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9 김경수
운전자 10명 중 8명은 장착한다는 차량용 블랙박스. 통상 신차 출고시 애프터 마켓에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국내에선 수요도 많아 지난해 기준으로 보급율 80%를 넘기도 했죠. 운전자의 92.3%가 차량용 블랙박스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설문조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블랙박스를 편의사양으로 직접 제공하는 곳은 없습니다. 못하는 걸까요? 안하는 걸까요?
이에 대해 국내 유수 자동차 제조사들에 문의해 보니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블랙박스를 편의사양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가 ‘법률적 문제’라는 것.
소비자들은 자동차 제조사가 신차 출시전 다양한 시험주행을 거치는데, 블랙박스도 시험과정을 거쳐 정품으로 회사가 보증을 해주길 원하기 마련입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제품에 대한 보증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사고기록장치의 특성상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경우 자동차 제조사들의 역할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 더 크다고 합니다.
여기서 궁금한 사항이 하나 생기죠. 그렇다면 블랙박스를 제작해 판매하는 회사들은 이런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번에는 블랙박스 제조회사 관계자들에게 문의해 보았습니다. 그들의 답변도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블랙박스가 시판되면 제품의 안정적인 성능도 중요하지만 사고기록장치로서 법적 분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 분쟁과정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일례로 블랙박스 제조사들은 블랙박스가 사고기록장치로서 역할을 못했을 때, 쉽게 말해 사고장면이 녹화되지 않았다면 100만 원의 위로금을 제공하는 정도로 끝냅니다. 물론 이 마저도 일부 블랙박스 제조사들만 가능한 일이죠.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이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100만 원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 될 겁니다. 소비자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하는 풍토가 다른 데에 기인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셈이에요.
해외에서는 나라별로 블랙박스를 허용하기도 또 금지하기도 합니다. 네덜란드나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선 블랙박스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허용하지만,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벨기에, 포르투갈 등은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을 앞세워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랙박스 사용을 금지하는 국가에서들 조차 올 초 재판에서 형사법원 법정 증거물로 채택이 되는 등, 블랙박스 사용에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조금 먼 이야기지만 자율주행차 사고시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블랙박스가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죠.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이 부분에 동의하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블랙박스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주) 자동차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해결합니다. '뭘 이런 걸 다'하고 여길 만한 궁금증까지 최선을 다해 풀어 드리겠습니다.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댓글 혹은 이메일(media@encarmagazine.com)으로 질문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