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메인

여름은 자동차에 가혹한 계절이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엔진 열 내뿜으며 달리려니 오죽하겠나. 그래서인지 여름이면 차가 영 골골거리는 느낌이다. 온도가 높아지고 공기 밀도가 낮아짐에 따라 출력이 저하되는 탓도 있지만, 주적은 역시 에어컨이다. 그렇다면 에어컨을 틀 때 힘과 연비가 나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_ 정상현 기자


여름철 도로 위에서, 우리에게 에어컨은 구세주나 다름없다. 다행히 요즘 나오는 자동차에는 에어컨이 기본으로 장비된다. 성능도 매우 좋아 삼복더위에도 차 안이 금세 시원해진다. 온도만 설정해두면 자동으로 냉난방 되고 습도마저 조절하는 전자동 에어컨이 이제는 경차에까지 달리기도 한다. 일부 럭셔리카에서는 네 좌석의 온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4-존 에어컨'도 만나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부 모델에서는 에어컨이 옵션으로 제공되었었는데, 이제 에어컨 없는 자동차는 상상하기 힘든 실정이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에어컨을 틀면 차의 힘이 달리고 기름도 더 많이 먹는다. 차종에 따라서는 엔진이 울컥거리기도 한다. 물론 시원함과 맞바꿀 대가로서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연비가 나빠지고 차가 느려지니 운전자는 속이 팍 상한다. 그렇다면 에어컨을 틀 때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엔진 힘으로 작동하는 콤프레셔

에어컨을 틀면 엔진이 할 일이 하나 더 생긴다. 바로 콤프레셔를 돌리는 것

시원한 바람을 만들기 위해선 냉매를 고압으로 압축하는 '콤프레셔(압축기)'가 돌아야만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콤프레셔는 혼자 돌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동차는 엔진에 벨트를 걸어 엔진 힘으로 콤프레셔를 돌린다. 이때부터 엔진은 바퀴만 돌리는 게 아니라 콤프레셔까지 부지런히 돌려줘야 한다. 엔진 입장에서는 할 일이 하나 더 생기는 거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힘이 부족하게 되는 것. 이러한 현상은 소형차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대형차나 스포츠카는 출력에 여유가 있지만 소형차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에어컨을 틀면 차의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고, 연비도 하락한다. 연비 하락률은 낮게는 5%부터 심하게는 20%에 이른다. 물론 우리의 체감은 그보다 더 크게 다가오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콤프레셔 작동을 위한 전기모터를 더하기도 한다. 추가 장비가 생기기 때문에 값이 오르고 벨트 구동식보다 구조가 복잡해지지만 연비와 출력을 깎아 먹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특히 엔진과 전기모터가 화합해 출력을 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는 대부분이 이 방식을 쓴다. 이때 콤프레셔 작동용 전원은 하이브리드용 배터리에서 끌어다 쓰면 그만이다. 그래서 엔진이 돌지 않아도(전기차 모드일 때도) 에어컨이 제 역할을 해낸다. 엔진이 콤프레셔를 돌리지 않으니까 에어컨을 틀어도 연비에 거의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공짜(?)로 쓰기 위해 하이브리드카를 산다'는 건 위험한 계산이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는 히터 작동에 드는 비용이 '0'에 가깝다. 엔진이 뜨거워지고 냉각수의 온도가 오르면, 그 열기를 '송풍'시켜줌으로써 따뜻한 바람을 내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카의 경우는 히터 작동을 위해서 엔진을 왕왕 돌려야 한다. 이때는 전기차 모드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줄다 보니 자연스레 연비가 나빠질 수밖에. 따라서 하이브리드카는 오히려 에어컨을 틀 때보다 히터를 틀 때 연비를 더 깎아 먹는다. 결국 내연기관 자동차와 하이브리드카는 계절에 따라 서로 다른 아픔과 기쁨을 겪는 셈이다.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작성자의 다른글 보기