치 지상고가 높아 보이는 인상이라 바디온 프레임 SUV의 분위기가 나타난다.

비율적으로 멋스러워진 측면 디자인이다. 프런트 마스크가 세워져있는 형태라서, 보닛 길이가 더욱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실내 공간을 위해 A 필러가 다소 전방부로 뻗어있는 듯 느껴지지만, 루프라인을 사선형으로 디자인하면서 전륜구동 특유의 엉성해 보이는 윤곽선을 억제했다. 보닛에서부터 리어 엔드까지 직관적으로 연결되는 벨트라인은 안정적인 인상을 남긴다. A필러를 비롯해 필러 부분은 검은색으로 마감하고, 랩 어라운드 스타일의 세련미를 담았다. 반면 D필러와 루프랙에 적용된 크롬 도장이 시선을 이끈다.

차세대 팰리세이드가 지닌 또 하나의 헤리티지는 '휠 아치 라인'이다. 이전 세대와 동일하게 측면부에 기교로운 캐릭터 라인을 그려내지 않았고, 휠 하우스의 상단부근에 두꺼운 주름을 각인함으로써 단단하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전 세대나 차세대 모델이나 팰리세이드의 훌륭한 캐릭터가 되어주는 것 같다. 그 외 특징이라면 측면에서도 전/후면 데이라이트의 그래픽이 동일하다는 점, 그리고 전면 범퍼 하단부의 크롬 가니시가 측면을 거쳐 리어 범퍼에도 연결된다는 점이 있다. 휠은 21인치 크기로 익숙한 멀티 스포크 디자인이다.

후면 디자인을 본다. 뒤에서 바라보는 루프라인은 더욱 역동적으로 내려앉아 보인다. 함께 뒤로 갈수록 전폭이 점점 좁아지는 '보트 테일' 기법을 채택하고 있는데, 그 덕분에 리어 펜더의 볼륨감이 강조되고 탄탄하고 역동적인 실루엣이 나타났다. 루프랙을 마감하던 크롬 도장은 테일게이트에까지 연결되는 꼼꼼함이 느껴지며, 그로 인해 관통되는 플로팅 스포일러를 강조하는 효과도 있다. 테일램프는 후면보다는 측면에서의 시각적 효과를 더욱 고려한 느낌, 후면 언더커버를 크롬 가니시로 마감한 점도 플래그십 SUV의 권위가 느껴진다.

실내 이미지도 간단한 공개 자료가 있다. '고급스러운 거주 공간'을 지향했다고 하며, 실내 구성요소가 집안의 가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최근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처럼 선반형으로 구성된 대시보드가 특징이다. 또, 디지털 클러스터를 매립하고 물리 버튼을 대거 적용한 점은 북미 시장의 취향을 반영한 모습 같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상단은 간단한 수납공간처럼 구성했고, 도어트림을 비롯해 내부를 장식하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고급스러움을 개선한다. 스티어링 휠은 그랜저와 동일한 듯 엠블럼이 생략된 T자형 스포크를 지닌다.

공개된 이미지는 팰리세이드 9인승 사양으로 보인다. 9인승의 경우 3+3+3 시트 구조를 지닐 예정이며, 때문에 1열 좌석 공간 확보를 위해서 대시보드는 선반형으로 디자인될 수밖에 없었다. 1열 센터 콘솔을 접이식 시트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사실 9인승 자체는 승차 목적보다도 인증 자체의 의의가 큰 편이다. 6인 탑승 시 버스 전용 차로 이용과 영업용 차량의 부가가치세 환급 혜택 등 면세 혜택이 더해지기 때문인 셈이다. 승용 9인승 자동차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카니발의 수요를 잠식하고자 하는 목적성이 반영되기도 한다.

비록 그 역사가 짧을지라도 정통파 SUV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차세대 팰리세이드의 디자인이다. 현대자동차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상이나 패턴, 배치를 통해, 매번 창의적인 이미지를 각인해오곤 했다. 반면 그릴의 디자인은 가장 보수적으로 회귀한 듯하며, 그 외의 디자인도 마냥 혁신성을 추구하진 않았다. 이전 팰리세이드의 디자인 키포인트를 반영하였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르다. SUV 고유의 성격과 전통을 강조하는 실루엣을 갖게 되었고, 이는 페이스리프트가 아닌 풀체인지의 변화이자 특권이 된다.

무엇보다 현대자동차는 팰리세이드의 '고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한때 그랜저를 성공의 상징으로 마케팅했던 시절처럼, 팰리세이드 역시 현대차의 최고가 라인업이자 준대형 SUV의 권위를 강화하고자 한다. 특히나 팰리세이드의 하이브리드까지 라인업에 추가된다면 평균 가격대는 많이 인상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차량을 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조금 더 독점적인 가치를 제공할 필요가 있고, 보수적인 시선에서 고급화 요소를 추가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무렴 팰리세이드는 당연하다는듯 많은 수요를 이끌어갈 것이다.

글: 유현태
사진: 현대자동차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작성자의 다른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